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공부인가 운동인가? 두뇌헬스 대충영어

[오쌤의 대충 영어]

대충영어•중국어 오승종 대표 2018.03.22 17:2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015년 대충영어 브랜드를 만들었다. 대충 하라. 외우지 마라. 짧게 하라. 대충 해서 영어를 할 수 있을까. 외우지도 않고 짧게 한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방법으로 영어가 가능할까? 

영어 잘하기로 유명한 핀란드인의 영어 85%가 1000단어 수준이다.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학교 과정 단어 수준의 영어만 구사해도 영어로 친구를 사귀고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국인의 영어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영어 교육자들이 한국의 영어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몇 년 전 KBS에서 제작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라는 다큐에서 영어는 책상에서 눈으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이론보다는 실전 연습을 통해서 몸으로 습득하는 것이라고 잘 설명했다. 

영어는 무조건 외워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한다면 영어로 미국인과 말하기를 생각하고 영어 문장을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학원에서 단어나 영어 문장을 기계적으로 외우게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외우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모른다. 모국어를 배울 때는 외우지 않는다. 영어를 배울 때도 외우지 않고 하는 방법이 있다. 빅데이터에 의거한 문장을 선택해서 낭독하거나 섀도잉 연습을 하면 무작정 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외워진다.

영어는 말하기보다 듣기가 우선이다
미국에 유학을 간다. 교수의 강의를 알아듣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교수의 강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글로벌 세미나에 가서 영어로 발표를 한다. 피피티 내용을 열심히 외워서 영어로 발표했다. 발표 후 영어로 질문이 들어온다. 이 질문을 못 알아들으면 피피티를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어도 대화가 되지 않는다. 영어 귀머거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통역사들이 사용하는 훈련법인 섀도잉은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영어는 듣기가 최우선이다. 영어 듣기가 되면 영어가 공부가 아니라 재미있는 취미 생활이 된다. 영어를 어렵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미드나 영화, 그리고 영어로 된 책도 오디오북으로 즐길 수 있다. 영어로 즐길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너무 많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는 영어 콘텐츠의 보물단지다. 필자도 영어를 처음 배웠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으나 토종 출신으로서는 영어 듣기 실력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어려웠고 미드를 즐기면서도 늘 자막과 화면 사이로 눈동자가 바빠지는 불쾌한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충분한 기간을 미국에서 살지 않고서는 영어 뇌, 영어 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지난해 공부모임에서 알게 된 신동선 뇌신경과 전문의가 저술한 ‘재능을 만드는 뇌신경 연결의 비밀’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신 박사에 의하면 그냥 미드를 봐서는 영어 듣기 재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뇌신경 연결을 만드는 진짜 반복을 해야 한다고 한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몇 구절을 인용해 본다. “공허한 반복은 이제 그만입니다. 가짜 반복이 아닌 진짜 반복을 해야 합니다. 진짜 반복은 뇌신경 DNA를 깨웁니다. 머릿속 뇌신경 연결을 만드는 진짜 반복, 재능을 만드는 시크릿입니다.”

듣기와 관련해서 노심초사(?) 하던 나는 2009년 일본에서 유행했던 속청이라는 학습법을 접하게 됐다. 한국 업체에서 만든 속청영어라는 교재인데 영어회화 대화 문장을 1-2-3-4-1 이런 식으로 배속으로 듣기 훈련을 하는 방법이었다. 하루 20분 정도 한 달을 하고 나서 영어뉴스를 듣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어려웠던 토익 리스닝도 아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듣기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신 박사의 책을 읽으면서 그냥 미드를 봐서는 영어 듣기 재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진짜 효과가 있는 반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수십 년 듣기를 했던 것보다 몇 달 속청 연습으로 더 발전이 많았던 것이다.

미드로는 미드를 못 잡는다
영어 듣기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드를 보고 토익 리스닝 교재로 듣기 연습을 한다. 그냥 원하는 최종 목표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나는 미드로는 미드를 못 잡는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본다. 프로선수들의 목표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훈련한다. 그 훈련은 모듈화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을 몇 가지로 분리해서 따로 연습을 하고 그것이 합쳐져서 경기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게 되는 것이다. 미드나 토익 리스닝은 최종 경기와 같다. 그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듈화된 방법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운동에는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빙상 선수들은 늘 하체 훈련을 한다. 탁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정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기초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냥 걷기를 30분간 해서는 다리에 근육이 생기지 않지만 헬스 기구를 이용해서 30분간 하면 매일 변화가 오고 한 달이 되지 않아 적당한 근육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 공부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매일 큰 성과 없이 듣기를 반복한다. 이런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영어는 실패를 했다. 매년 10조 원 이상을 영어 사교육에 사용하면서 말하기 능력이 소말리아 우간다보다 못하다. 

속청과 섀도잉은 한국인의 영어 듣기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이다
영어 듣기는 한국인에게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면서 첫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어 듣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인 모듈화된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속청과 섀도잉은 그냥 미드를 들으면서 언젠가는 들리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반복하는 공허한 가짜 반복이 아니라 듣기 DNA를 깨워주고 뇌신경을 연결해주는 진짜 반복 훈련법이라고 할 수 있다. 속청은 빨리 듣기를 통해 안 들리던 부분을 들을 수 있게 하는 훈련이고 섀도잉은 그냥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듣기 말하기를 동시에 훈련하는 아주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속청과 섀도잉을 결합한 스피드 섀도잉
물은 90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100도로 온도를 높여야만 끓기 시작하고 비로소 액체였던 물이 기체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미지근한 방법 대신에 질적인 변화가 오는 과학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법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또 다른 학습법은 속청과 섀도잉을 결합한 ‘스피드 섀도잉’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두뇌 헬스’라고 설명한다. 속청과 섀도잉은 영어 듣기를 절실하게 원하는 프로선수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진 방법이다. 스피드 섀도잉은 이 두 가지 훈련법의 시너지를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영어가 잘 안된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다. 제대로 된 길로 걸으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등산을 하면서 제대로 된 길로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화가 빠르지 않지만 정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가는 것이다. 매일 변화를 경험해야 맞는 방법이다. 그래서 두뇌 헬스라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매일 조금씩 하면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새로운 영어세상을 접해보기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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