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는 ‘표심’ 주목

샤이(shy) 보수 존재할까?…“여론조사, 적극적 지지층 응답할 가능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6.01 13:2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다른 정당에 비해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6~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51%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 바른미래당은 6%, 정의당은 4%, 민주평화당은 0.2%로 나타났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7%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6%,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개헌저지선’ 넘봤던 새누리당

그러나 여론조사가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역대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인 180석을 차지하는지, 혹은 개헌 저지선인 200석을 거머쥐는지가 관심사였다. ‘새누리당 200석 예측’의 근거는 여론조사였다.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37%, 민주당은 20%, 국민의당은 17%, 정의당은 7%, 없음/유보가 19%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약 두 배 차이로 우위를 선점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민주당은 당시 123석, 새누리당은 122석,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은 6석을 가져갔다. 사실상 여론조사는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총선에서 투표했다고 응답한 1158명을 대상으로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보고서를 2016년 발표했다. 여기서 정치 성향별 응답률은 ‘보수’라고 자칭하는 유권자의 48.4%가 선거여론조사에 응답한 반면에 중도는 34.4%, 진보는 38.1% 답했다고 밝혔다. ‘응답을 거부했다’고 답한 보수 유권자는 23.1%였고 중도는 33.0%, 진보는 30.4%로 나타났다. 자신을 진보라고 표현한 유권자는 보수라고 말한 유권자보다 여론조사에 대해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안희정 역선택’은 없었다…이재명과 0.3%p차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브레이크를 건 사람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다. 안 전 지사는 문 대통령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안 전 지사의 돌풍을 견인한 것은 여론조사였다.

리얼미터가 2017년 3월 둘째 주 발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그 전주에 비해 6.2%p 떨어진 40.1%를 기록했다. 반면 안 전 지사는 26%에서 31.9%로 5.9%p 상승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4.6%를, 최성 고양시장은 1.0%를 각각 기록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이 안 전 지사를 뽑을 수 있다는 ‘역선택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민주당 대통령 선거인단은 전화신청이나 인터넷신청으로 받았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 당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역선택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57.0%로, 절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결선투표제도 진행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21.5%를 기록하며 2위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21.2%를 기록해 3위에 앉았다. 둘의 득표율 차이는 0.3%p였다.

이 전 시장은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렀지만 막상 경선에서는 20%대를 기록하며 안 전 지사를 맹추격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경선이 끝나고 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반 여론조사보단 2배 가까운 지지를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경선/사진=뉴시스
◇洪, “대선 패배 원인은 여론조사”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은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4월 셋째주)까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9대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대표는 16%를 기록했다.

선거에서 홍 대표는 24.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전 진행된 여론조사와 약 10%p 차이를 보였다. 홍 대표의 득표율이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높게 나온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적극적인 의견 표현을 하지 않았던 보수층이 투표장에서 홍 대표를 찍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왔다. 소위 말하는 ‘샤이 보수’다.

홍 대표는 19대 대선 패배 이유로 여론조사를 꼽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당대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19대 대선 패배 이유로 △준비 부족 △내부 분열 △여론조작을 꼽았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자신의 SNS에서도 여론조사에 대해 “여권에는 후하고 우리당에는 탄핵 이후로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진다”며 “그런 아류의 여론조사를 전혀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밴드웨건(bandwagon)•언더독(Underdog) 효과
여론조사가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현상을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혹은 언더독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는 ‘jump on the bandwagon(악대차에 올라탄다)’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편승효과’라고도 부른다. 시류에 영합하는 것을 뜻해 정치적 용어로 승산이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뜻한다. 언더독(Underdog) 효과는 약세 후보가 유권자들의 동정을 받아 지지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침묵의 나선 효과’에 대해서도 집중한다. 침묵의 나선효과는 대세론에 파묻혀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것이다. 최근 언급되는 ‘샤이(shy)’현상이다. ‘샤이보수’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샤이 트럼프’다.

지난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처졌다.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보수’층이 선거 전까지 침묵하다가 표로 보여줘 샤이보수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대 선거에서는 박빙으로 흐를 때보다 한쪽이 우위를 점할 때 ‘샤이 효과’가 나타났다. 샤이 보수가 아닌 샤이 진보 현상도 예외는 아니다.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한국갤럽 마지막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45.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17.5%를 기록했다.

17대 대통령 선거 결과 이명박 후보 득표율은 48.67%, 정동영 후보 득표율은 26.14%를 기록했다. 정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예측보다 많은 득표를 얻었다.

◇‘적극적 투표성향’은 누구?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에 대해 “여론조사는 100%가 투표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을 따졌을 때 여론조사는 역대 선거에서 한번도 제대로 맞힌 적이 없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는 적극적 성향의 유권자가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응답을 하지 않았거나 무당층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미 정상회담”이라며 “정상회담이 연기되는지 혹은 개최되는지, 열린다면 어떤 결과를 들고 오는지 등은 투표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만약 선거 투표율이 떨어지면 조직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방에서 조직력이 더 막강한 사람이 판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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