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함께하면 달라질 수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차별 없는 모두의 ‘칼퇴근’ 보장할 때 인구정책 바로 설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3.16 16: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아줌마들도 표가 있는 유권자입니다.” 엄마들은 그동안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그들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결국 ‘정치’와 관련된 일이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장 대표는 19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했던 전 국회의원이다. 그는 의원 시절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최초의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라지만 정작 법 입안자인 국회의원에 대한 육아휴직 제도조차 없는 현실에 장 대표는 낙담했다. 그렇게 엄마가 됐고, 그의 마음 속에는 새로운 결심이 섰다. “내 아이들이 내가 없어도 안전하고, 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정치하는 엄마가 되기로 다짐했다는 장 대표를 만나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사진=더리더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언제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1년 전, 한겨레 신문 토요판에 칼럼을 썼다. 내용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겪은 일들이었다. 부조리한 일이 많은데 사실 대부분이 정치적인 문제다.
하지만 엄마들은 정치세력화돼 있지 않고,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칼럼을 통해 나와 함께하고 싶은 엄마들은 같이 해보자고 썼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지난해 4월에 가졌고, 6월에는 창립총회를 했다.

-활동하고 있는 엄마들의 수는 얼마나 되나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활동하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 회비를 내는 멤버는 이제 100명이 좀 넘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오프라인 모임과 소모임을 갖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은 특정 주제를 갖고 토론하며, 그 외 소모임은 환경보건, 보육, 노동, 최근에는 개헌과 같이 시의성 있는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나도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모임들이 상시로 이뤄지고 있다.

-‘엄마들의 정치’는 기존 정치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많이 다를 것 같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라면
▶20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5.5세, 남성비율이 83%, 평균 재산이 44억원이다. 그들은 엄마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당사자와 직접 테이블에 앉아서 고민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해법이나 정책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 육아·교육 문제들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이유다.
보육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이슈가 가장 크다. 선진국의 평균 국공립:사립영유아보육기관 비율은 9:1, 8:2다. 우리나라는 유치원의 25%, 어린이집은 17% 정도만 국공립이고 나머지가 사립이다. 아이들 보육이 시장에 맡겨져 있는 꼴이다. 보육과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인데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주장을 많이 한다. 근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서 생기는 문제다. 육아휴직을 가면 다른 동료 직원의 업무 부담이 너무 많아진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한다면 모르지만 기본 10~11시간씩 일하다 보니 1명이 빠지면 공백이 심하다.
문재인 정부가 1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1시간 일찍 퇴근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8시간 근무를 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 상황에서 시행하면 2~3시간 먼저 가는 꼴이 돼버린다. 주40시간 근무라는 법이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그것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육아기 엄마 아빠에게 제도만 있을 뿐 활용이 안 된다고 본다. 먼저 주 40시간, 35시간 비전을 갖지 않으면 정치권에서 그토록 고민하는 출산율 제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2017년 6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열린광장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보육-노동 분야 정책 10개 제안’에 참석한 정치하는 엄마들 임아영 정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출산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정치권부터도 보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임신·출산·육아가 어렵다는 방증이 됐던 것 같다. 직접 겪어보니 어땠나
▶국회의원은 누구에게 고용된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보수적인 분위기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나는 임신하고, 출산하기 전까지 이건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임신하면 업무적 측면에서 효율이나 성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그것을 주변에 끊임없이 미안하게 여겼다. 모두의 마음 속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임신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에 감내하고, 티 내지 말고,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분위기,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아이는 내게 소유된 존재가 아니다. 잉태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며, 고유의 국민권리를 갖는다. 나 역시 그런 사고를 못해서 임신했을 때 배려를 받는 게 내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아휴직도 엄마나 아빠를 위한 제도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기간은 아이가 충분히 건강하게 양육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는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지위나 재산의 정도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갖고 태어나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보라 의원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신 의원은 장 대표에 이어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 의원 2호가 될 예정인데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국회에는 국회의원 자신에 대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한 규정이 하나도 없다. 가임기 여성, 또는 젊은 청년 여성 국회의원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해 두고 제도가 짜여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의원 활동 중에 출산을 하고 2~3개월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을 거의 못했는데 그 기간에는 다 사유없이 결석한 것으로 처리됐다. 사전에 손을 쓰진 못했고, 당시 국회 사무총장께 가서 제도가 이러니 개선을 추진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안 됐을 것 같다. 신 의원께서 나를 이어 이 부분을 완수해 주었으면 좋겠다.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국가가 출산장려정책을 해도 결혼하고 임신하면 퇴직대상 1순위기에 기피현상은 더해지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아닌가
▶특정한 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다. 특히, 육아휴직 다녀온 여성은 본인이 원래 했던 업무로 복귀하고 이전과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하는데 돌아오지도 못하고 직장에서 잘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2016)에 따르면 교사 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75%다. 일반기업들은 35%로 절반도 안 된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육아휴직 사용률은 1.9%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아빠 육아휴직 비율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교사 공무원 기준에서 육아휴직 사용비율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정책으로밖에 안 보인다. 절반 이상의 사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들과 격차만 커지게 해서는 출산율 제고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우선순위를 잘 봐야 한다.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잘 쓰고 있는지 근로감독을 더 해야 하고, 문제기업 처벌을 강화하고, 잘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처음으로 했던 일은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 통과를 외친 것이다
▶이전 정부까지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1주를 5일로 유권해석하여 기업들은 근로자에게 최대 68시간 근로(주 40시간+추가근로12시간+주말16시간)를 권고해 왔다. 민주당과 노동계의 경우 1주를 7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27일 근로시간 단축법이 통과되면서 올해 7월부터 300인 인상 기업은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가 의무화된다. 300인 미만 중견기업은 2020년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칼퇴근법은 근로시간 단축법이 좀 더 구체화된 법이다. 칼퇴근법은 출퇴근 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법이라고 하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출퇴근 카드가 있어서 추가근무나 주말 근로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은 출퇴근 기록이 안 되니 수당을 못 받고 야근이 만연해 있다. 국가에서 주40~50시간 하겠다고 해서 바로 실현되지 않는다. 모든 직종에서 출퇴근 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면 고용주는 수당을 더 주든 고용을 추가로 하든 해야 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사업주의 출퇴근 기록 의무화’ 추진 의지를 밝힌 바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17년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과 보육추경의 6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아이를 키우며 일도 병행하고 있는 엄마로서 실질적으로 효율적인 출산·보육 정책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앞서 말씀드린 칼퇴근이 제일 시급하다. 엄마들만 먼저 퇴근하라고 하면 눈치가 보인다. 전반적으로 모든 노동자가 다 칼퇴근 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지금 상황으론 계속 2등 엄마, 2등 직원, 2등 노동자밖에 안 된다. 아이를 기르니까 일찍 가라는 것은 잘못됐다. 사실 모든 노동자에게 칼퇴근할 권리는 똑같이 있다. 아이 있는 사람만 일찍 가라는 것은 얼마나 큰 차별인가. 칼퇴근해서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고독에 잠기거나 모두 노동자 개인의 선택이다. 지금 같은 분리정책은 현장에서 갈등요소만 된다. 박근혜 정부 때 ‘맞춤형 보육’이라고 하여 전업모는 아이를 일찍 하원시키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취업모들은 어린이집으로부터 “누구네 애 때문에 몇시간 더 일해야 한다”는 말로 오히려 눈치 보게 돼버렸다. 맞춤형이라는 말로 일찍 하원하는 아동과 엄마가 취업상태여서 늦게 하원하는 아이로 분리해 버리니 차별과 갈등만 커졌다.
 
-의원 시절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6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푸른하늘 3법’의 실질적 입안자기도 했다. 미세먼지 대책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전국 9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규 추진중이었는데 거기에 대해 전면 재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정책이니 뭐니 해도 석탄화력발전소 하나 더 생기면 다른 노력들이 무용지물이다. 이건 폐암 환자가 담배 피우는 격이다. 우리나라가 석탄화력발전소 만들면서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만을 탓할 수도 없다.
현재 9기 중에 2기만 LNG로 전환하고 7기는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교실에 공기청정기 나눠줘 봤자 소용이 없다. 애들을 무균실에서 키울 게 아니라 그들이 뛰어노는 세상을 만들자면, 정부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손해만 걱정해서는 안된다.

-국회를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엄마 정치’가 되려면 결국 국회에 엄마가 많아져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 같다. 국회 입성은 다시 도전할 생각인가
▶국회 밖의 여러 이해당사자들은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하는데 국회의원 300명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국민이 느끼는 효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전은 하고 싶은데 당장은 돈도 없는 형편이다. 가난한 사람은 정치하기도 정말 힘들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 44억 원이라는 것이 방증이기도 하다. 하기 싫은 것은 전혀 아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하면서는 내가 재선 하기보다, 기초의회나 광역위원회에 엄마 당사자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방법으로 나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하는 분들이 나중에 비례대표로 의회에서 많이 활동했으면 한다.
물론 사회가 국회의원 엄마 한두 명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나머지 299명은 엄마의 삶을 모른다. 자기 부인이, 본인의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모른다. 엄마 국회의원이 몇 명 되어야 한다는 문제보다는 더 광범위한 정계 진출, 사회적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처럼 더 다양한 엄마 정치조직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생기길 바란다. 우리 조직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주길 바라고 있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우린 엄마들로 만났지만 ‘정치하는 엄마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내 아이가 내가 없어도 안전하게, 또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육아라든가, 가사라든가, 돌봄 노동 같은 것들이 지금까지는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됐다. 특히 가족 중에서도 엄마한테 전가되고 있다. 이건 헌법 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되는 것 같다.
엄마들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육아, 가사, 돌봄 같은 것들이 1차적 국가의 책임이란 것이 확실히 섰으며 좋겠고, 여성이나 엄마에게 전가되는 게 아니라 가족 안에서 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 장하나
現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1977년 6월 19일, 서울특별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철학과 학사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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