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반도에 평화 정착, 역사의 새 장 열렸다”

지방권력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에 동참할 새로운 리더십 필요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대담 박재범 머니투데이 정치부장(더리더 공동 편집장) | 정리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정진우, 이재원 기자 2018.05.02 11:2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군사분계선을 남북 정상이 손을 마주잡고 오갈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눈가엔 물기가 가득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 한 문장을 얘기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추 대표 눈 앞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선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추 대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아침 추 대표가 주재한 민주당 최고위원회 모습이다. 추 대표는 이날 수 차례 울먹이며 소회를 밝혔다.

추 대표는 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본 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났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4주기때 1차 인터뷰를 하고, 이날 추가 인터뷰를 위해서다. 여기선 남북 문제에 대한 얘기만 했다. 추 대표는 이미 남북정상이 두 손을 맞잡는 ‘역사적인 사건’을 예상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에서다. 그는 “지난해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으로 ‘신세대 평화론’을 제안했다”며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무모한 공포의 균형을 꾀하지 말고 민족의 살 길을 찾아 공존의 균형으로 나아가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5선 의원이자 집권여당 대표의 바람이 실현된 셈이다. 추 대표는 2016년 8월27일 당대표로 뽑혔다. 반년이 채 되지 않은 그해 겨울, 추 대표는 촛불광장에 섰다. 전무후무한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노력 끝에 탄핵을 끌어냈다. 다른 야당을 설득하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대선. 추 대표는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의 지휘 아래 당이 하나가 돼 선거운동에 나서 승리했다. 야당 대표였던 추 대표는 지난해 5월9일 여당 대표가 됐다. 대선 승리만 3번.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추 대표에게는 집권여당의 ‘당수’라는 책임감이 더 크다. 추 대표에게 남북문제를 비롯해 정국 현안, 개인적 소회를 들어봤다.

#남북관계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어떻게 봤나
“남북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인이 따뜻한 시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모두 한마음으로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화약고 한반도가 아니라 평화로 안락한 민족의 보금자리 한반도가 될 것이다.”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남북 문제에 남다른 식견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이 ‘신 베를린 선언’을 할 때만 해도, 그땐 많은 사람들이 ‘그냥 하는 연설일 것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마음 속엔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본다. 민족의 운명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이 같은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을 토대로 한미, 북미 정상회담 등도 성공할 것이고 남북 평화도 정착될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봤나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신세대 평화론’을 주창했다. 북한 권력 핵심인 김정은과 김여정은 1980년대생이다. 동시에 어릴 적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 이들은 개혁과 개방에 두려움이 덜한 신세대다. 이런 신세대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의 손을 잡고, 북미 대화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실현해 가자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도 안보를 정권 유지용 이슈로 사용할 의사가 없다. 실제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불신을 털었다. 주먹을 풀고 화해의 악수를 내밀었다. 이번 회담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울러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앞두고 있다. 비핵화는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상호 신뢰와 철저한 검증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번 회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70년 슬픔을 견뎌낸 이 겨레에게 이번 회담은 어려운 한 걸음을 성큼 걸은 것이다. 이 걸음이 헛되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과 성심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훌륭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이제 실행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남북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 또 평화의 길을 방해하거나 또 폄훼하거나 평화를 정쟁거리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한과 모든 소통 채널을 막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부추기고, 민간 교류마저 단절시킨 보수정권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 회담과 별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로 외교력을 넓혀가야 한다. 야당도 한반도 미래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이제라도 마음을 모아야 한다.”

#집권여당 대표 1년

-5월10일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다. 당대표로서 소회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요구와 지지 속에 출범한 정부다. 국정농단으로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자존심과 긍지를 되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밖으로는 대치 위기까지 몰린 한반도도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당대표로서 하고 싶었던 일 1순위는 무엇이었나
“2016년 8월에 당대표로 선출됐다. 2년의 임기 안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두 개의 큰 선거가 있다. 두 선거를 꼭 이기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당과 국민을 위해 가장 절실했던 정권교체였다. 준비된 정당, 문재인 후보로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정권교체는 완성이 아닌 시작이다. 올해는 집권 2년차로 지방선거가 있다. 국민은 지금 ‘이게 나라다’라고 말한다. 정치, 외교, 경제, 민생 등 모든 부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청와대와 여당 대표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여당은 국민 여론을 보는 하나의 창이다. 정부 정책에 대해 당에서는 ‘국민이 봤을 때는 이런 점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정책에 대해서는 내가 고위당정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사전에 세밀한 조율을 한다. 또 정례적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를 하면서 당이 공약한 것, 국민이 바라는 것 등을 정책에 흡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정무적인 사안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청와대와 교감하고 있다.”

-당대표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당대표로 선출된 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맞아 거대한 촛불의 한복판에 섰다. 국민이 부여한 시대적 소명을 받아들였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야당을 설득하고 탄핵 대열에 동참시키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제1야당의 대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정국의 변수로 떠오르던 시기다. 결국 정권교체를 해냈다. 당 대표직을 수행하며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원·지지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있나
“주로 늦은 밤에 카카오톡이나 SNS에 답글을 달고는 한다. 당원, 지지자들과의 소통은 언제나 긴장되면서도 유익하다. 소통의 문을 열어놓으면 정보의 속도는 빨라지고, 양도 많아진다. 어떤 때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또 이런 상황이 가끔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도 한다. 특히 당내에서 논란이 있을 때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당원들이 걱정하기도 한다. 나는 그럼 다시 답글을 통해 솔직한 상황과 심정을 털어놓는다. 결국 진심은 소통되고 퍼지게 돼 있다.”

#추미애의 시선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좌절됐다
“민주당은 개헌 당론을 가장 먼저 결정했고, 당·청 간 협의를 거쳐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했다. 이번 10차 개헌은 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
집권 연장과 정략적 유불리에 따른 개헌이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대통령, 책임총리제는 사실상 대통령제의 이름을 쓴 내각제에 불과하다. 야당도 지난 대선에서 6월 개헌을 약속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헌신짝처럼 버렸다. 매우 안타깝다. 국민투표법 개정도 거부했다. 이런 야당에 과연 국정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한국 사회는 땀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 힘들게 일을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땀보다 불로소득에 의지하는 왜곡된 경제구조가 크다. 주기적으로 불었던 부동산 투기 광풍이 소수의 불로소득을 집중시켰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지대추구 사회를 개혁해야만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의미와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방권력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에 동참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인맥, 학연이 섞인 지방의 토착비리는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가 광범위하고 크다. 뿌리 뽑기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팔자려니’ 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지방 적폐 청산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방선거에서 내세울 정책 이슈는 뭔가
“문 정부는 일자리 정책이 최우선 과제다.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도 필수다. 야당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은 늘지 않고, 자영업만 어려워질 것이라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대책이 조금씩 실효를 거두며 최저임금 인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동산 규제, 대입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책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인간 추미애, 정치인 추미애

-지지자들은 추 대표를 추다르크라고 부른다. 추미애의 리더십은 뭐라고 생각하나
“20여 년 전 초선 시절의 일이다. 고향인 대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후보 유세를 할 때 지역감정과 맞서 싸워야 했다. 지역감정이 심할 때다. 야당에서 대구 유세를 하다 돌을 맞기도 하던 때다. 유세단 이름을 ‘잔다르크 유세단’이라고 붙이고 지역감정과 정면으로 싸웠다. 그 이후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생겼다. 정치인으로서 초심을 떠오르게 하는 별명이다. 유불리 때문에 대의와 양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원칙과 소신을 갖고 정치를 해 나가는 것이 나의 리더십이다.”

-건강유지 비결이 있나
“지나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정치인은 생각도, 언행도, 외면도 국민께 신뢰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별도의 운동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그 대신 점심시간 전후로 국회 주변을 걸으며 운동 겸 생각을 정리한다. 짧게 주어지는 여유지만 일과에 활력을 주는 나만의 시간이다.”

-엄마 추미애는 어떤 사람인가
“엄마와 정치인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 아이들이 클 때 엄마가 곁에 꼭 필요할 때마다 있어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 내가 정치인이라서 자녀들에게도 관심이 많이 갔다. 아이들이 길에서 나를 마주칠 때면 간혹 피해 다니기도 하더라.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아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고 있다. 엄마의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당대표 이후, 추미애의 정치 계획은
“당대표 선출 당시 정당 지지율이 30%대 초반이었다.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이 그 어느 때보다 내부 분란이 없고 안정적으로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백년정당, 백만당원’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미 당원은 100만을 훌쩍 넘어섰고, 이제 100년 가는 정당이 되기 위한 기초체력도 다지고 있다. 내 마지막 소임은 국민과 함께 100년의 희망을 키워가는 튼튼한 정당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 역할에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리더> 5월호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5월은 감사와 은혜로움이 있는 달이다. 먼저 어린이들에 대해서다. 부잣집 딸이나 가난한 집 아들이나 출발선이 같을 수 있는 보육·교육 제도를 완비할 책무가 있다. 어버이 세대의 고령화도 큰 문제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양극화도 심화한다. 노인들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또 지금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실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에 빚진 것이 있다. 진실을 밝혀 민주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일을 앞당겨야 한다.”


現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광진구을/더불어민주당)
現 더불어민주당 대표
1958년 10월 23일,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 출생
한양대학교 법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광주고등법원 판사
새정치국민회의 인권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대통합민주신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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