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존재하는 상황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집과 평가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무를 마치고 돌아 온 특사단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정상 간 핫라인(hot line) 설치, 대화 진행 간 핵미사일 도발 중지(moratorium), 대남 군사적 도발 중지 등의 약속과 함께 비핵화 및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에도 나설 뜻이 있음을 전했다. 비핵화라는 말만 나와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북한이었기에 파격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김정은은 협상결과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다.
김정은이 매우 만족 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상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은 분명 전략적으로 얻은 것이 있기에 만족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통령 특사단이 가지고 간 보따리 안에 있었을 것이다.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는 있을 것이다.
첫째, 특사단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3단계 비핵화 해법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즉 핵미사일 도발 중단-핵 개발시설 폐기(더 이상 핵 개발 불능)-개발된 핵 폐기라는 접근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다. 하나의 관점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성실히 이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과 제재 완화 등으로 인한 이익이 기대 이상일 경우이다.
또 다른 관점은 3단계 접근법에 따른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 수 있고, 남남갈등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전략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 경우일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위 둘 중 하나의 이유로 인해 만족 해 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비핵화에 따른 상응하는 조치가 무엇이냐의 관점이다. 여기서 김정은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김정은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북한이 느끼고 있는 군사적 위협은 무엇인가.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정책 즉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과 주한미군, 현 휴전협정체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만남에서 김정은은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을 이해한다고 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미·북 평화협정체제라는 제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북 평화협정체제는 한미동맹체제의 와해와 주한미군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한국이 반대해 온 것들이다. 따라서 만약 특사단이 평화협정체제를 용인한 것이었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 내에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반도 정치구조 하에서 한미동맹은 국가의 생존이익이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한 후 미국의 반응에 따라 보따리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특사단이 귀국 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밝힌 것은 자칫 김정은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 섣부른 단정이거나, 밝힐 수 없는 대북약속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칼럼은 본 잡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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