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위력

야권 단일,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내세울 후보 없어 단일화하는 것은 필패”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4.02 10: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야권이 분열됐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해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야당만 네 정당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양당으로 나뉘었던 정계가 ‘다당제’가 됐다. 야권에게 분열은 선거에서 악재다. ‘야권 분열’은 필패 공식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등과 ‘더블 스코어’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표 차이가 벌어진 것은 보수정당이 분열된 이유가 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24.0%)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6.8%)의 합은 30.8%다. 만약 안철수 전 의원(21.4%)까지 합하면 52.2%를 기록한다. 1대1 구도인지, 1대 다(多) 구도인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2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47%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이 14%, 바른미래당이 6%, 정의당이 5%, 민주평화당이 1% 순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단일화 혹은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일화는 선거에서 파급력을 갖는다. 단 3%의 지지율로도 선거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본선보다 흥미로운 경선을 거치면서 야권 시너지를 얻어 ‘바람’을 타고 당선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야권 단일화가 성공하지는 못했다. 명분이 약하고 바람을 타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

◇DJP연합
15대 대선 결과는 연합으로 좌우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득표율 40.3%로 대선 고지에 올라섰다. 상대 후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38.7%로 고배를 마셨다. 차이는 1.6%p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은 충청도였다. 당시에는 지역주의가 지금보다 더욱 공고했다. 호남은 민주당계에, 영남은 한나라당에 표가 쏠렸다. 중간에 위치한 충청 표심이 어느 곳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충청권에서 DJ는 108만6252표를, 이 전 총재는 67만8033표를 각각 얻었다.

DJ가 충청의 표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김종필 전 총리(JP)와의 연대 덕분이다. JP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DJ와 함께 3김으로 불리던 정치적 거물이다. DJ가 승기를 잡기 위해 JP에게 연대를 청했다. 조건은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DJP 연합은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총재로 하고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총재로 한다 △제16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하기로 합의하며 실세형 총리로 한다 △경제부처의 임명권은 총리가 가지며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한 명을 자민련 소속으로 한다 등의 조건으로 성사됐다. DJP연합은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우선 충청권에서 DJ의 손을 들어줬고 또 DJP연합으로 영남권에서 DJ에 대한 반감을 극복하는 데 성공, 이 전 총재가 ‘몰표’를 받는 것을 차단했다는 평이다. DJ는 대구•경북에서 14대 대선보다 5% 많은 14%의 득표를 기록했다.
 
◇노무현-정몽준 연합
16대 대선에서도 연대는 승패를 좌우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지역 표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몽준 전 국민통합21 대표와의 연대 덕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켰다. 지지율 10% 미만의 ‘군소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1차 경선지역인 광주에서 1위를 기록했다. ‘호남의 선택’을 받은 그는 전국적으로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정몽준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대선 판은 1강(이회창) 2중(노무현•정몽준) 구도로 형성됐다.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단일화하기 직전인 2002년 11월 1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36.1%, 노 전 대통령은 22.4%, 정 전 대표는 21.7%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대표는 대선 전 여론조사를 토대로 단일화하겠다고 합의했다.

공식 후보등록일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 세 곳이 조사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대표를 앞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대선 하루 전날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20%를 기록한 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노 전 대통령에게 옮아가면서 대선 고지에 올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영남에서 이 전 총재와의 격차를 좁혔다. 노 전 대통령은 총 175만3275표를 얻어 이 전 총재(472만4185표)와 290만여 표 차이를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DJ와 이 전 총재 간의 영남 지역 표 차이는 325만 표였다. 

◇‘박원순’ 야권 단일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지지율 3%의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선거의 주인공이 됐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수 미달로 불발되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퇴했다. 서울시장 공석으로 보궐선거가 열렸다.

9월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전 후보의 지지율은 3.0%에 불과했다. 1위는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9월6일 안 전 원장과 박 전 후보가 20분 회동을 가졌다. 이후 안 전 원장은 박 전 후보를 껴안는 등 지지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전 원장의 지지는 박 전 후보에게로 옮아갔다. 안 전 원장의 지지와 야권 단일화를 거친 박 전 후보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단일화 직후인 10월5일 발표된 서울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박 전 후보는 50.7%를 기록해 40.3%를 기록한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10.4%P 앞섰다.

야권은 민주당 소속 박영선 의원과 박 전 후보, 민주노동당 최규엽 교수로 나뉘었다. 세 후보는 단일화 후보 경선을 치렀다. 박 전 후보가 52.1%를 기록, 박 의원(45.5%)을 따돌리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안 전 원장과의 회동, 그리고 민주당 경선을 거치면서 박 전 후보는 집중 조명됐다. 결국 박 전 후보는 53.4% 득표율로 나경원 전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18대 대선

야권 연대가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 2012년 18대 대선은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사람은 세 명이다.

한나라당 17대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에게 고배를 마신 박근혜 전 새누리당 후보,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 그리고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치권 샛별로 등장한 안철수 전 대학원장.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단일화하기 전, 2012년 11월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후보는 43.0%, 문 전 후보는 26.5%, 안 전 후보는 24.1%를 각각 기록했다.

11월26일 안 전 후보가 대통령 후보를 사퇴, 사실상 문 전 후보와 단일화했다. 그 이후 발표된 KBS 여론조사에서 박 전 후보는 46.8%, 문 전 후보는 44.1%를 기록했다.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문 전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은 55.7%였고 박 전 후보를 지지했다는 비율은 19.2%였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문 전 후보에게 100% 흡수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예비후보는 문 전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후보 등록하지 않았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는 문 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결과는 박 전 후보가 51.5%, 문 전 후보가 48.0%를 기록했다. 야권 단일화를 이뤘지만 온전히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했던 점, TV토론 과정에서 이 전 후보의 날 선 발언 등이 패배 원인으로 꼽혔다.

◇“야권 단일화, 시너지 내기 위해서는…”
야권 연대 혹은 단일화가 시너지가 나기 위해서는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야권 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나려면 야당끼리 서로 주장하는 바가 뚜렷해야 한다. 이를테면 ‘정권 심판’처럼 주제가 뚜렷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권 연대를 하게 되면 당 게임이 아니다. ‘인물론’으로 가게 된다”면서 “어떤 인물이 연대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연대한다는 이유라면 파급력을 얻기 어렵다”면서 “야권이 연대할 때 예선이 본선보다 재밌어야 한다. 여론을 이끌 흥미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후보가 없이 내세운다면 경선도 미적지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급력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