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카드대란·노무현 바다이야기·문재인 비트코인

文정부가 보는 가상화폐,신기술 or 도박?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2.01 10:4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고객서비스센터에 소비자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문재인 정부는 독특한 열풍을 만났다. 가상화폐 열풍이다. 열풍이 너무 거세져 ‘광풍’이라고도 불린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고조됐을 때는 다른 나라보다 40~50% 이상 비싸게 거래됐다.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유일한 현상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일단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물결이 흐르는 것에 대한 화폐개혁이라는 평이다. 또 비트코인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이 4차 산업에 적합한 화폐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그저 ‘투기’로 본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4차 산업 화폐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의 용도나 기술과는 관계없이 투자해 가격이 상승하고 떨어지는 것을 하나의 ‘도박판’으로 본다.

가상화폐는 4차 산업에 적합한 화폐로, ‘신(新)’성장 동력에 기여하는 산업일까, 혹은 단순한 도박판일까. 정부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신기술’ 혹은 ‘도박’으로 가려진다. IMF를 극복하고 내수 활성화로 ‘카드산업’을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길, 혹은 바다이야기처럼 ‘도박’으로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로 나뉜다.

‘빚내서 소비 진작?’… ‘내수성장’ 목표였던 DJ ‘카드대란’
IMF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정부는 ‘카드’를 꺼냈다. 소비증진 정책의 핵심으로 신용카드 활성화를 내세웠다. 1999년 2월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50% 제한을 폐지하고 그해 5월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한도인 70만 원을 폐지했다. 2001년에는 길거리 회원모집이 허용됐다. 카드 시장 진입 요건을 완화하자 신용카드 발급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DJ는 신용카드를 내수를 살릴 ‘신동력’으로 봤다. 카드대란에 대한 평은 나뉜다. IMF 이후 내수를 진작할 수밖에 없던 정부 딜레마였다는 입장과, 대표적인 서민파탄 정책이었다는 혹평이다. 1998년 신용불량자는 193만 명이었다. IMF를 겪었던 1997년에 비해 50만 명이나 늘었다. 그런 신용불량자가 2004년 4월 말에는 382만 4,000명이 됐다. 2003년까지 늘어난 신용불량자 108만 명 중 84%가 신용카드의 사용으로 불량자가 됐다.

당시 카드사들이 노숙인들에게까지 카드를 허용하고 높은 이자율로 영업을 한 점이 서민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바다이야기 닮은 비트코인?… 참여정부 인사들 비트코인에 ‘질색’
비트코인과 가장 많이 비유되는 것은 바다이야기다. 2004년 만들어진 바다이야기는 2006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파친코 게임의 일종으로 특정 모양의 물고기가 나오면 상품권을 따는 게임이다. 상품권은 인근 타인 명의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꿔주는 방법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바다이야기 게임을 다루는 성인오락실이 증가했다. 당시 전체 상품권 규모가 4천 억 원인 시장에서 바다이야기용 상품권을 최소 36조~63조 원어치 찍어냈다.

초기에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정권 차원의 비리가 의심되기도 했다. 정권 연루설까지 제기되자 바다이야기 파동은정 부에게 흠이 됐다. 뒤늦게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 단속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140여 명을 사법처리 했다. 당시 피해자가 100만 명이 넘은 상황이다. 유가증권이기도 한 압수한 상품권을 국고 환수하지 않고 9조 원을 소각했다.

가상화폐, ‘내수 진작 카드’ or ‘도박’
문재인 정부는 신용카드를 신산업 동력으로 보고 신용카드 산업을 확장한 국민의정부 길을 갈까, 아니면 바다이야기를 도박으로 보고 싹을 잘랐던 참여정부의 길을 갈까.

일단은 바다이야기와 유사하게 흘러간다. 문대통령을 포함, 참여정부 인사가 다수다. 그래서인지 ‘투기’에 대해서는 질색이다. 비트코인 광풍도 바다이야기와 유사하게 본다. 참여정부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에 대해 “돈독이 오른 사람들이 빠져드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바다이야기를 단속하지 않은 정부에게 화살이 돌아갔던 것처럼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17일 “가상화폐 폭락이 정부 개입 때문”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 예산 412억 원이 암호통화 거래소에 투자가 됐다고 확인됐다. 정부는 예산이 내부자 거래에 악용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단속 나선 정부’, 열풍 잠재울 수 있을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경기도 용인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서 간담회에서 “블록체인•가상화폐 같지 않다”며 “가상화폐의 비이성적 투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 규제 대책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 당론으로 정한 바가 없다. 자칫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여론을 살피고 있다.

국회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10월 가상화폐를 포함한 새로운 투자기법을 사칭한 범죄를 규제할 수 있도록 ‘유사수신행위규제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를 새롭게 정의하고, 취급 거래소를 인가해주는 내용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과 하태경 의원도 관련 법안을 만들 계획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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