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장’ 만드는 나쁜 버릇 고쳐라

정환용 ‘난생 처음 재테크’ 저자, “재정상태 정리하고 생활비 절약, 투자는 소액으로 연습하듯”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2.08 13: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새해를 맞은 당신,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금연, 다이어트, 영어공부, 자격증 따기, 재테크… 등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의 목표 리스트에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재테크는 돈을 막 벌기 시작한 20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부터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40대,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려는 5~60대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제다. 하지만 늘 돈은 쓰기는 쉽지만, 모으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왜 우리의 ‘통장’은 항상 ‘텅장(통장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카드 대금 등으로 다 빠져나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지, 텅장 탈출을 위해 올해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묻기 위해 재테크 전도사인 《난생처음 재테크》의 저자 정환용을 만났다. 돈을 쓰기만 하면 무조건 ‘스튜핏!’을 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우선 내 재정 상태에 대해 알고 난 뒤 씀씀이를 줄이는 것도, 투자도 천천히 시작하라”고 답했다. SNS 활동과 책, 강연 등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재테크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사회초년생들의 재테크 전도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신도 경제관념이 없던 시절이 있다고 했는데
▶대학 시절에 경제관념이 전혀 없었다. 대학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기도 했는데 그걸로 만족을 못해 대부 업체에서 돈을 빌려 탕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자만 내면서 ‘원금은 나중에 갚아도 되겠지’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자가 원금을 넘어서기까지 하더라. 그 돈을 갚아야 하는데 갚지도 않고 군대에 갔다. 대부 업체에서 나한테 연락이 안 되니 집으로 연락해서 부모님도 아시게 됐다. 그런데 전역하고 나서 또 대부 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당시에 자취가 하고 싶은데 어머니한테 보증금을 달라고 하기가 어려웠다. 혼자서 ‘보증금은 어차피 다시 돌려주면 되는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빌렸다가 또 다 써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그랬던 본인이 재테크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던 계기는
▶전공이 호텔경영학이었는데 호텔 업계가 생각보다 박봉이기도 하고, 집안이 넉넉하지 못하니까 결혼도 하고 여유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는데 텔레마케팅을 했을 때 들어가자마자 영업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영업 쪽으로 시작해볼까 생각했다. 하루는 학교에 보험설계사 분들이 와서 리쿠르팅을 했는데 실적이 좋은 설계사의 경우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기도 하더라. 그 당시 생각으로 보험은 우선 안전한 금융상품이고 카드나 자동차 영업보다 낫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보험 일을 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재무설계도 하게 됐고, 자격증을 따서 투자권유대행 업무까지 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현재도 보험과 투자권유대행 일은 계속하고 있다. 책도 쓰고 강의도 가끔씩 나가고 있다.

-재테크 비법을 소개한 책인 《부의 방정식》에 이어 지난해 《난생처음 재테크》를 냈다. 책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처음 《부의 방정식》을 냈을 때 페이스북 팔로워가 워낙 많았으니까 반응이 당연히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부의 방정식》에 대해 리뷰를 쓴 것을 봤더니 결론은 ‘책보다 페이스북이 더 낫다’고 썼더라. 그때 ‘내 책도 다른 일반 재테크 책들과 똑같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난생처음 재테크》는 카드뉴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새롭게 기획하고 출판사에 출간 제안서를 돌렸다. 한 서른 곳쯤 연락했는데, 최종적으로 다섯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출판하게 됐다. 《난생처음 재테크》는 현재 출간한지 약 5개월 정도 됐는데 훨씬 반응이 좋다.
-재테크 관련 상담도 하고 있는데 상담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CMA 통장은 어디서 만들어야 하는지(증권사에 가서 만들면 된다), 생활비 줄이는 방법, 투자나 보험 관련 질문을 많이 한다.

-요즘 월급 ‘통장’은 ‘텅장’에 불과하다. 직장인들에게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우선은 첫째로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SNS 때문이다. 요즘은 SNS가 발달되다 보니 사람들의 소비욕을 자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맛집도 많고, 예쁜 카페도 많고, 해외여행 사진도 넘쳐나고 하다 보니 생기는 심리적 현상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남들 다 해외여행 가는데 왜 나는 못가? 이렇게 알뜰하게 모았으니 한 번쯤 해외여행 가는데 팍 쓰자’ 하는 것이다. 이를 일점호화(一㸃豪華) 소비(평상시 일반 소비재는 저렴한 것을 선호하지만,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현상)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돈을 모아도 별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취업은 점점 늦어지고, 취업 후에 결혼하려고 하면 집을 사야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아이를 낳으면 또 돈이 들어가고 하니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텅장을 만드는 원인이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투자까지 재테크 열풍인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큰 금액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본다. 개정된 책에는 비과세 해외펀드 쪽을 빼고 가상화폐에 대해서 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가상화폐 투자를 요즘 워낙 많이 하기도 해서 언급했다. 거기서는 자산의 1~5% 정도는 투자해도 좋다고 썼다. 원래는 1%가 정석이지만 너무 작을 수 있으니 하더라도 1~5%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고 외치는 짠테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열풍 중 하나다. 짠테크의 장단점은
▶짠테크의 좋은 점도 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짠테크 장점이라고 한다면 알뜰하게 소비 패턴을 잡을 수 있는 것, 돈을 남들보다 좀 더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저축을 하는 목적은 현재의 행복을 조금 미뤄서 미래 행복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짠테크를 하면 자칫 현재의 행복이 아예 없어져 버릴 수 있다. 왜냐하면 보통 짠테크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하루 모든 일상이 계산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하면 얼마가 들고, 저걸 하면 또 얼마가 들고’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면서 결국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SNS에서 최근 가난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글이 있다.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순간부터, 일과를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얼마가 드는가?로 자동 환산되는 비참함은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이다. 짠테크는 그 길을 스스로 가는 것이다. 너무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행복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실제 어떤 재테크를 하고 있는지 노하우가 궁금하다
▶우선 나는 적금은 아예 안 한다. 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월급이 들어오면 일단 CMA 통장으로 들어가게 해놓는다. CMA 통장에 돈을 모아두었다가 투자하고 싶을 때마다 바로바로 한다. 적금과 CMA 이자는 실제 0.3~0.4% 밖에 차이가 안 난다. 하지만 적금은 투자하고 싶은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빼지 못해서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 CMA의 경우 지금 유럽 경제가 좋다고 했을 때 통장의 돈으로 바로 유럽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한다.
투자할 때는 무조건 제도권 안에서 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범위 안에서만 투자하고, 주식보다는 펀드나 ETF 쪽으로만 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보통 투자를 시작하면 종일 주식 시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나는 그런 게 싫어서 주식을 하더라도 가끔씩만 본다. 내가 설정한 기간이 있고, 위험한 주가 아니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 수익률은 10~20% 정도 될 수 있는 주식으로 안전 투자한다. 연 수익률 10%라는 말은 7년이면 원금의 2배가 된다는 것인데 이것도 매우 빠른 것이다. 연 20%라면 그의 절반으로 더욱 줄어든다.

-새해 목표를 재테크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나 금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테크를 하려고 할 때 목표를 확 높게 잡아버리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재테크를 목표로 해서 투자도 잘하고, 생활비는 100만 원 에서 50만 원으로 줄여야지’ 하고 갑자기 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게 가장 좋다.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무작정 아껴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처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재테크 상담을 위해 온다고 하면 그 전에 본인의 재정 상태를 볼 수 있는 자산과 부채, 소득과 지출 내역, 보험 등을 정리해서 오라고 한다. 지출의 경우 통신비, 교통비, 적금 등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상담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재정 상태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한 번도 파악을 안 해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정 상태를 정리하고 그 다음에 생활비를 천천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투자를 시작할 때는 목돈이 아닌 소액으로 연습한다는 개념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내 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알아서 공부가 된다. 그러나 해보지도 않고 공부 먼저하고 나중에 투자하려고 하면 겁이 난다. 소액으로 투자하면서 조금씩 공부하면 나중에 목돈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배경 지식이 쌓여 있을 것이다.

-생활비를 줄이는 꿀팁이 있다면
▶나는 주로 생활비를 쇼핑, 생활비, 데이트 통장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하라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금액을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활비 카드를 들고 다닐 때 내가 정한 금액을 체크카드에 넣어놓고 다른 카드는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일주일 생활비 10만 원이라고 해보자. 10만 원 밖에 안 들어 있기 때문에 쓸 때마다 확인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경제생활 관념이 생긴다. 5천 원이 남았는데 친구가 술 마시자고 하면 다음에 만나자고 해야 한다. 본인이 10만 원으로 생활이 된다고 정했기 때문에 친구 만나고 싶었으면 아껴서 잘 썼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신용카드가 있다면 백이면 백 그냥 써버린다. 보안카드도 역시 이체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 안 된다. 나는 체크카드 하나만 들고 다닌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쇼핑 액수를 줄이면 된다. 데이트 할 때는 데이트 통장을 쓰는 것이 계획성 있고 좋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올해는 《부의 방정식》과 《난생처음 재테크》에 이어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제목은 ‘1억노트’다. Q&A 방식의 책으로 스스로 5년 동안 책에 실제로 노트하면서 재테크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한다. 책에는 1년차부터 5년차까지 챕터가 있다. 1년차에서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6개월에 한 번, 책을 한 권씩 추천해준다. 기본적인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서 읽고 독후감도 직접 써보고 저자가 썼던 독후감과 비교도 해볼 수 있다. 그렇게 기본 지식이 쌓이면 2년차에서는 투자에 대해 알려준다. 5년이 되면 총 10권의 책을 읽고, 1억 원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사람에 따라 1억 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니까 스스로 재무 설계를 하고 개인투자 전문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달 정도에는 ‘김생민의 영수증’을 패러디한 포맷의 개인방송도 시작하려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해서 분석하고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유튜브와 아프리카에서 하려고 한다. 이렇게 강의와 개인방송 그리고 책 저술 위주로 하려고 한다.

△정환용
1988년 9월 7일생
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졸업
現 더블유에셋 명예이사
現 유안타증권 투자권유대행인
『부의 방정식』, 『난생처음 재테크』 저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