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평생교육, 행복하기 위한 학습권”

바우처·나노디그리 사업 통해 저소득층 ‘희망 사다리’ 놓을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3.07 10:1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사진=더리더
100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평생교육을 통해 살면서 2개, 3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이 말이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초중고와 대학 교육에 도전할 때 주로 쓰였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말이 됐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국평원)은 평생교육의 개발과 제공을 통해 국민에게 평생 학습의 기회와 장을 마련해주고 있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지난 1월1일, 제4대 국평원장으로 취임한 윤여각 원장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1.9%가 평생교육 참여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부담을 나라에 전가하는 게 아니라 성인 교육을 공교육 개념으로 접근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은 추가적인 스펙 쌓기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국민의 학습권리라는 뜻이다. 국평원을 찾아 평생교육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었다. 

-국평원은 2008년에 설립됐다. 어떤 배경에서 생기게 됐나
▶1989년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정책자문회의가 만들어져 교육정책들이 산출되고 집행됐다. 하지만 1990년대 산업과 삶의 패턴이 변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교육정책만으로 충분하겠는가’라는 내부적 반성이 일었다. 새롭게 변화된 시대에 어떤 정책을 담아갈 것인가 했을 때 나온 키워드가 ‘열린교육’ ‘평생교육’ 사회였다. 1995년 5월31일 한국 교육은 개혁을 단행했고 이를 ‘5·31 교육개혁’이라 한다. 

5·31 교육개혁 목표인 ‘평생학습 사회로의 발전’을 위해 ‘학점인증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이 제정됐다. 이 법령이 있기 전에는 대학에서 학습을 해야만 학위 취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법령이 1998년 3월 시행되면서부터는 어디서 교육을 받았든 일정한 질적 수준의 교육을 이수하고 학점을 누적하면 학위 취득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그리고 1999년에는 평생교육을 교육관련법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평생교육법이 제정됐다. 그러자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를 총괄할 기구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2007년 12월14일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설립 근거가 마련되어 2008년 2월15일 국평원이 생겼다.

-우리나라 평생교육 현황이 궁금하다
▶5·31교육개혁 이후 대통령 보고를 위한 자료를 만들었는데 학교교육 참여 비율이 거의 100%에 달했다. 대학의 경우도 70~80%를 육박했다. 그러나 성인 고등교육 참여율은 터무니없이 낮은 5.4%에 불과했다.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김종서 위원장은 이 상황을 보고 “새가 몸통은 튼실한데 날개가 처졌구나. 날개를 들어올리는 일을 국가가 해야겠다”고 하더라.

2017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35.8%다. OECD국가들의 평균은 40.4%(2016) 정도다. 국제 평균에서 1~2%는 사실 실제 격차가 크다. 현재 평생교육의 과제는 평생교육 참여율을 어떻게 60~70%까지 끌어올릴 것인가다. 국민들의 교육열망은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준다. 그동안은 그 교육열이 자녀의 학업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에 대한 교육열정도 높다. 그 열정과 에너지가 발현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국평원의 몫이다.

-국평원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평생교육으로는 무엇이 있나
▶대표적인 교육이 학점은행제다. 학점은행제를 어느 정도 운영하면 고등교육 수요가 해소되면서 학위취득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학위에 대한 욕구를 넘어 뭔가를 더 배워가겠다는 욕구가 펼쳐지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일했는데 신입학생과 편입생 비율에서 편입생이 신입학생을 추월한 지 꽤 오래됐다. 편입은 전문대 졸업 후 할 수도 있고, 4년제를 졸업하고 올 수도 있는데 4년제 졸업 편입생이 늘어나고 있다. 그건 학위 수요가 아니라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OCW(Open Course Ware 공개강의) 방식의 K-MOOC(Korean-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있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듣는 공개강좌 서비스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강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설계해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학과의 연계, 상당한 명성을 가진 명사들의 강의 확보가 중요하다. 일반 국민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약 300개 강좌가 K-MOOC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국평원이 가지고 있는 평생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국가평생학습포털인 ‘늘배움’, 독학에 의한 학위 취득 법률에 따라 국가시행 시험 합격자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독학학위제’, ‘평생교육사 양성’ 등이 있다.
 
-평생학습계좌제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제도인가
▶평생학습계좌제는 학력, 경력, 자격증, 평생학습 이력 등 개인의 학습경력을 온라인을 통해 누적·관리하는 제도다. 예를들어, 기업마다 직원을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어 이직을 하거나 요즘처럼 조기퇴직도 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이력과 경력이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국평원에서는 일괄적으로 학습의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한 결과 ‘평생학습계좌제’가 나오게 됐다. 

여러 곳에서 운영하는 계좌에 등록하게 하고, 개인의 평생학습 결과를 인정·활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교육기관 및 직장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이수한 모든 프로그램 이력을 통합 관리한다. 그럼으로써 학습 결과를 취업이나 창업 시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이력을 분석해 학습 설계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사진=더리더
-올해부터 평생교육바우처를 새롭게 도입한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사회가 점차 양극화되고 있는데 이는 교육양극화 현상도 초래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러기 어려운 사람이 더 많다. 그 사람들에게 평생교육에 참여하라고 말만 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들이 실제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생교육바우처는 소외계층에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지원사업이다. 지원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약 300만 명이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배움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분들께 우선적으로 바우처를 지급할 계획이다. 시작은 5000명 수준으로 미약하게 출발한다. 앞으로 다양한 홍보와 예산 확보를 통해 그 숫자를 더욱 늘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세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의 분야도 달라지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2016년 다보스 포럼을 통해 처음 언급됐다. 그 이후로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 미칠 파장이 보통이 아니기에 어떤 식으로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과 정보혁명이 진전되면서, 이제는 쌍방향 소통, 로봇과의 소통이 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 특히 직업세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 모두 관심을 갖고 예측하고 있다. 우선은 기업에서 먼저 대비를 하게 될 것이고, 기업에 인력을 양성해서 보내야 하는 대학에서도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문제는 대학에 가기 어려운 분들은 어떻게 하느냐다.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구상하고 있는게 ‘(가칭) 한국형 나노디그리’ 사업이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집중적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나갈 수 있겠다고 예측이 된다. 백지상태가 아니라 직업세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식에 추가적으로 전문적인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교육적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학에 다시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리다. 이럴 때 기업체에서 최첨단 산업 분야를 이끌어 가기 위해 특정 역량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면 학습 대상은 교육기관에서 산업연계 교육을 받는 것이다.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교육기관과 양자 협의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다. 기업에서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주도를 기업에서 한다. 나노 디그리 과정에서는 학년이나 학과에 구속받지 않는다. 자유롭게 필요한 역량을 설계해 나가고 인증하는 제도다.

-평생교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효과적 교육을 위해 지자체와의 연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지자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자체 관할 주민들이 좀 더 자유롭게 교육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가 결정된다. 지자체가 발휘하게 될 역량은 곧 주민의 역량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지자체장들이 주민 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국평원에서 추진하는 평생학습도시 선정사업에 지자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이런 현상을 증명한다. 평생학습도시에 선정됐을 때 받는 예산은 산업도시나 혁신도시에 투입되는 국고지원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지자체를 경영해 나가는 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국에 국평원 같은 지역 수준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이 17곳 있다. 평생학습도시 선정사업을 통해 국평원과 지자체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이 연계되면 지역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평생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와 예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정책이나 지원 방향은
▶사실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정책이 나아가기 힘들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예산은 정말 적다. 하지만 예산이 적다고 사업을 전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정책 당국, 국회에서 새롭게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해오긴 했지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될 대상, 그러면서도 소외돼서는 안될 대상들이 있다. 경력단절 여성과 신중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조기퇴직자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과, 북한이탈주민들, 학교 밖으로 가는 청소년들 등 어떤 식으로든 끌어안고 교육 기회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 교육과 같은 접근은 어려워도 우리에게는 평생교육이라는 스펙트럼이 있다. 다양한 교육 기회에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그와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은 특정한 한 부처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여러 부처와 연계해서 관심을 끌어내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쪽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사진=더리더
-올해 1월 국평원장으로 새롭게 취임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국평원을 운영하고자 하는가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내게 해줬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한테 미루지 말고 네가 해라’고 말이다. 가훈이기도 하고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철학이다. 국평원 안에 190명 정도 직원들이 있는데 내가 직책으로는 직원들보다 위에 있지만 인간 위에 인간이 없는 것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그들이 좀 더 만족하면서 흥이 나서 일하는 직장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인간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행복해지기 위한 학습권이 곧 인권이다. 지금 하는 일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국민이 원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혜적으로 베푸는게 아니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국평원을 만들고자 한다. 모두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윤 원장이 생각하는 평생교육 선진국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는 사실 이미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단시간에 이 정도로 제도를 정착시킨 나라가 없다. 국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확보되고, 실제 작동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북유럽에는 국가적으로 지원해 누구나 자발적으로 여는 학습모임인 ‘서클’이 많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 비용을 위해 해당 국가들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대타협을 했다. 대타협을 통해 거기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 정도에 이르기까지 학습서클의 노력이 작용하였을 것이고, 그런 저력이 대타협을 이뤄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라들이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 아닐까 싶다.



現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제 4대 원장
1962년, 충청남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부회장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한국평생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교육인류학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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