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KTX-지역버스 환승시대 곧 올 것”

4차 산업혁명 발맞춰 교통수단 공유·통합화 활성화 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2.07 09: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우리 몸속에는 수많은 혈관이 있고 혈관속을 혈액이 순환하고 있다. 혈관을 따라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잘 통할 때 우리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교통과 물류 시스템은 사람 몸의 혈관과 혈액 같은 역할을 한다. 도로,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적재적소에 건설되고,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물류와 수송이 막힘없이 이뤄질 때 교통이 건강한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우리나라 교통·물류 정책과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교통 싱크탱크다. 교통이 과거 한국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연구원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국민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 개선에 필요한 정책개발이 연구원의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통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세종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연구원을 찾았다.

-우리나라 교통 인프라 수준은 어느 정도에 도달해 있다고 평가하는가

▶우리나라 교통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잘 알다시피 인천공항은 세계 1위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속철도는 운행하는 나라가 사실 많지 않다.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정도다. 미국도 아직 고속철도가 없다. 고속철도 역시 세계 최고라고 본다. 도로는 외국에 비해 도로 연장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지만, 고속도로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짧은 경제개발 기간 동안 아주 효율적으로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 성공적인 국가로 평가받는다.

-취임한지 이제 한 달이다. 취임과 함께 교통•물류 기반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새해 들어 대통령께서도 신년사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치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교통은 많은 부분이 중첩된다. 출퇴근 교통 문제라든지, 교통안전과 같이 국민생활에 늘 영향을 미친다.
연구원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동시에 추진할 생각이다. 현재 기본적인 교통물류 분야 일자리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태다. 먼저 그 통계를 정확히 조사하고 수집해 일자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철도나 고속도로와 같은 교통 시설을 기반으로 한 지역거점 개발, 철도역세권 개발, 공항복합도시 개발, 고속도로 환승거점 복합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 이것은 건설 산업이기도 하지만, 서비스 산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안전, 불법 주정차 단속과 같은 공공성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교통 관련 불특정 다수 영향을 미치는 곳에 종사하는 일자리도 앞으로 확충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미래 대중교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교통수단으로 사람들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혹은 자전거, 보행 등을 이용한다. 그 중에서도 대중교통과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미래에는 대중교통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
첫 번째로 공유교통이 활성화될 것이다. 승용차 이용은 줄고, 자기가 교통수단을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이용할 수 있는 카풀이나 우버와 같은 공유교통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다. 내가 미래에는 이동 수단을 소유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런던을 가보면 런던 시내에서는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 할 이유가 없다. 대중교통 하나로 다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통합화이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데 먼저 수단 간의 통합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어느 정도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데 무료환승제도가 그 예다. 버스·지하철 간 서비스 통합 뿐만 아니라, 교통서비스·정보·수단 등이 통합화될 것이다. 도시와 지역 간 통합도 포함된다. KTX를 타고 내려서 지역 버스를 다시 타도 환승이 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여객·운송 산업 개선 방향은
▶여객·운송 산업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니즈와 서비스 수요에 의해 산업이 진화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수요 맞춤형으로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또 한 가지는, 현재 농어촌 같은 소외 지역은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하다. 이런데 대해서는 혁신적인 교통서비스가 들어와야 한다. 몇십 년 전 유럽에 갔을 때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도 대중교통 서비스가 하루 한두 차례 밖에 없어 가기가 어려운 곳이 있었다. 그때 우편배달부 차를 타고 이동을 한 적이 있다. 소외 지역에 대해서는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존의 택배 차량이 택시 업무도 병행한다든지, 새로운 통합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제도를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물류 신기술로 드론이 등장했다. 드론을 이용한 신물류 시장 예상규모와 발전 가능성은
▶지난해 5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OECD 국제교통포럼((ITF,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제작한 자동화 택배 차량을 봤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 차량의 지붕에는 드론이 장착되어 있어 마지막 배달 작업까지 가능했다. 여기까지 보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문제는 배달받는 곳이다. 배달지가 아파트나 사무실일 때 물건을 떨어뜨려야 하는 위치 같은 수취 시설에 어려움이 있다. 만약 이런 수취 문제가 해결된다면, 택배나 소규모 물류수송에는 드론이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수도권은 택배 값이 싸고 이용도 편리한데 반해, 도서 지역은 서비스가 좋지 않다. 이런 도서 지역 운송이나 혈액과 장기 등 의료용 긴급 수송시에는 드론이 앞으로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론은 아프리카와 같이 수송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오지에 식량이나 의약품을 수송할 때 효과가 크다. 이를 인도주의적 물류(humanitarian logistics)라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점차적으로 수취에 대한 인프라만 잘 형성된다면 드론 산업은 상당히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와 드론을 결합한 자동화 택배차량 /사진=뉴스1
-연구원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인 ViewT를 개발했다

▶뷰티는 전국 도로망에 실시간 GPS데이터를 적용해 교통 흐름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특정 구간 통행 속도는 얼마인지, 교통량과 혼잡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도로교통 관리가 가능하다. 교통혼잡은 늘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경부고속도로 판교에서 한남대교 구간은 매일 반복적으로 정체가 발생한다. 뷰티는 그런 혼잡 데이터를 분석해 정체 해소 방법을 찾는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교통혼잡 관리분석 시스템이다.

-이달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 기간 동안 교통운영 대책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먼저 올림픽 참가 선수와 심판, 임원진들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공항에서 경기장이나 숙소까지 장비 이동 편의 등으로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조만간 정부 발표에 의해 영동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올림픽 기간 내 무료 개방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만약 폭설이 내렸을 경우에 대비해서는 국토부가 제설 대책을 준비 중이다. 나머지 임원이나 관람객들은 KTX를 선호한다. 현재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KTX 플랫폼이 있는데 인천공항에서 진부역(평창역보다 경기장에서 더욱 가까움)까지 약 1시간 50분이 걸린다. 이번 올림픽 총 방문객은 120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외국인이 30%, 내국인이 70%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 권역 내 교통도 중요하다. 교통이 막히면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권역 내는 올림픽 레인(OL, Olympic lane)이라고 해서 선수들과 주요 임원진들만 다닐 수 있는 특별 전용차로와 혼잡 발생시 과감하게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ORN(Olympic regional network)을 운영한다. 더 나아가서 일반 관람객은 경기장까지 승용차로 못 오게 된다. 승용차는 시외 환승 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오게끔 해서 교통혼잡을 사전에 대비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제 2터미널의 경강선 KTX 열차
-교통=도시 경쟁력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어떤 교통대책이 필요할까
▶도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교통 서비스나 기반 시설이 좋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외곽에 신도시 개발을 하면서 베드타운이 형성됐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2시간 이상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분당이나 일산 정도는 괜찮아도 다른 외곽 지역 거주자들은 출퇴근이 고역이다.
이런 일이 왜 발생했나. 신도시를 개발해놓고 수송 대책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 뒤에 교통 불편이 생기면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연장한다든지, 광역전철을 만든다든지 했다. 요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이 일부 확정되면서 문제가 좀 해소됐는데, 처음 신도시를 만들 때부터 병행해야 한다. 외곽에 값싼 집에 살면서 GTX를 타고 시내에 2~30분 내에 들어온다면 굳이 강남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신도시 개발과 교통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서 많은 불편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도권 광역전철 사업은 서둘러야 한다. 지금 광역버스로는 부족하다. 광역급행철도 건설이나 기존 철도의 급행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대중교통 무료 시행에도 저감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미세먼지 원인이 여러 가지인데 노후화된 경유차도 큰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택배 차량들이 경유차를 쓰는데 이런 차들을 CNG(천연가스) 차량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노후 경유차 대책은 환경부에서 하고, 택배 차량 CNG 차량 전환은 물류 차원이라 국토부에서 관장한다. 최근 대중교통 무료 시행이 포퓰리즘이라는 말도 많은데 나는 상징적 의미에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통은 출퇴근시 승용차 이용률이 34%로 굉장히 높다. 대중교통 이용률은 62~63% 정도다. 이는 출퇴근시 나홀로 차량이 많다는 것이다.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동안 대도시권 교통대책 중 하나였는데 현재는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율은 증가되지 않고 승용차 이용도 줄지 않고 있다. 좀 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할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있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려면 이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빨리 갈 수 있고, 안전하고 쾌적하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 정책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수도권 급행철도 개발이나 통합 대중교통 서비스(ex. KTX+버스·지하철 환승 서비스) 등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승용차 이용률 저하를 위해서는 불법 주정차 관리가 시급하다. 제천화재 사건에서도 불법 주정차가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와 수준에 맞지 않게 불법 주정차 질서가 문란하다. 주차관리만 제대로 해도 승용차 이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불법 주정차 단속 정책이 지자체에서 인기가 없더라도 국민안전과 통행권 보장을 위해 좀 더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울산 남구는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청사 주차장에 공공 급속충전기 1기(사진)를 설치했다고 1월 12일 밝혔다./사진=울산 남구 제공
-친환경 자동차 보급 정책의 현황과 과제라면
▶친환경 자동차에는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보급이 좀 느리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전기차가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보조금을 줘서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썼다.
두 번째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한 번 충전하면 150~170km정도 주행하는데 장거리를 나서기에는 불안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와 연결되는데 결국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전기차 공공대여 서비스인 오토리브(autolib)가 있다. 차가 필요한 사람은 자동차를 대여해 목적지까지 가고 목적지 인근 주차장에 차를 다시 반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시설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잘 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도로 SOC 건설을 할 때 자동차 유류세를 받아 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유류세 대신 주행세를 받아야 한다. 도로를 이용한 만큼 받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는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 특별기간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탄다. 모든 차가 전기차가 되면 주행세 제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친환경 보급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1957년생
서울대학교 산업공학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런던대학교 대학원 교통공학 석사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대학원 교통공학 박사
동아시아교통학회 국제학술위원장
한국교통연구원 국정교통연구본부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부원장
제1대 철도복합환승센터포럼 회장
現 제 14대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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