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춘희 재선해야” vs “신도심만 살펴…바뀌어야”

세종시, 신도심 vs 구도심 갈등 심각…표로 민심 나타낼까…행정수도 이전, 2030세대는 ‘반대’ vs. 4050세대는 ‘찬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세종=홍세미 기자 2018.04.03 09:3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세종시청/사진=더리더
세종시장 선거 민심을 살피기 위해 3월19일 방문한 세종시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올라가고 있는 건물들, 비어 있는 상점은 세종시가 아직 개발 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개발하고 있는데 시장이 바뀌면 되겠어요.” 시청 앞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오모 씨(51)는 올라가는 건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세종시는 지금 한창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개발이 한창인데 시장이 바뀌면 되겠는가? 하던 사람이 계속 해야 완성되지. 그래야 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어느 당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수도권에서 내려와서 특히 좋아하는 당은 없다”면서 “다만 지금 정부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세종시 주민 평균 나이는 36.7세다. 전국 평균 나이인 41.5세에 비해 4.8세가 젊다.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2월 기준 세종시의 인구는 29만2166명으로 집계됐다. 출범 직후인 2012년 7월 말 10만5349명보다 약 3배까지 늘었다.

젊은 세대의 유입 인구가 많아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시청 주변에서 만난 이모 씨(30)는 세종시장을 묻는 말에 “사실 잘 모르겠다. 세종시에 온 지 2년 됐다. 내가 이 시장을 뽑지도 않았고 어떤 이유로 이 시장이 뽑혔는지 모른다. 다음 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뚜렷하게 ‘누구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다지 없다”고 밝혔다.

안희정 사태가 세종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28)는 안희정 지사 사태에 대해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세종시장 선거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가 물론 충청도이긴 하지만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은 ‘충청도’라는 생각이 별로 없다. 충남도는 옆 동네다. 세종시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당에서 이춘희 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고준일(38) 세종시의회 의장이다. 고 의장과 이 시장은 민주당 세종시장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성용 전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이 후보로 등록했다.

▲세종시/사진=더리더
◇행복중심복합도시 외 지역 “소외당했다”

이 시장에 대한 평가는 시청과 청사가 위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는 좋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쓴소리가 나왔다. 세종시의 대표적인 시장인 조치원에 위치한 세종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자영업자 조모 씨(56)는 다음 선거에서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은 청사와 시청이 있는 쪽만 들여다보지, 이쪽(조치원)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여기가 세종에서 제일 큰 시장이다. 그럼 이 시장을 살려야 할 것 아닌가. 세종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여기는 오르지도 않았다. 발전도 안 됐고. 다음에 나오면 자유한국당을 찍을 예정이다.”

◇이완구 전 총리 등판론도…‘오지 않는 게 모양새 좋아’
야권에서는 이 시장의 독주를 막을 인물이 선뜻 나오지 않자 충남이 기반인 이완구 전 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촉발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무죄로 확정받았다. 세종시장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세종 정가에 돈다.

세종전통시장 인근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모 씨(59)는 “(이 전 총리가 출마한다는)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와서 되겠나. 안 나오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당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면서 검찰에 불려간다. 충남이면 모를까 여기는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치원에 위치한 세종전통시장/사진=더리더
◇세종시 행정도시 이전, 2030 vs 5060 세대 간 갈등

청와대 개헌안에 수도 이전이 포함되면서 세종시 행정수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해 11%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이다.

분양은 완료됐지만 아파트는 비어 있다. 매매만 해놓고 살지 않는 집이 많다. 이런 집들을 대부분 전세나 월세로 돌려 전셋값이 매매에 비해 50% 정도 수준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80~90%를 웃돈다.

국책연구단지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여•32)는 “남편 직장이 세종시라 이쪽으로 내려왔다. 집값은 비싼데 전셋값은 싸서 일단 전세로 살고 있다. 만약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이전된다면 아파트 가격이 더 비싸질 것 아닌가. 젊은 세대나 신혼부부는 보통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오르면 좋을 게 없다. 투기꾼들이 모여 아파트값과 땅값을 상승시켰다. 행정수도가 되면 그들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반면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4050세대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겼다. 집이 조치원 지역이라는 이모 씨(45)는 “세종시로 수도가 이전되면 나쁠 게 없지 않으냐. 어찌 됐든 세종이 발전하는 길이니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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