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4차 산업혁명, ‘대연정’서 배우자"

규제개혁 통한 제도 개선으로 ‘협치 대한민국’ 만들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2.02 09:2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여야가 인정하는 국회 정책통 ·경제통, 5선 같은 재선의원, 1등 국회의원 등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그에게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이 생겼다. 30초간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모뎀으로 연결되는 PC통신 시대를 주름잡았던 그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주어졌다.
그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몸소 겪은 58년 개띠에게 4차 산업혁명 위원장까지 하라니 솔직히 버겁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화운동 시절 교도소에서 앨빈 토플러의 경제서를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고, 미래 예측서들을 독파하며 경제를 위해 힘쓰겠다고 결심했다. 4차 산업혁명 문턱에 서 있는 대한민국호를 맡길 적임자로 그만한 인물도 없다. 김 의원은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기술의 발전보다 독일의 ‘대연정’ 같은 정책 합의 시스템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이하 ‘4차 산업혁명 특위’) 위원장이다. 현재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규제가 두려워 뭘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부는 나름 뭔가를 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새로운 성장모델, 복지시스템, 인적자원 양성시스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정책 방향과 구체적 과제가 정리되지 않고 있다.
특히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개별 신기술에 대한 논의는 많은데, 혁신친화적 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개선과 시스템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는 별로 없다. 그리고 국민들도 4차 산업혁명을 자기 일처럼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손에 잡히는 토의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특위 첫 공청회에서 산업계와 학계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했던 달콤한 추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간 축적해온 제도나 사회보상 체계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규제개혁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큰 틀에서 과거식 성장, 노동, 복지 방식으로부터 작별하고, 융복합 시대에 혁신을 촉진하는 경제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은 이뤄지겠지만, 그로 말미암아 삶의 안전과 일자리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국가는 규제개혁이 국민에게 사회안전망과 인적자원 개발 기회라는 희망을 줌과 동시에,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중 하나라는 믿음을 줘야한다. 새로운 초연결, 초지능, 현실과 가상세계의 융합을 특성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전개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것의 일환으로 규제개혁이 논의 됐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 추진을 이야기했는데
▶신기술 특징이 예측 가능성은 낮고 융합적이기 때문에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예측 가능했다. 그러면 정부나 대기업이 선구안을 갖고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육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만 해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자기학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어떤 기술이 파생될지, 사업모델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연구와 사업을 모두 할 수 있게 하고, 추후 그 규모가 범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 다시 필요한 규제를 하자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 내용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복합, 신기술, 신산업에 국한해 개발 초기엔 가급적 규제를 줄여 뭔가 해보게 하면서 범용화 단계 때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전 규제를 줄이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처음에는 길을 열어주는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회사 문 닫을 정도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후 규제가 함께 감으로써 사전 규제 완화의 의미가 살아나고 기업 책임이 커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과 미국이다. 양국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전략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부분이라면
▶먼저 실리콘밸리 중심의 미국 4차 산업혁명 모델은 독특한 생태계다. 오랜 시장경제 체제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풍토 속에서, 민간주도형 벤처 생태계와 엔지니어 중심의 창업 투자자들이 형성됐다.
대학도 상아탑에서 벗어나 지식과 신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창업 생태계 일부를 구성했다. 100개 중 90개 이상이 성공할 수 없는 게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성공 동력이 계속 창업자금을 형성했고 최고 인재들이 뛰어들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는 규제가 첩첩산중에, 정부주도 성격이 강하고, 대기업과 벤처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인더스트리4.0과 아르바이트4.0을 민간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관련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산학연정 거버넌스를 이뤄 잘 운영했다는 점은 배워야 한다. 그리고 독일의 강점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타깃팅한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독일은 ‘대연정’이라고 하는 타협과 연합정치 내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정당끼리 표가 되는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부분까지도 함께 공유하면서 연정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간다는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다.
4차 산업혁명이 어찌 충돌이 없겠나. 이것을 제도 정치 내에서 흡수해낸 것이 독일 인더스트리4.0의 기반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낡은 성장 엔진을 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대로 가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다. 그 다음은 타성적인 관료적 행정이다. 이 두 개가 혁명 대상이다.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제2차 공청회에서 김성식 위원장이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량실업 대안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먼 훗날 영화 <매트릭스>나 <블레이드 러너>와 같이 복제인간들이 나오는 시대라면 모를까 아직 그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전개와 더불어 일자리가 늘기도, 줄기도 할 것이다. 총체적 대량실업을 야기하는 것이 구체화될 때를 대비해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복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500년 세계사가 해방 후 역사 6~70년에 압축적으로 녹아 있다. 복지 논의도 외국 유행을 마구잡이로 따라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복지가 아주 약하다. 정당들도 표가 되는 정책만 흔들지, 사회제도 개선 시스템이나 개혁을 위한 복잡한 논의는 잘 안하려고 한다.
나는 고용보험을 내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실업을 당하면 평균 4개월 실업급여를 받는데 수령액이 이전 직장 봉급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실업급여 상한선이 작년엔 150만원 수준이었고, 올해는 170만원 수준이다. 매월 3~400만원 받던 분들이 정리해고 당하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고용보험 지급금액은 중위소득 150% 수준으로 하고, 상한선도 높여서 260~270만 원 정도로 해야 한다. 적어도 평소 봉급의 70%는 받도록 하고, 1년 이상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실업보험 범위에 못 들어와 있는 사람도 많다. 사실상 생계가 끊겼는데도 범위 안에 못 들어와 있는 사람이 500만 명이 넘는다.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특수직 노동자들까지 하면 1,000만 명 정도가 고용보험 사각지대 속에 있다. 이 분들도 어떤 형태로든 제도를 설계해 일자리 안전망 속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 이런 게 기본소득 논의보다 먼저 준비해 나갈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특위 활동 기한은 5월까지다. 4개월 정도 남은 기간 동안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개별 신기술을 쫓아가려는 생각은 없다. 앞서 얘기한 기술과 연결된 제도개선, 규제개혁이 한 가지 과제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용기 있게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스톡옵션 세제 혜택이나 M&A지원 등 조세와 인센티브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고시촌이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몰려들 것이다. 누군가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고 돈을 벌어,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후배들을 위해 투자금으로 내놓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국민 평생교육, 직업훈련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인적자본 양성 기회를 넓히는 것이다. 지금의 직업훈련은 담합 과정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옛날 기술을 주로 가르치는 구조다. 이걸 과감하게 혁신하고, 예산도 제대로 투여해야 한다.

-가상화폐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거래소 폐쇄냐 과세냐 하고 의견이 나눠지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법무부장관 발언과 청와대 전후 대책이 혼선을 빚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 정부는 미래를 품을 수 있는 정부인가 회의감을 주었다는 측면을 정부가 아프게 받아들이고 정책 어젠다 정리 방식이나 깊이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가상화폐는 특정 자산이라고 본다. 화폐인가 아닌가, 금융상품인가 아닌가는 지금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과세를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그렇게 갈 것 같다. 그리고 불량거래소, 불량 암호화폐 취급소에서의 거래는 정상거래가 되도록 투명하고 규제가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거래 시간과 일일 등락폭 제한, 일부 코인을 독점하고 있는 곳에서 단톡방을 통한 거래 조작 등은 다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민생에 여야가 어디 있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올바른 ‘협치’의 모습은

▶우리나라처럼 지역갈등, 남북 이념갈등이 높은 나라일수록 독일 모델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독일이야말로 나치를 겪었고, 전후에 동독과 서독이 나뉘어 이념갈등이 심했던 나라다. 독일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정치와 교육제도의 힘이다. 교육제도는 일찌감치 직업기술 교육이 발전돼 있었다. 궁극적으로 다당제 속에서 타협과 연정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정치가 새 정치라고 생각한다. 의석의 과반수를 특정 정당이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다른 정당과 연합해야만 한다. 연합하는 과정에서 정책 합의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혁신친화적인 경제사회,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복지사회로 가야한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더라도 과거식 국가주도, 대기업주도, 공정기술 중심의 낡은 성장 엔진은 꺼져가고 있다. 지금은 위기다. 언제 잘 나가던 산업이 조선산업처럼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충분히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경제사회 정책에 관해서는 정책 연합을 통해 낮은 수준의 연정부터 시도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본다. 안보나 다른 기타 사안은 정당별로 색깔을 낸다 하더라도 경제사회 정책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는 것만 끌어내서 연합을 한번쯤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58년 개띠 정치인 중 한 명이다. 2018년 개띠 해를 맞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58년 개띠들은 형제들이 굉장히 많다. 형제들 중에 공부 잘 한다는 남동생 하나 서울로 유학 보내고, 나머지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공단에서 일하며 동생 유학비와 생활비를 대던 여공이 많았다. 나는 서울대에 들어가 당시 공장이 많았던 영등포에서 야학을 했던 적이 있다. 공장 생활하면서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야학에 오는 여공들을 가르쳤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교도소에 가기도 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중고등학교를 추첨해서 가는 소위 ‘뺑뺑이 1세대’기도 했다. 이렇게 독특한 사회적 변화를 밟아오며 민주화, 산업화를 겪었다.
이제는 또다시 한 걸음 내딛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요구를 받고 있다. 나는 그 와중에 4차 산업혁명 특위 위원장까지 맡았다. 솔직히 버겁다. 내가 PC통신 시대까지는 잘 나갔는데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는 잘 안 되더라. 요즘은 모바일과 SNS까지 해야 하니 힘들다. 우리 딸은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웃음)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관통했던 우리 58년 세대가 이제는 사회적 책임의 위치에 온 것 같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미래 세대를 위한 가교 역할을 잘하는 것이 58년 개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1958년 12월 16일생(부산광역시)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정책기획부장
통합민주당 부대변인, 정책실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제18대 국회의원(서울 관악구갑/한나라당)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경제, 예산 담당)
제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자리특별위원회 위원
국민의당 최고위원
제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저출산 ·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現 제20대 국회의원(서울 관악구갑/국민의당)
現 국민의당 복지및조세재정개혁TF 위원장
現 제20대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