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수의 아성 무너질까?

[6·13 지방선거 특집 지역분석]대구광역시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3.08 10:0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민선 1기부터 민선 6기까지 대구광역시장
TK(대구·경북)는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릴 만큼 보수당 텃밭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이들의 정치적 근거지는 대구 혹은 경북이었다. 대구는 민선 1기를 제외한 민선 2기부터 6기까지 시장 선거에서 100% 보수당이 승리했고, 득표율도 60~70%에 육박하는 등 압도적인 보수 강세지역이다.

1995년 민선 1기 초대 대구시장에는 문희갑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는데, 당시 그는 완전한 무소속이 아니라 경선에서 밀려나온 범여권 인사였다. 또한,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였다. 

1995년 4월 28일 대구 상인동에서 가스폭발 참사가 발생했는데 수습 과정에 실망한 시민들은 행정의 안일함을 꾸짖으며 무소속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문 전 시장은 민선 2기 한나라당에 입당해 재선에 도전했고, 70%가 넘는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민선 2기 중 뇌물 수수 혐의로 불명예 퇴진을 했다. 

민선 3기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조해녕 전 시장이 남구청장 출신 이재용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대구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으로 ‘낙동강 프로젝트(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해 한강 물을 낙동강으로 끌어들이고, 300km 대수로를 만들어 물류혁명을 이루자는 정책)’를 내세웠다. 그의 야심 찬 계획은 예산과 환경파괴 문제에 맞닥뜨리며 무산됐지만,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인 ‘4대강 사업’에 포함됐다.

민선 4기와 5기 역시 한나라당이 선전하며 김범일 전 시장이 대구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현재의 대구 인프라를 상당 부분 일궈냈으며, 국가산업단지 조성,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경쟁 무풍지역인 대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것은 민선 6기 권영진 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다. 그는 물론 새누리당 출신이긴 했지만, 원조 친박이 아니었다. 그리고 권 시장은 역대 민선 대구시장 중 유일하게 비(非) 경북고 출신이다. 앞선 세 명의 전 시장은 모두 경북고 출신이다. 그동안 연고주의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현재 권 시장이 대구시장 재선 도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민선 7기 선거는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이어가느냐,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느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내줘도 회복되지만 대구시장을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당의 대구 수성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대구의 정치적 형세가 한국당에 녹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보수의 성지는 2016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구 수성갑 당선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상당 부분 균열이 일어났다. 

현재 권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으며 여당에서는 김 장관이 대항마로 언급되고 있다. 김 장관은 대구시장 선거 불출마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일각에서 그의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이번이 첫 대결은 아니다. 

민선 6기 대구시장 선거에서 권 시장과 김 장관 모두 도전했고, 그 결과 56.0% 대 40.3%로 권 시장이 승리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여야의 위치도 바뀐 지금, 둘의 리턴매치가 이뤄진다면 초접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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