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남]민주당 경선 승리=도지사 직행 티켓?

여당 경선은 3파전 예상, 야당은 아직 감감무소식

머니투데이 더리더 순천(전남)=편승민 기자 2018.04.04 08: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나라의 대통령도 싹 다 돌라쳐먹고 이런 세상인디…어제 검찰 가서 오늘 새벽까지 조사받고 나오고 뭔 짓거리예요. 하나 믿을 것 없어요. 대통령도 그러는디 누굴 믿겄어요.”

80여 일밖에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 민심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순천을 대표하는 오일장인 웃장을 찾았다. 불과 하루 전인 3월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온 직후였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본 국민들은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누구 하나 믿고 뽑겠느냐며 실망감을 비쳤다. 

순천시 오일장인 웃장 /사진=순천시청
웃장에서 아내와 함께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 씨(54)는 “정당하게 월급만 받아먹는 사람이 없어요. 뇌물이나 받아먹고 일 봐주고…정의라고는 하나도 없어”라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며 지방선거에서도 누구를 뽑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신발가게 주인 양모 씨(62) 역시 한마디 보탰다. 그는 “대선 나올 때 자기는 봉급도 안 받는다 그랬어. 그런데 저렇게 챙겨부러. 선거해서 뽑아봤자 다 자기꺼 챙기지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아니여. 다들 말로만 전통시장 활성화한다 하지, 여기는 완전 엉망이여”라고 말했다.

그래도 선거 때 투표할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국민 주권은 행사해야 하니께 투표는 해야지"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민주당 선택한 호남, 사실상 민주당 경선이 본선 될 듯
전남지역은 이낙연 도지사가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일찍이 무주공산이 됐다. 그러면서 당초 전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로 언급됐던 사람은 6~7명에 달했지만 이개호 민주당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잇달아 전남지사 출마를 포기하면서 경선 후보는 현재 3명으로 압축됐다.

민주당 전남도지사 경선은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 비서관과 장만채 전 전남도 교육감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력한 국민의당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박지원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당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당하면서 먼저 주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당이 분리되면서 주 의원 측이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출마를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의 출마 여부 역시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아직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이 없는 상태이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역시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민중당에서는 이성수 전남도당위원장이 출마한 상태다. 

이렇게 여당 후보들만 과열 양상을 띠면서 사실상 전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순천에서 16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박모 씨(71)는 "택시들이 이런 민심에서는 사실 소식이 제일 빠르잖아요. 아직 경선도 안 해서 애매모호하기는 하지만 호남권이니 민주당에서 확실한 인물만 나와준다면 거의 된다고 봐야지"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전남 지역내 대결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전남 형태가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나뉘는디 동부권이 인구도 많고, 전라남도 세수도 동부권에서 많이 나와요. 그런데도 국회의원이나 정계에서 주도하는 사람들은 다 서부권 출신이여. 동부권에서도 인물이 나와줘야 하는디…”라고 했다.

실제로 전라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유권자 157만 명 가운데 약 28%에 해당하는 58만 명이 여수와 순천, 광양 등 동부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전남도지사는 민선 1기 허경만 지사를 제외한 3명의 전 지사가 모두 전남 서부권 출신이었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 동부권 유권자 잡기에 후보들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 후보 중 유일한 동부권 출신이었던 노 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는 동부권 표심을 잡기 위한 ‘영입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 

장 전 교육감의 경우 출생지는 서부권인 영암이지만 순천대 총장을 지냈고, 재선 교육감을 하며 유일하게 동부권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다. 그는 여수산단 대기업 유치, 포스코 광양제철 지역 인재 할당 확대, 여수 엑스포 시설 활용 방안, 순천만정원 전국 최고 관광 명소 육성 등의 동부권 공약을 내놓았다.

순천 지역의 민심은 대체로 민주당을 선호하면서도 경선 결과 이후 본선은 가봐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여당의 바람이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천역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31)는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모습은 불편하다. 아직 임기를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도와주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해야 아무래도 국회도 탄력을 받아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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