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헌 무산…연내 가능할까

[이달의 개헌 타임라인]한국당, “드루킹 특검 받으면 개헌 논의 진전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5.02 10:3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여야 원내대표 개헌 토론회 /사진=뉴시스
6월 개헌이 불발됐다. 국민투표법 처리를 위한 실무적 시한은 지난달 23일까지였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6월 지방선거 동시 투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31년 만의 개헌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통된 공약은 ‘개헌’이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해 1월부터 가동됐다.

그러나 개헌특위에서는 진전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를 두고 대립했다. 여당은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 입장을, 야당은 10월 개헌을 주장했다. 이후에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입장이 갈렸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선출제’를 주장했다. 여당에서는 현재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서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총리추천제’를 제시, 절충안을 마련했다.

개헌에 대한 이견을 보이던 국회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드루킹 사건’이 겹치면서 개헌 동력을 잃었다. 야권은 개헌보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지도부는 지난달 23일 댓글조작 관련 특별검사 도입 및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개헌, 산적한 국회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야당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며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제안까지 어렵게 수용했지만 한국당은 이마저도 걷어찼다”고 언급했다.

야3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여당이 개헌 등에 대해 야당의 비협조적인 탓으로 돌린 것에 관해 “여당이 특검을 수용한다면 국회는 바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당이 특검을 수용한다면 추경과 개헌을 포함한 정국 현안에 대해 긴밀한 여야 협조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靑•與, 엎친 데 덮친 격”
김기식 전 원장 낙마와 드루킹 논란으로 악재를 맞은 민주당은 이번 개헌안 통과가 불발돼 더욱 악재를 맞은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원장이 낙마하고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사건이 터졌다”면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서 개헌안도 통과되지 않아 청와대 국정 운영 동력이 지금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6월 개헌 투표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고 본다”면서 “문 대통령이 가장 호평 받은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리는데 정상회담과 6월 개헌 둘 다 이루기에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한국당에 책임론이 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야당은 처음부터 여당의 개헌안을 받지 않고 10월 개헌을 주장했다”라며 “청와대나 여당의 주장에 응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에 책임론은 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력구조 개편하면 연내 개헌 가능할 것"

개헌이 연내에 이뤄질지, 혹은 20대 국회에서 무산될지는 야당에 달렸다. 일단 한국당이 주장하는 핵심은 ‘책임총리제’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여당과 논의가 이뤄지면 연내 개헌, 혹은 10월 개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개헌 로드맵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은 어떠한 경우라도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진정으로 국민께 권력을 되돌려드리는 개헌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헌정특위 활동시한인 6월까지 정해져 있는 만큼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9월까지 마칠 수 있도록 개헌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연내 개헌을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특권화된 권력은 구체제•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만들어낸 구조적이고 내재적인 문제”라며 “한국당은 분권대통령, 책임총리제를 통해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킨다는 내용을 자체 개헌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책임총리제’에서는 대통령이 통일과 국방, 외교 업무를 소관하고 나머지 행정권은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맡는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발의 권한이 축소된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개헌 공동입장 발표에서 민주평화당 김광수(왼쪽부터) 헌정특위 간사, 바른미래당 김관영 헌정특위 간사, 천정배 헌정 특위 위원장,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헌정특위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뉴시스
◇야 3당 ‘개헌연대’… “국회 주도의 개헌, 반드시 성사시켜야”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야 3당 개헌연대’를 만들고 여당과 제1야당을 압박했다. 이들은 지난달 6월 개헌 투표가 좌초되자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주도의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또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는 국회 총리추천제를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31년 만의 개헌 기회가 거대 양당의 정쟁에 가로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야3당 개헌연대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주도의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양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공동연대는 “6월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개헌의 끈을 놓을 것이 아니라, 국회가 오히려 더 큰 책임으로 국민의 열망을 책임 있게 받아 안아야 할 때”라며 “판을 닫으려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반 개헌세력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6월 개헌이 어려워졌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전에 개헌안을 합의하고 새로 일정을 잡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정치권이 합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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