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의 존재 목적은 국가방위…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 2018.04.01 08: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반도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그럼에도 軍은 존재 목적에 부합해야…
평화는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 역사적 사실…
한반도 정치구조 하 한미동맹은 국가의 핵심이익…


한반도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드리워졌던 전쟁의 그림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되기 시작한 평화의 빛으로 인해 걷히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접견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로도 한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적대정책을 폐기한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화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특사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금방이라도 북한 비핵화를 넘어 남북 통일의 문이 열릴 것 같은 분위기다. 4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평화체제로 급전환되거나 또다시 전운이 고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말대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유리그릇 다루듯 하는 모양새다.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추진되고, 4월1일부터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됐던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KE/FE)이 시작된다. 훈련은 예년 수준이라는 국방부 발표와 달리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규모와 기간을 축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 정치적 상황 변화에서 군(軍)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군은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국가정책을 뒷받침해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새뮤얼 헌팅턴은 국가정책에 대한 군의 관점은 국가를 가장 중요한 정치 단위로 보아야 하고, 국가안보에 대한 지속적 위협과 전쟁 가능성의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며, 안보 위협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강조하고, 강력하고도 다양한 군사력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가안보의 약속이나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전쟁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여 필요하다면 반대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군은 정치적 목적의 도구이고, 국가의 정치적 목표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적 목표를 지향하는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리적 관점에서 군은 군사적 대치 국면을 대화로써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군은 존재 목적에 부합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군의 존재 목적은 적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고, 적이 도발할 때는 승리함으로써 국가를 방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전력 증강과 교육훈련을 통해 유무형 전투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평화분위기 조성으로 군의 역할이 축소되는 듯하다 하여 정부 정책에 반해서도 안 되겠지만, 이완된 대비태세로 교육훈련의 약화를 초래해서도 안 될 것이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감격스러운 듯 “이제 전쟁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군을 혼란에 빠뜨렸고 국민의 안보태세를 무장해제시켰다.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여기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병사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정신적 대비태세의 이완이 우려된 나머지 지휘관들은 장병 정신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전쟁이 없다던 대통령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연평도와 대청도 근해에서 해상 도발을 자행했고, 2010년에는 우리 해군의 천안함을 어뢰 공격하여 46명의 해군 수병들이 전사했으며, 6•25전쟁 이후 최초로 우리의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북한 정권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이거니와 선의로만 받아들였던 우리 정부의 전략 없는 순진함은 지금의 우리에게 반복된 우를 범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김정은의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로도 한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말에 현혹돼서 대비태세가 이완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분명한 것은 역사에 기록된 모든 평화는 비평화적 방법인 힘을 비축하여 얻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평화를 선의(善意)의 평화로 얻고자 하는 것은 비겁함이고 자멸의 길로 이르게 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군은 문 대통령께서 “평화는 강력한 국방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힌 바와 같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국가방위라는 존재 목적에 부합된 대비태세를 유지하여 대화로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힘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한미군사동맹을 계속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한미동맹은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사활적 이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한반도 정치구조를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 반드시 존속돼야 하는 핵심 이익이라 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에 동의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개선이 한반도평화체제로 이어질지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는 조건 아래 북미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미군사동맹은 계속 발전돼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치 상황은 존재 목적에 부합한 ‘안보’ 가치 중심의 군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군은 어떠한 상황 변화에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존경과 격려를 받아야 할 군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는 언동으로 전투력을 약화시키지 말 것을 첨언하는 바이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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