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펫숍 개 79마리 떼죽음…"참혹하다 못해 두 발로 서서 볼 수 없을 지경"

동물보호단체, 펫숍 운영자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고은 기자 2018.02.20 17: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충남 천안의 한 펫숍에서 79마리의 개가 방치돼 떼죽음을 당한 사실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충남 천안 소재 펫숍에서 파양견의 보호와 입양을 명목으로 돈을 받고도 방치해 죽게 한 현장을 확인,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펫숍에서 병들거나 굶어 죽은 개의 사체 총 79구를 발견했다. 사체 더미와 함께 살아있는 개 80여 마리도 있었다. 

해당 펫숍은 경매장에서 개를 구입하는 동시에, 반려동물을 기르기를 포기한 이들(사육포기자)로부터도 개를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육포기자로부터 데려온 '파양견'은 보호하고 입양처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보호비'도 받았다.

펫숍이 데리고 온 개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채일택 정책팀장은 "사료 등 먹이를 줬다면 밥그릇이 있거나 바닥에 사료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또 늑골과 두개골이 드러나 있고 사체가 마른 것으로 미뤄볼 때 개들이 죽은 뒤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보통 경매장에서 데려온 개들은 케이지에 담겨있지만 사육포기견의 경우에는 상자에 담겨있는 채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상자에서 발견된 개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운영자는 이들을 인수한 후 그대로 방치해 죽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겨우 살아 있던 80마리 또한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생존한 80마리는 배설물도 치워지지 않은 케이지 안에서 파보(구토·설사·혈변을 일으키며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및 홍역 증상을 보이는 등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다"며 "상태가 특히 위중한 9마리는 바로 구조했으나 이중 3마리는 당일 사망했고 현재까지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박성령 간사는 "참혹하다 못해 인간으로서 두 발로 서서 목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난생처음 본 동물의 마른 뼈는 비현실 그 자체였고 그곳에서 비로소 대한민국 반려동물 산업의 진실과 마주했다"고 토로했다.

동물 학대 혐의를 받는 펫숍 운영자는 현재 영업장의 소유권을 포기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운영자가 또 다른 펫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영업장에도 현장 점검을 나설 예정이다.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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