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세상 바꾸는 시청자 참여의 힘”

[기관장초대석]미디어 교육 통해 취약계층 기본권 보장 적극 나서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5.08 10: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사진=더리더
#1.
콘텐츠 유통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방송,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인터넷 1인방송, 유튜브처럼 동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접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타깃층을 ‘시청자’에 제한하지 않는다.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방송이나 신문 등 전통 미디어로 접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1인 방송이나 다양한 채널을 접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이용자’라고 표현한다.

#2. 신 이사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인권’이다. 국민 누구나 알권리가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미디어를 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말했다. 국민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건전한 의제를 만들 수 있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길이다. 신 이사장은 한 예로 촛불혁명을 들었다. 국민이 시위에 참여해 대통령을 바꿨다. 표현해서 사회 변화에 일조한 것이다.

미디어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신 이사장도 이 질문에 확답을 못한다. 수치로 표현이 가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확실한 것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디어의 영향력도 커졌다. 그만큼 시청자의 권리도 늘어나야 한다. 신 이사장은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미디어 기술력 영향력이 커진 것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단의 설립 목표는 시청자 교육과 미디어교육지도자 양성이다. 신 이사장은 그동안 재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2004년 재단 준비 기간을 거쳐 2005년 부산 센터를 시작으로 발족했다. 그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취임 5개월을 맞은 신 이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가 앞으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취약계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는 치매 국가책임제다. 신 이사장은 치매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에 대한 책임제를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취약계층은 미디어를 접하기 힘들다.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재단에서도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임 5개월을 맞은 신 이사장의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달 19일 여의도에 위치한 시청자미디어재단을 찾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권리다. 그 부분은 헌법에도 나와 있다. 방송은 국민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국민이 여론을 형성하면 국민 주권이 실현되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의 방송 참여와 권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시청자 교육, 참여 등을 이끌기 위해 출범했다.

-요즘 시대에는 방송이나 신문이 아닌 채널이 다양하다
점유율로만 보더라도 전통미디어는 밀렸다. 방송이나 신문보다 인터넷을 이용한 미디어가 많아졌다. 전통적 미디어시대 때는 영향력이 컸다. 시청자도 약간 수동적이었다. 미디어에 밀리는 경향도 있었다. 미디어가 의제를 설정해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기술이 복잡해졌다. 다양한 채널이 나오고 또 이용자들의 참여도도 높아졌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 유통을 대규모 자본이 맡는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내용이 굉장히 자극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될수록 알권리나 민주적인 여론 형성 기능은 떨어진다.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나 삶의 질이나 진짜 필요한 소통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다.

-‘시청자’라는 표현에서 ‘이용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다양한 채널이 나오기 때문인가
그렇다. 방송 수용자 같은 경우에 ‘시청자’라고 표현한다. 이제는 넓게 봐야 한다는 의미로 ‘이용자’를 쓰기도 한다. 또 요즘은 유료 결제로 미디어를 접하는 것도 많아졌다. 유료방송 시청자는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제 시청자라고 하면 방송인 경우에만 해당하지만 이용자는 미디어 소비자라는 개념의 측면이 있다.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정부나 재단의 역할이 중요할 듯싶다
정부나 우리는 미디어 기술이 더 복잡해질수록 시청자를 주권자로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이 부흥했다. 그러다 보니 통신매체와 방송매체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래서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뀌었다. 방송과 통신의 개념이 혼성됐다. 지금은 통신 쪽에서 거대 기업들이 지형을 좌우하기도 한다. 국가의 영향력보다도 미디어자본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공적 정보를 충분히 알고 토론하고 의사 소통하는 과정이 없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태도는 어떻게 변했나
지난 촛불혁명에서도 봤듯이 시민들의 힘은 크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해 무엇인가를 바꾸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보면 시민 의식수준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디어를 통해 공적 정보를 충분히 알고, 토론하고, 의사 소통하는 과정은 부족하다.  이제 4차산업 기술이 더 발전할 것이다.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서 여론 형성의 힘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인프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국가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국가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제시하면 안 된다. 그런 교육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학교 교육이다. 평생 교육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좋고, 문화산업이나 콘텐츠는 실질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이다.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시청자의 참여도는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인가

참여도가 많이 늘어난 편이다. 카카오톡이라든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스스로 공유하고 소통한다. 사실 이런 참여도가 젊은 사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노인들도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 미디어교육을 받는다. 그 교육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서로 교류한다. 지금 이런 분위기일 때 끌어올려야 한다. 한번 만들어지고 기운이 빠지면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 일정하게 인프라가 갖춰져서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더 잘 발전할 수 있다.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미디어 활동을 할 수는 없다. 적절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사실 우리 헌법이 정한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제까지는 이런 부분이 소홀했다.

-왜 소홀했다고 보나
서구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기본권에 대해 사회적 자원이 많이 투입됐다. 이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기본권을 지키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문화 콘텐츠산업과 연계돼 있다.
2000년대에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서구처럼 가야겠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가적으로 주도하고 기업들도 참여해서 정보통신에 대한 법률을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예산을 12조 원으로 편성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국정 철학이 조금 달아졌다. 그때는 시청자의 권익보다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업체와 통신이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게 기조였다. 채널 선택권을 높이자고 해서 종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과연 그랬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거대 자본들이 본래 취지대로 돌려줬더라면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과정에서 시민의 기본권이 커졌다는 점은 달리 생각해야 할 문제다. 방송장악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시청자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았던 것이다.

-재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자면
참여정부가 2004년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재단 설립 준비를 시작했다. 2005년 부산센터를 시작으로 시청자미디어재단을 만들었다. 시민사회가 나름대로 안정감을 가지고 튼튼하게 형성돼서 논란을 중재하고 정치에 대해서도 여론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더 민주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재단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15년 정도 지난 것인데, 사실 이명박 정부 때는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다. 정체된 감이 있다. 센터 기능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큰 발전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미디어센터를 세 곳 늘렸다. 기존에는 부산과 광주밖에 없었다. 양적으로는 조금 늘어났으니 질적으로 성장해야 할 때다. 기본권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비전과 전략 사업을 개발해서 시행하려고 한다.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사진=더리더
◇미디어로 ‘국가 책임제’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는 ‘치매 국가책임제’다.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미디어를 통해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에 대해 ‘국가책임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로 지속적인 교육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단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시청자의 권익 증진과 방송 참여를 위해 미디어교육 미디어 참여를 지원하는 것, 그리고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세 가지다. 여기에다 추가해야 할 부분은 ‘기본권’이다. 미디어 교육과 참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언어적인 차이가 있거나 문화, 인종, 경제적 약자,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기본권을 보장하려면 일반 사람보다 더 많은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시각•청각장애인은 미디어접촉이 어렵다.

-신 이사장이 취약계층을 위해 새롭게 제안한 정책이 있나
시각•청각장애인들에게 수신기 보급사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 중에서도 발달장애인 쪽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20만 명이 넘는다. 발달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부모가 힘들다. 국가에서도 책임제를 시행할 정도다. 미디어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포털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속적인 교육과 치료가 가능하다.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는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미디어 교육종합시스템, 교육관련 콘텐츠들이 모아져야 한다. 발달미디어 장애인에 대한 사업을 일정하게 열어놓으면 보건복지부나 교육부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들과 방통위까지 같이해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미디어가 어느 정도 국민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을 주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1957년 출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학사•석사•박사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홍보팀
MBC 애드컴 마케팅국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연구소 연구위원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
부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의장
EBS 이사회 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KBS 이사회 이사
동의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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