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7년에 걸친 ‘채무 제로화’ 성공 비결은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우수참가작]태백시 ‘민영화를 통한 채무 제로화 추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3.27 14: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태백시내 전경 /사진=태백시 제공
태백시는 과거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지역 경제를 부흥시켰다. 그러나 1989년 정부는 비경제 탄광을 폐광시키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폈고, 이에 따라 탄광이 집중돼 있던 강원도 태백산 지역 일대는 실업자가 증가하고 지역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됐다. 이에 미래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하기 시작한 태백시는 4400억 원을 투자해 골프장, 스키장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2009년 준공했다. 그러나 경영부실로 인해 투자 대비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결국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단체로 지정받기에 이르렀다. 

시의 재정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는 일념으로 태백시는 우선순위를 채무 변제에 두고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시의 각종 경비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오투리조트 민영화, 공유재산 매각에 이르기까지 태백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 제 1차 채무 제로화 정책을 시작한 지 7년의 시간이 지나, 2016년 12월 태백시는 재정위기 ‘주의’ 에서 해제됐다. 아직 태백시가 원하는 완벽한 채무 제로화(0%)를 위해서는 2021년까지 매년 150억 원씩 채무 상환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투리조트 민영화와 공유재산 매각은 채무 변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초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지자체 재정건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태백시 정책은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귀감이 될 만해 우수참가작에 선정됐다. 

<더리더>는 태백시 ‘민영화를 통한 채무 제로화’ 정책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태백시청 기획감사실 이정우 계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무 제로화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백시청 기획감사실 이정우 계장 미니 인터뷰

-제2회 머니투데이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우수참가작으로 선정됐다. 태백시 ‘민영화를 통한 채무 제로화 추진’ 정책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한마디로 ‘빚을 졌으니 빚을 하루빨리 다 갚겠다’는 정책이다. 태백시는 과거 국가경제 발전 원동력이던 석탄산업 중심지였으나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인구가 급감해 지역경기가 매우 위축됐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산업 육성 필요성을 느껴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하고, 태백시와 코오롱 컨소시엄이 공동출자해 4403억 원의 사업비로 스키장, 골프장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2009년 준공해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투리조트 경영부실로 태백관광개발공사뿐만 아니라 보증채무 1307억 원으로 인해 2014년 12월 채무비율이 35.30%로 급격히 높아졌다.
결국 2015년 7월, 정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받아 신규 투자 등 태백시 재정 운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지역경기가 침체되어 태백시는 채무 제로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오투리조트 민영화(매각)를 통한 채무 제로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2010년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오투리조트 민영화 조치 명령 이후 태백시 자체적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부채 제로화를 위한 제1차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그동안의 행정환경과는 180도 다른 생태계에 너나 할 것 없이 적응하기에 힘들었다. 당시 시장 업무추진비 13% 감축을 비롯해 시정홍보비 10% 감축은 물론, 부서별 사무관리비, 공무원 출장여비 등 경상적 경비, 행사성 경비, 민간이전 경비 등은 24% 이상을 절감 감축하여 부채 상환 등에 활용했다. 그렇게 그동안 늘 수행해 왔던 경비 집행이 일시에 막히다 보니 부서별, 또는 직원들로부터 아우성이 일어났다. 어떻게 보면 태백시는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셈이다.
제1차 부채 제로화 정책 추진으로 2014년 상반기 부채를 제로(0%)로 만들었지만, 그해 하반기 오투리조트 보증채무 1307억 원을 떠안으면서 부채비율이 다시 35.30%로 급격히 상승했다. 그리고 제2차 채무 제로화 정책을 펴면서 공무원들이 힘들어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로부터 2015년 7월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받으면서 재정운용의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경상경비 책정은 물론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 반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산 안 세워 주면 일 안 하면 되지 뭐” 하는 식의 자조 섞인 말과 푸념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태백시청사전경 /사진=태백시 제공
-정책이 실행되면서 가장 보람될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태백시 채무가 변제되면서 재정위기 ‘주의’ 단체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분야로 재정이 다시 투자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2016년 12월20일 재정위기에서 공식 해제되면서 2017년도는 일자리창출분야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채무상환액이 2016년 420억 원에서 2017년도 및 2018년도에 각각 150억 원씩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지역경제활성화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난 점을 들 수 있다. 2016년 대비 2017년도에는 135억 원에 이르는 일반회계 예산이 증가했고, 올해는 2017년도에 대비해 101억원의 일반회계 예산이 증가했다. 이는 재정위기 ‘주의’ 단체에서 벗어난 효과가 아닌가 싶다.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첫째, 오투리조트의 민영화다. 다시 말하면 어렵게 매각에 성공한 점이다. 부영주택에 오투리조트를 800억 원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더불어 오투리조트에 종사하던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골프장 운영이 이뤄졌고, 2017년 겨울부터는 스키장 영업도 개시했다.
둘째는 공유재산 매각 효과다. 태백시가 보유하던 공유재산인 (구)KBS 방송국 부지를 133억 원에 매각했고,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137억 원에, (구)보건소 부지 및 건물을 11억 원에 매각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리에 매각했다. 특히 (구)보건소 건물의 경우 그간 지역 병원에서 임대하여 운영하면서 매각이 이뤄지지 않던 것이 2015년 5월 신태백병원에 완전 매각해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태백시는 또 하나의 종합병원을 보유하면서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태백 시민들 역시 시내 중심권과 가까운 곳에 병원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의료복지 혜택을 누리게 된 것도 큰 효과라고 본다.
셋째, 기업들의 지역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점이다. 부영주택으로 하여금 1236세대 1650여억 원에 이르는 임대아파트 건립사업을 투자 유치했다. 이 사업은 2017년 8월 건설 승인 고시를 받아 2019년 8월까지 완공할 예정으로 태백지역 건설업체 수주 확대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이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시청 집행부를 비롯해 모든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의회까지 시의 정책을 믿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따라줬던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제1차 채무 제로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2013년 채무비율을 6.55%까지 떨어뜨려 태백시의 채무 제로화 정책이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방공기업 채무비율을 자치단체가 떠안음으로써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고, 채무비율은 2014년 말 35.30%로 급격히 치솟았다. 이에 2014년부터 다시 제2차 채무 제로화 정책을 펼쳐 2016년 12월20일자로 재정위기 ‘주의’ 단체에서 해제됐다. 태백시 소속 모든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 그리고 눈물겨운 노력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고 본다.

-올해는 정책의 어떤 부분이 개선 혹은 보강되어 진행될 예정인가
▶채무 상환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추진된 정책이 서민경제 활성화 정책이었다. 채무상환을 위한 긴축재정 추진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경제 활성화 6대 시책을 동시에 마련하여 추진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태백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업그레이드해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도 150억 원에 이르는 채무액을 상환했지만 아직도 채무액이 427억 원이나 남아 있다. 매년 150억 원씩 2021년까지 모두 상환할 예정이다.
채무액을 상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태백 경제 살리기 정책을 부서별로 발굴해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그동안 어려웠던 태백 경제를 살리는 데 더욱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에 따라 △재정 신속 집행 및 재정 확보 강화 △태백형 일자리 창출 및 기업 유치 강화 △지역업체 및 생산품 애용활성화 지원 △관광 및 스포츠산업 육성 △태백경제 살리기 추진과제 발굴 추진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 6대 분야 19개 지표를 중점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2018 태백산눈축제 /사진=태백시 제공
-지방자치 정책대상에 참가해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었나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종적으로나 횡적으로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는 좋다고 본다. 하나의 정책에 관해 공무원들이 열심히는 하지만 그 성과를 정리하고 분석해 다시 환류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2018년도 정책대상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평가지표 중 점수가 각각 어느 정도로 배분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전 공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최종심사에 진출할 때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는 누구로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안내가 있으면 한다. 이 부분은 시기에 따라서 자치단체마다 민감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책대상에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데 있어서 기획부서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기존 업무에 추가적인 일로 생각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자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 자치단체장까지 평가 참여에 대한 기존의 틀을 허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아울러 정책대상이란 제도가 있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언론을 통해 공지도 하고 홍보도 충분히 했지만 극소수의 공무원만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 않았나 한다. 다행히 태백시는 공보팀에서 사전 정보를 주어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보완된다면 2018년에도 좋은 정책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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