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하는 “강연콘테스트”

이종희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2018.05.03 16:4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선거연수원 장인흥 시민교육부장(좌),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우) /사진=선거연수원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개최하는 ‘제7회 유권자의 날 기념 강연콘테스트’의 열기가 뜨겁다. “이종희 정치살롱”의 초대손님으로 강연콘테스트를 총괄하고 있는 선거연수원 장인흥 시민교육부장을 모셨다.

이종희: 먼저 ‘유권자의 날 기념 강연콘테스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인흥: ‘유권자의 날 기념 강연콘테스트’는 2012년 처음 개최한 이래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습니다. 매년 5월 10일이 ‘유권자의 날’인데요, 이 날을 기념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고 있죠. ‘강연콘테스트’는 국민들이 참여하여, 주권자로서 선거와 정치, 정책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공간이에요. 국민 스스로 건전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서로의 주장을 펼치며, 이를 공유하고 발전적 대안을 고민해가는 국민 참여 소통 행사라고 보면 정확하죠.
선거연수원에서는 1996년 개원 이래 주권자로의 역할, 선거·정치참여의 중요성, 정책선거 등에 관한 민주시민교육을 20여 년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선거연수원은 ‘국민들이 중심되어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 민주주의, 선거와 정치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학습 콘텐츠’ 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대다수의 민주시민교육 과정이 학습자 중심의 참여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고, 그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하는 전 국민 참여 프로그램 강연콘테스트를 개발하게 되었죠.

이종희: ‘강연콘테스트’에는 누구나 참석 가능한지요?
장인흥: 중학생 이상이면, 남녀노소, 연령, 신분과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고, 개인이든 팀이든 참가인원도 제한하지 않습니다. 주권자의 권리와 의무, 선거와 정치, 매니페스토 등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에 관한 것이라면 강연 주제도 자유롭습니다. 각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도 다채로워요. 강연, 춤, 노래, 연극, 뮤지컬 등 참여하는 국민들이 그 목소리를 잘 나타낼 방법이면 모두 가능합니다.

이종희: 강연콘테스트가 추구하는 방향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장인흥: ‘민중(民衆)의 소리는 신(神)의 소리’라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같은 의미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동양 격언도 있죠. 국가 통치에 있어 국민 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정국가 조선에서는 일찍이 백성의 소리를 국가 통치에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세종(1430년)은 토지에 부과하는 조세결정 방법에 대해 백성의 의견을 구했죠. 이전까지 조세 부과액은 관리와 아전들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직접 논밭을 돌아보면서 농사의 수확량을 확인하고 조세액을 정하는 것이었죠. 관리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다 보니 세금이 들쑥날쑥하고 백성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속출했죠.
세종은 토지에 대한 세금부과가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파악했습니다. 백성들의 소리를 먼저 들어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릴 사안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세종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1430년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5개월간에 새로운 세금 제도에 대해 백성들의 찬·반 의사를 물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시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토지에 대한 세금 결정은 백성들의 최대 관심사이니만큼 찬·반 의사가 팽팽했습니다. 팔도의 각 지역에 따라, 양반과 평민 등 신분에 따라 다양한 찬·반 의견이 표출되었죠. 그 의견이 워낙 팽팽한지라, 세종은 ‘백성들이 좋지 않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제도 시행을 보류했습니다. 백성들의 여러 가지 제안을 수렴하고, 다시 면밀한 조사 작업 후 국민투표를 한 지 14년 만에야 토지에 대한 세금부과 방법이 확정됩니다.
왕정 시대에 이처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수많은 백성을 일일이 찾아가며 그 의견을 물었을 터인데,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세종의 의지가 매우 강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콘테스트는 바로 세종이 중요시한 ‘백성과의 소통’을 롤 모델로 삼은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국민과 끝없이 소통하려 한다는 점,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매체를 통해 지속해서 전파한다는 점에 있어 세종이 추구한 ‘백성과의 소통’과 전체적으로 취지와 목적이 유사합니다.

이종희: 강연콘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선거연수원에서는 더욱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회를 진행합니다. 예선의 경우 17개 시·도를 수도권, 충남권, 호남권, 영남권 4권역으로 나누어 진행하며, 참가자는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콘테스트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다 보니 매년 참여 열기가 뜨거워지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참가 경향도 제주도에서 참여한 청소년부 신청자부터 경기도 북단의 일반부 참가자까지 지역별로 고른 참가분포를 이루고 있죠.
  대회는 예선을 거쳐 본선, 결선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지역 예선을 거친 참가자는 선거연수원에서 실시하는 본선에 도전합니다. 본선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강연자로 압축되는지라 연습과정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준비된 강연 내용이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본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참가자는 거의 강연의 달인이라 보면 되죠. 콘텐츠의 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언어의 표현, 제스추어, 눈빛, 발표자의 움직임까지 유명 프로 강사 못지않습니다. 결선 콘텐츠는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 중 가장 많은 호응과 공감을 받은 내용입니다. 강연 후 그 메시지가 강렬하여 듣는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죠.  
▲제7회 유권자의 날 기념 강연콘테스트/사진=선거연수원 제공

이종희: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을까요?
장인흥: 2014년 제3회 대회 때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강연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4년이 지났지만, 그 학생의 ‘투표 문맹’이라는 정의가 잊히지 않아요. 그 학생은 ‘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유권자는 투표 문맹자’라고 정의했습니다. 성인 유권자의 묻지마식 투표 행태를 겨냥한 날카로운 비판이었죠.
이 학생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가까운 가족들의 투표행태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투표를 통한 후보자 선택은 정책이나 후보자 자질·능력 등이 아닌, 지역, 외모, 주관적 호감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해요. 이는 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후보자 결정방법이고, 이러한 투표행태를 가진 유권자를 ‘투표 문맹’이라고 표현한 것이죠. 나아가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이러한 투표행태에 동화되지 않으려면 주권자로서 역할과 선거·정치 참여 등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해 참가했던 30대 여성의 강연내용 또한 잊히지 않습니다. “투표는 누구를 선택하여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자체에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그 강연자는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양당제적 정치풍토 아래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득표 차이는 불과 몇 % 이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나와 같은 의사를 표현한 수많은 표는 당선된 정치인을 견제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의 정책이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균형추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내 표의 가치라는 점을 부각하며 어느 쪽의 투표든 사표가 되지 않음을 설득력 있게 강연했습니다. 아울러 이 강연자는 정치인의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유권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이 투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죠.

이종희: 강연콘테스트가 올해 7회째를 맞이하였는데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장인흥: 강연콘테스트는 대회를 거듭하면서 내용과 소재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행담을 소재로 하거나, 유명 뮤지컬을 각색하거나, 노래를 편곡하거나, 고전 동화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강연자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다른 국민들과 좀 더 편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종희: 강연콘테스트는 현장에 찾아가야만 볼 수 있을까요?
장인흥: 강연콘테스트 통한 주권자 국민의 소중한 목소리는 그 대회 현장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죠. 예선·본선·결선 대회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선거방송(티브로드 TV 채널 205, KT 올레 TV 채널 273)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영됩니다. 또한, 선거연수원의 홈페이지는 물론 자체 운영하는 SNS 계정을 통해 온 국민에게 공개되죠. 참가자의 콘텐츠 중 우수작은 초·중·고의 선거·정치참여 관련 교육 보조자료로도 활용됩니다. 선거연수원은 강연콘테스트로 통해 표현된 국민의 한마디, 한마디를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종희: 강연콘테스트에서 우수한 강연을 한 분들께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하죠?
장인흥: 강연콘테스트의 목적과 취지가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니만큼 우수 강연자를 선거연수원의 초빙교수로 위촉하기도 합니다. 대회 참가가 끝이 아닌 시작인 셈이죠. 자신의 목소리와 콘텐츠를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활동으로, ‘유권자가 유권자에게 전하는 생활 속 선거·정치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제1회부터 제7회 대회까지 강연콘테스트 참가자 중 많은 분이 선거연수원과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종희: 끝으로, 강연콘테스트와 관련하여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인흥: 세종이 백성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백성과 소통하고자 한 것처럼, 2012년부터 7년간의 강연콘테스트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주의, 선거·정치, 정책 등에 관한 국민의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경청하고, 이를 다른 국민들에게 전파‧공유하며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앞으로의 강연콘테스트 방향도 세종의 백성을 위한 마음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은 백성의 의견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공정한 세금 제도를 구현하는 근간으로 삼았습니다. 세종이 백성의 소리를 백성을 위한 제도개혁에 활용된 것처럼, 강연콘테스트를 통해 표현된 국민들의 귀중한 생각들은 건전한 민주주의와 성숙한 선거·정치문화를 확산시키는 주요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결선은 오는 5월 12일 토요일에 KBS아트홀에서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관을 부탁드립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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