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아 우리원 농장 대표,농촌서 나고 자란 청년들 떠나지 않게 하는 대책 많아졌으면

“농업은 지속가능한 지구 만드는 업”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3.13 18: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농가경제 활성화를 6차 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 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농촌의 젊은이들은 학업을 위해 대도시로 나온다. 학창시절을 기반으로 도시에 정착하거나 여유로운 삶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강선아 대표(34·전남 벌교)도 출발은 그랬다. 학업을 위해 도시로 나왔다. 유학을 앞두고 우연히 고향 일손 돕기를 하다 부모님의 ‘유기농’에 대한 신념에 감명받아 농업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마음 먹었다.
돌아온 고향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농업인의 길은 생각보다 험했고 주변엔 친구 하나 없이 적막했다. 20대였던 그는 아직은 친구들과의 소통이 필요했다. 그러다 몇 개의 단체 활동을 하며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과 청년농업인연합회를 설립한다.

농촌을 지켜나가고 있는 청년들이 머리를 모아 그간 소극적이었던 농촌 청년정책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발판이 만들어진 셈이다. 연합회를 운영하면서 최근엔 어떤 것이 힘드냐는 질문에 “다들 일을 하니까 밤늦은 회의가 일상인데 맘 편히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시골이기에 더더욱 그렇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청년농부 토크쇼에서 강선아 대표/사진=강선아 대표 제공
그럼에도 열정이 넘치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도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격파하고 농업이 가지는 가치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주경야회 (晝耕夜會,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회의하는)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농부 되는 길이 다양하다는 말이 귀에 꽂히더라
▶“어릴 적 부모님이 농사일하는 것을 보고 자라 저도 농사일이 농업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업을 잇고자 내려와서 한 일은 참으로 다양했다. 첫3년은 농사일과 쌀 포장, 식품가공업무 등 현장 위주의 일을 했고 다음 3년은 택배 수·발주부터 경영관리 등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배웠다.
그다음으로 우리 농장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농업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층의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들을 했다.
나 같은 경우 부모님이 오랫동안 농업에 종사하며 기반을 다져 놓았기에 많은 일들을 금방 배울 수 있었지만 농부가 하기엔 너무 많은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이 단순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만나는 청년 중 농촌에서 생활하고 싶지만 농사일은 부담스럽거나, 농업에 관심이 많아도 농사일을 하기에 기반이 부족하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기나 전문성을 살려 농(農)과 관련한 일들을 하면 그것이 농업이다’고 말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농사일을 직접 하기보단 판매와 마케팅, 교육 쪽 업무를 더 많이 진행하고 있다.”

-그럼 농부라고 하긴 애매한데 어떻게 불러야 하나
▶“요즘은 농부보다는 농업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농업은 농사를 기본으로 다양한 산업과 연계돼 있고 다가오는 미래산업들과 잘 협업이 됐을 때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업의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 농사일에 국한되는 점이 아쉽다.”
▲강선아 대표/사진=더리더

-부모님 세대가 농업 종사자라서 농사를 업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유가 따로 있었나
▶“농촌, 농업에서 그 주된 역할을 하는 건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 역시 집안의 장녀이지만 딸이고, 부모님 역시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계시는 터라 가업을 이어야만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교육 쪽으로 유학 길에 오르기로 진로를 결정해 놓고 잠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집안일을 도울 시기에 우연히 외부에서 아버지 강의를 듣게 됐다.
그 시간을 통해 여태 부모님이 힘든 농사일을 어떤 마음으로 해왔는지,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됐다.”

-강의는 어떤 내용이었나
▶“농부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직업이 아니라 유기농을 통해 땅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을 만드는 역할이란 내용이었다. 그것을 혼자 실천하는 게 아니라 모든 농업인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때 농업인으로 진로를 결정했나
▶“그렇다.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알고, 부모님의 철학을 공감하게 됐다. 농업이 가진 가치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30년 넘게 가꿔온 소중한 땅을 이어가며, 공감했던 부모님의 농부로서 신념까지 계승해 나갈 사람이 되어보자 생각하여 농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유학에서 농업인으로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 대한 부모님 반응이 궁금하다
▶“결심을 밝힐 때 잠시 내려와서 일손을 보태고 있던 터라 부모님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정식으로 말씀드리니 흔쾌히 반기셨다.”

-유기농에 대해 집착하게 된 이유가 있나
▶“부모님은 결혼서약에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바른농사를 짓겠습니다”라며 유기농에 뜻을 모아 농사를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논에서 같이 풀을 매고 농사일을 했더라. 모태 유기농 농부다. 유기농은 나에겐 일상적인 단어다. 지금 농업이 처한 여러 문제들로 당장 모든 땅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긴 어렵지만 미래의 지구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유기농업의 길로 들어서길 바란다.”

-우리원농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1979년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해온 유기농 1세대 농장이다. 유기농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고 땅에 맞는 종자를 개량하는 방법으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농법을 연구해오고 있다. 그렇게 생산한 농산물을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또 발효식품으로 가공하여 소비자들이 좀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는 전남친환경농업교육원 운영을 통해 농업인들과 다양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과 바른 먹거리’라는 주제로 여러 체험서비스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보통 어떤 프로그램인가
▶“농업인들에게는 39년의 유기농업 기술과 노하우를 전부 공유하고 있으며, 농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가공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6차산업을 실시하고 준비하는데 실질적인 정보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먹거리가 생산되는 현장에서 농사일도 체험하고 가공되는 과정을 직접보고 바른 먹거리의 소비 방식을 알려주고 친환경농산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젊은 농업인이 직접 농사일과 농장을 운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점이나 해결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좀 더 쉽고 가깝게 농업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생산하는 농산물은 무엇인가
▶“초창기에는 벼농사뿐만 아니라 여러 밭작물 및 매실과 과수농업을 겸하는 복합영농 형태였으나 현재는 우리 지역과 땅에 특화된 다섯 가지 색이 있는 쌀(오색미)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3년 이상 숙성된 전통장류 및 15년 이상 숙성된 발효농축액, 저염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상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추후 오색미를 특화 한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고향에 내려와 지내면서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시골에 내려와 7년이 다 돼갈 무렵까지도 근처에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농사를 짓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고향생활의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매번 도시의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상경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4H 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우리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교류를 통해 그동안 어렵게만 느꼈던 농업
▲청년 농부들의 오마이라이프/사진=강선아 대표 제공
기술이나 정보들이 쉽게 이해되고 흥미가 생겼다.”

-농촌에 남은 청년들이 만나면 시너지가 있을 듯한데 어떤가
▶“농촌이라는 지역, 농업이라는 업의 특성상 시골 구석구석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만날 기회도 없는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기 마련이다. 청년농업인연합회를 통해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니 시골생활이 훨씬 즐겁고 바쁜 철에 서로 일손도 도우며 힘이 됐다. 자연스레 지역사회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좀더 많은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

-언제 청년농업인연합회 설립에 대한 확신이 섰나
▶“전남청년농부유통협동조합(지오쿱ZIOCOOP)이나 전국청년여성농업인CEO연합회 등 단체들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단체를 만드는 경험을 쌓았고 친구들과 교류하며,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농업인들이 많다는 확신이 섰다.
지역이나 업종이나 성별에 제한을 받지 않고, 다양한 농산업 분야의 청년들이 한데 모여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들어가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청년농업인들이 자기 삶을 책임지고 정착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자 했다.
나아가 청년농업인에 해당하는 정책을 수용하려고만 하지 말고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제안해서 바꿔보자 라는 취지를 가지고 단체를 설립했다.”

-청년농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가 나서서 청년농부를 육성하려고 많은 정책, 사업, 혜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청년들이 농산업에 비전이 있다 생각하고 큰 꿈을 가지고 농업에 도전한다.
청년들의 농촌 유입은 쉽고 그런 것을 위한 정책들 위주로 마련되고 있지만 사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란 청년들의 유실을 방지하는 대책은 너무나 부족하다. 왜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우리가 직접 하자는 취지로 연합회에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승계농의 경우나 창농이나 귀농의 경우도 농업을 시작한 여러 선배들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멘토링을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많이 만들어져 있는 청년농업인 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의 주된 이유는
▶“승계농의 경우에는 대부분 농사를 짓는 부모세대와의 갈등이 크다.”
▲강선아 대표/사진=더리더

-농부 그리고 농업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장점은
▶“농업이란 단순히 땅에 씨를 뿌려 먹을 것을 생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땅과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업이다. 농부는 그 귀한 일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그 가치를 논할 수 없이 지켜져야 하는 산업이다.”

-향후 계획을 이야기해달라
▶“지난 10년은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며 농사를 배우고 농촌에 정착하는 기간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앞으로의 10년은 청년농업인 사이에 활발한 네트워킹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역할 확립과 자립에 주력하려고 한다. 더불어 부모님께서 일궈놓으신 농장을 좀더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다음 10년은 중년 농업인이 되어 또 다른 농업 농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하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생기길 바라고 있다. 많은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최근 1년간 청년농업인과 그 모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관련한 움직임들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멋진 청년농업인들이 많이 있다. 좋은 코너에서 소개되면 좋겠다.
평화(平和)라는 글자를 풀이해보면, 모든 이의 입에 공평하게 쌀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생전에 ‘유기농 쌀을 모든 사람이 먹는 그날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평화를 짓는 농부가 되겠다.”

現 우리원 농장 대표
1984년생 전남 벌교
한국벤처농업대학교 졸업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