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대통령안 발의, 개헌 뒷문은 잠겼다”

"문대통령 개헌안 발의, 여야 모두 더 미룰수 없는 상황 돼"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우경희, 김민우 기자 2018.04.02 14: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개헌의 뒷문은 잠겼다.”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의 키를 잡은 김재경 위원장(자유한국당• 4선•경남진주)은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로 뒷문을 잠그면서 여야 모두 더 이상 미루거나 물러설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대통령 개헌안’에 반발하는 야당 입장과 결이 다르다. “개헌의 수혜자인 2030세대를 위해 책임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헌정특위 위원장을 맡은 그의 고민이 드러난다.

개헌은 명실상부한 올해 최대 이슈다.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의를 반영해야 할 국회는 외려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 헌정특위가 여야의 이견 조율은 물론 청와대와 속도조절까지 복수의 난제를 안은 셈이다. 그래서 위원장으로 법조인 출신 4선의 김 의원이 적임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

-헌정특위 위원장, 독이 든 성배라고들 한다
▶제안을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 있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볼 때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성과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락한 이유가 있다. 개헌의 수혜자들이 20~30대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이익이 되느냐를 떠나서 그 사람들을 위해 책임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명의식이 생겼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달간 헌정특위를 운영해보니 어떤가
▶개헌의 경우 요건이나 절차가 워낙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헌법을 만지는 게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전제에 깔고 있다. 국민들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성과를 목말라하고 있다. 여기서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회 논의가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개헌 발의 자체가 갖는 여러 부담스러운 효과들이 예상되긴 한다. 반면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순기능도 있다. 뒷문을 열어놓고는 개헌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여야 모두 경험상 알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개헌 발의 자체가 뒷문을 걸어 잠그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대통령은 원래 일정(6월13일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대로 가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원론적으로만 생각했다. ‘국회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개헌안을 내놔봤자 결과는 부결이다. 후폭풍이 온다’ 등의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상황이 달라졌다. 현 단계에서 대통령이 말을 거둬들이기 어렵다. 어차피 투 트랙(청와대-국회) 논의도 가능하다. 국회는 국회대로 역할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만나는 장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게 협상정치다.

-촉매제가 오히려 국회 논의를 흐지부지하게 만들 수 있는데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후 특위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개헌안’을 중심에 놓고 얘기하지 말자고 해도 결국은 그쪽으로 끌려가게 돼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철회되거나 부결된다 하더라도 특위 시한이 남아있는 한 ‘대통령 개헌안’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개헌안’의 근간이 된 국민개헌자문특위안을 보면 전문가적 결론이라기보다 정치적 스탠스를 취했더라. 대통령이 좋은 이미지를 만들 기회를 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문위안이 더불어민주당 안보다 약간 후퇴해 있다는 게 그 예다. 대통령이 권한을 스스로 더 내려놓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도록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을까. 민주당 안보다 후퇴한 자문위 안이라는 게 말이 되나.

-헌정특위 여야 논의에서 해결해야 할 지점은 뭔가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종식시키자는 것이다. 권력구조 논의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당론이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안과 민주당 안을 모아 비교해보면 결국 국무총리를 누가 임명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불행하게도 여기에 간극이 있다. 민주당 안은 4년 연임제의 대통령제를 골간으로 하고 여전히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거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주고 총리는 국회 다수당의 신임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선출하고 내각을 총괄한다. 이게 그 간극이다. 총리 임명권 문제만 해결되면 권력구조 문제가 풀리고 엄청나게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거다. 추천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이 된다. 그런데 한국당도 국회에서 선출하겠다고만 하면 답이 없다. 국민의 개헌 요구가 거센데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추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나
▶추천도 단순한 게 아니다. 추천을 국회 1당이 할 수도 있고, 과반수 의견을 모아서 하다가 안 되면 교황을 선출하듯이 하는 방법도 있다. 1당이든 2당이든 여당이 추천할 수도 있다. 여당이 추천하면 대통령 뜻을 받게 되지만 결국 야당과 상의를 안 할 수 없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국회 추천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와 평상시 국회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극적 변화의 장면으로 가기 위해선 정치권이 유연해져야 한다. 서로 유연해지면 분명한 해결책이 보인다. 헌법 수혜자들은 지금 사회로 진출하려는 세대다. 기성세대의 머리만으로 헌법을 고쳐서는 안 된다.

-개헌을 꼭 향후 30년의 틀을 바꾸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필요하면 할 수 있지 않나
▶헌법은 통치의 틀을 정하는 것이다. 개헌은 조금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개헌에서 청와대는 합의되는 부분만 먼저 하자고 하는데 핵심을 빼놓고 곁가지만 고치는 것은 헌법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권이 혹시라도 ‘우리 뜻대로 되면 다행이고 안 되더라도 우리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식으로 개헌을 대한다면 이건 소위 말하는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상한 장면을 만들어내면 안 된다.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자기들의 의견을 갖고 설득해보고 안 되면 뭔가 더 내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누가 개헌할 뜻이 있는지 다 알고 있다. 성과를 만들려면 총리와 대통령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기에 모든 게 달려 있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에 국회는 논의가 늦어진 게 문제 아닌가
▶국회가 지금까지 뒷문이 열려 있는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국회의 가장 잘못된 병폐 중 하나가 그거다. 광역의원 정수 조정을 위해 특위를 열었을 때를 보자. 특위 처리 시한이 있었는데 결국 늦었다. 회의가 무산됐다. 그때도 ‘때 되면 다 됩니다’고 하더라. 숨이 목에 차야 뭔가 성사된다는 식의 사고다. 열을 받았다. 참 잘못된 관행이고 병폐다. 끝까지 일단 끌고 가보자는 식이다. 개헌 논의도 그런 식으로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뒷문이 닫힌다. 앞서 말한 것(총리임명권)이 해결되면 확 갈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6월13일 시기를 강조하는데
▶시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도 시기를 지키는 약속보다 국민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것’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좀 상황을 유연하게 봐야 한다. 야권도 무조건 6월13일이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대통령의 노력과 체면이 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월13일에 지방선거와 같이는 못 해도 ‘저 정도면 분명 개헌은 되는 것이구나’하는 안도감을 청와대에 줘야 한다는 거다. 원체 큰 정치적 어젠다니까 6월13일에 못하게 되더라도 진척 상황을 국민께 보고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큰 흐름이 있다. 다른 소수 야당과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종식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선거구제 개편으로 연결되는 공감대가 있다. 야권 공조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 가다 보면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출발은 긍정적이다. 영남권 의원들도 중대선거구제를 수용하는 데 긍정적이다. 나부터도 긍정적이다.

-지방선거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한국당이 어렵다는 게 계량화된 수치로 나온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장 후보가 전체 판에 주는 상징성이 있는데 마련을 못하고 있는 게 참…. 수도권 야권 공조는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가 나름대로 격에 맞는 후보를 갖고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 역할 분담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마련하지 못하고 논의에 들어간다면 가슴 아프다. 홍준표 대표가 얘기하는 광역단체장 6석이 난망하다고 보진 않는다. 중앙직능위원회 의장이 돼서 지방을 한 바퀴 돌았는데 분명 여론조사와는 다른 기류도 기저엔 있다.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진 않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다.

국회 헌정특위 김재경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정개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경남도지사 판세는 어떻게 보는가
▶여당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아주 특이한 장점을 가진 후보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적자다. 외모와 여러 경력을 볼 때 이 시대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개인 캐릭터도 그렇다. 지역구는 김해고 성장은 서부경남에서 했다. 경남도지사 후보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우리가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현재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대부분이 우리당 소속이고, 16곳 중 12곳에 현역 의원이 있다. 해볼 만은 하다. 경남도지사 선거의 경우 시간이 가면 우리한테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주시장 선거는 큰 흔들림이 없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30% 정도라고 보면 야권 단일화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시장 선거부터 필요하다면 경선을 해서 단일 후보로 여당 후보에 대응하겠다. 바른미래당에도 의미 있는 후보들이 있다.

-4선을 거치며 느낀 정치권의 가장 큰 변화는
▶처음엔 수천 명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이 느껴지면 휘청할 때가 있었다. 선수가 높아지다 보니 그런 건 없어졌다. 뭔가 눈에 보이는 듯도 하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벌어졌던 몸싸움이나 물리적 충돌, 부정부패 등이 많이 사라졌다. 다만 당 지도부에 너무 의존하는 문화와 성향들, 의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권한을 너무 쉽게 내려놓고 권력에 순치되는 것 등에 대해선 불만스럽다. 또 소위 대결단이라는 것을 해서 뭔가를 한꺼번에 바꾸는 식의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뭐든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바뀌는 게 효과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그런 부분들이 남아 있어서 아직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당부는
▶복지단체를 찾고 외롭고 힘든 이들의 손을 잡고 하는 건 인간적으로 참 좋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북미관계나 북한과의 관계를 숨 고르기 단계까지 끌고 간 것은 다행이지만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역할을 다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과연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는 선의로 접근하는지에 대한 불안과 의문은 여전히 있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계속 분석하고 노력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렵다. 개헌에 대해선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한다. 지금부터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고 갈 수도 있다. 정말로 개헌이라는 성과를 내는 대통령이 되고 정치적 부담을 덜 지는 상황이 되기를 기대한다.

-보수에 왜 인재가 영입되지 않을까
▶민주당이 그간 아무리 망가져도 서울시장 후보는 있었다. 우리 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정치 특색 중 하나다. 우리도 어려운 상황이 온 거지. 진정한 보수가 되려면 한국당도 뭐가 문제인지를 알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체질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옛날 같으면 한국노총 출신이 원내대표가 되는 꿈이나 꿨겠나.


김재경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現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現 제20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現 제20대 국회의원(경남진주시을/자유한국당)
1961년 10월 10일, 경남 진주 출생
제17대,18대,19대 국회의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대담 박재범 머니투데이 정치부장(더리더 공동 편집장) | 정리 우경희, 김민우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기자 cheerup@mt.co.kr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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