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스페셜] 청주아나바나협동조합, 중고물품 위탁판매로 환경살리고, 돈도 벌고…일석이조

[2017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을 만나다] 윤송현 청주아나바나협동조합 이사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8.03.09 07:03
편집자주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이 가정에서 나와 분리수거되는 순간 폐기물이 된다. 분리수거함의 폐기물들을 보면 충분히 쓸 만한 가전제품에서 시작해 생활용품, 플라스틱 장난감, 아기용품, 책자 등을 많이 보게 된다. 버리는 대신 환경을 살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면서 삶의 만족도도 높이는 ‘신(新)자린고비족’들이 늘고 있다.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 이곳은 중고물품을 위탁해 판매해주는 방식으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청주시 중앙시장 상가 1층 건물 330㎡ 규모의 일상용품 판매장에는 다양한 생활용품과 아동용품, 유아용품, 도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윤송현 이사장을 만나봤다.

세계 여러 나라는 위탁판매 ‘컨싸인먼트샵’ 활성화 돼있어…국내도 정책적으로 활성화해야


“비싸게 주고 산 물건, 버리거나 남 주기 부담스러울 때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으로 보내면 위탁판매해주고 통장으로 입금…”

- 홍보물에 ‘안 쓰는 물건 팔아드립니다’ 라고 돼 있던데, 어떤 사업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 단체는 중고물품 위탁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집이나 사놓고 안 쓰는 물건들이 많이 있다. 그런 물건들을 우리 단체에 가져오면 바코드를 붙여 등록해 매장에 진열해놓았다가 판매되면 소정의 수수료를 제하고 맡기신 분의 통장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 중고용품 거래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구제만 취급하는 곳에서 아름다운가게, 최근엔 인터넷 카페에 스마트폰 어플들도 많이 있다. 단체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중고물품 거래는 여러 방식이 있다. 모두가 보완적인 역할을 해서 자원을 재사용하는 것이라 다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장터나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폰 앱들은 직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번거로움이나 신뢰도 문제 등 단점이 있다.

아름다운가게 등 자선샵은 물건을 기부해서 좋은 곳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장점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은 위탁판매라 물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우리 매장은 중고물품을 순환시킬 수 있는 새롭고 넓은 길을 뚫고 있는 것이라 본다.

- 이러한 매장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가
▶중고물품 위탁판매라는 것이 여러 형태로 시도되었었다. 명품 가방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매장은 있어도 생활용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매장은 우리 협동조합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에서 우리 매장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물건을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

-사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자원 절약과 순환이라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2005년부터 청주YWCA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아나바다 장터를 크게 열기도 했다. 안 쓰는 물건을 기부하는 아름다운가게도 많이 이용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분에게서 ‘컨싸인먼트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해보니 미국에는 위탁판매장이 많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중고용품을 위탁판매하는 것이 재사용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추진하게 되었다.

-청주시의원 경력을 가지고 계신데, 이 사업과 연관이 있는가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특히 폐기물 관리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다. 당시 청주시에서 200t 처리 규모의 소각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나는 시정 질문을 통해 청주시의 폐기물 관리 정책을 따지면서 소각로 건설을 반대했다.

행정에서는 폐기물에 대해 처리 위주, 시설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폐기물 처리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무척 많다. 일반인들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시에서 폐기물 ‘처리’에만 예산을 쓰지 말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억제에 예산을 투입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면 쓰레기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직접 재사용 확대를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폐기물 감량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재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중고물품 위탁판매’를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

-외국의 경우 이러한 비즈니스모델 사례가 많이 있는가

▶유럽에는 ‘자선샵’이 많다. 나는 해외연수를 갈 때 동료 의원들과 배낭연수를 다녔다. 가는 도시마다 자원순환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런던에서는 뉴몰든이라는 곳에 한인들이 많이 살았다.

그곳에 가보았더니 다운타운에 자선샵이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유명한 ‘옥스팜’을 비롯해 ‘심장병어린이돕기’ ‘아프리카난민돕기’ 등 4~5곳의 매장이 늘어서 있었다. 스웨덴에는 작은 도시에 가도 ‘뮈로나’라는 자선샵이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런데 북미지역에는 자선샵도 있지만, 컨싸인샵이 많이 있다. 유학생들이 짐을 처리할 때 컨싸인샵을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다. ‘집안 정리도 하고, 지갑도 두둑하게’ 컨싸인샵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아주 현실적으로 설득하는 문구들이 많다.

-매장을 둘러보니 매우 넓고, 물건이 많아 보이는데 규모는 어떻게 되나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셈 치고 맡겨놓았는데, 어느 날 통장으로 돈이 들어와 있으니 받는 사람은 기분이 참 좋겠죠. 그래서 입소문이 나 물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의류가 많았는데, 지금은 가방부터 소형 가전제품까지 다양해졌다. 주부들이 홈쇼핑에서 구입해 한번도 사용을 안 하고 보관만 하다가 상자째 나오는 물건도 많다.

물건이 많아지면서 매장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중앙시장 상가 1층 건물 330㎡ 규모에 물품 1만1000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400여명에 달한다. 다행히 이곳이 도심 속에 방치된 상가라 확장할 곳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물건도 되살리고, 상가도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수수료만 받아서 수익을 낸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운영은 잘되고 있는가

▶솔직히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중고물품을 취급하는 분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충고를 한다. 수수료도 적을뿐더러 물품 관리, 수수료 계산, 송금업무 등 복잡한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도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가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우리 조합 홈페이지를 보고 택배로 물건을 보내는 분들이 계신다. 물건마다 원하는 판매가격을 붙여서 보내주면 된다. 가격을 책정하기 곤란하면 조합에 맡겨도 된다. 단, 고장난 제품의 경우는 판매가 곤란해 접수할 수가 없다.

▲ 아나바다-창립총회기념사진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협동조합의 취지가 좋아서 시작하게 됐다.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주니까 사업자금을 만들기가 수월했다. 조합원들이 의지가 되니 멀리 보고 계획을 짜고,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개인사업으로 했거나 법인으로 했다면 벌써 사업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협동조합은 이사회가 있고,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의사결정을 신중히 하게 된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늦어지게 되는데,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그 대신 신중하게 멀리 보고 나갈 수 있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될것이라 생각한다.

▲ 업무협약-환경관리공단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업에 도움이 되는가

▶2016년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지난해에 처음 지원 신청을 해서 사업개발비와 일자리 지원을 받았다. 일단 지원을 받으려면 일정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신청할 때 첨부하는 서류를 제출하려면 회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법령에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한다. 처음엔 어렵고 부담이 됐지만 그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회사의 틀이 제대로 갖추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점부터 우선 좋고,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회사 운영비를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 대신 업무가 많다. 그래도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가용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정부의 정책적 개선에 제안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부가가치세 부분에 애로사항이 많다. 중고물품을 위탁 거래하는데, 위탁자에게 부가세를 부과할 수도 없고, 판매분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부담해야 하고. 수수료를 받아서 그대로 부가세로 내야 한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분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등록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은 법인이라 매출액에 대해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고물품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동안 회사의 틀을 세우고,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이제 올해부터는 매출을 늘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홍보도 확대하여 지역의 여러 단체와 연계 강화를 통한 공동 행사와 물품 수거 기반도 안정적으로 구축할 생각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 속에 재사용 프로그램으로 굳건히 뿌리를 내리도록 해나갈 계획이다. 상가 내 매장을 더욱 확장하고 정비하여 도심재생 모델로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매장 옆에 업사이클링, 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주말에는 상가 앞 도로에서 거리장터가 열리는데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도심 속의 상설 장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장이 자리가 잡히면 인근 지역 분점도 계획하고 있다. 분점이 많이 생길수록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착실히 한걸음, 한걸음 나가다 보면 우리 매장이 커지고, 분점이 생겨 재사용 문화를 선도하는 사회적기업이 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윤송현
現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 이사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초롱이네도서관 총대장
손큰할매만두 대표
청주시의회 의원(2010~2014)
충북시민재단 기획위원장
pyoungbok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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