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극 한국유기농업협회장,“유기농은 생명·지구에 대한 존중”

[농촌은 지금, jump up]직거래 장터 만들어 서민들 건강에도 도움 주고 싶어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2.06 10:09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농가경제 활성화를 6차 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 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

‘운이 좋은 사람’,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하고 싶은 일 하다 보니 이루고자 하는 것들에 가까워졌다.


그가 좋아하는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생각한 것이 유기농업이었고,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산물을 길러내고자 땅의 힘을 키우는 지력 배양 전문가가 되었다. 거기에 비닐하우스를 매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이 힘들다는 아내를 위해 개발한 세계 최초로 감전사고가 없는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까지. 그의 농업 인생 40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국유기농업협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하고는 유기농업에 대한 노하우와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농업이라는 철학을 전파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유기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건강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가치관으로 볼 때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생산자나 소비자나 식품안전성에 매몰되어서 자연생태계 보전에 대한 가치는 잊고 지내는데, 그런 철학적 가치와 현실적으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농업인을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리더>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임기 동안 유기농산물을 서민들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직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도 언급했다.


-평소 농사꾼으로 불리길 원한다고 들었다. 농사꾼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버지 형제들이 대부분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쳇바퀴 돌 듯 사는 게 안 좋아 보였다. 한 번뿐인 인생을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축산과를 나와서 푸른 초원에 동물이 한가롭게 있는 모습에 대한 동경이 컸고, 생명산업으로 내가 지은 농산물을 나눈다는 데 가치를 느꼈다. 그때만 해도 농업이 국가 기간산업이었다. 본능적으로 농사짓는 것이 가장 최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농업을 선택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지금은 셀러리, 무, 브로콜리 등을 연간 400톤 정도 생산하고 있다.


병든 아기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없듯 땅을 잘 가꾸어서 튼튼한 대지로 만들어야 거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건강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30년 넘게 지력 배양에 역점을 두었더니 병충해 없는 농산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9년 4월부터는 북한농업협력사업에 관여했다. 북한에 체류하면서 하우스 설계와 시공, 자동화 설비, 파종과 관리 등 북한의 농업을 돕고 있기도 했다.”


-유기농업의 초장기 모습이 궁금하다
▶“한국유기농업협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역사가 40년 되었다. 설립 초창기에 유기농에 대해 정확하게 개념을 정립하고 실천했던 것도 아니다. 1970년대만 해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식량증산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초창기에 유기농을 주장하던 회원들은 환영을 받지 못했고 심한 경우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했다.


지천에 널려있던 개구리와 메뚜기가 사라지는 자연생태계를 보면서 자연과 생명체를 보존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성천 류달영 박사님의 선견지명 아래 뜻을 모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지 발전시켜 왔다.”


-유기농업의 정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기농업이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며 일체의 화학비료와 농약, 항생제,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물질 순환에 의한 농업이다.


1970~80년대에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유기농업이란 용어만 쓰였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들어 정부에서 친환경농어업법을 제정하면서 친환경 농업과 친환경 농산물이란 말이 쓰이게 되면서 함께 쓰이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투입하는 물질 중심으로 유기농업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인간과 생명 및 지구에 대한 존중과 상호배려, 사회 각 방면에서의 공정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즉 유기농을 경제·사회·문화적인 가치를 담는 틀로 보고 있다. 우리도 보고 배워야 한다.”


-한국유기농업협회의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1978년 시작해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유기농업협회는 3만 5천여 명의 생산자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로서, 대한민국의 친환경 유기농업의 기술개발과 교육 및 생산량 확대를 이끌어오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민이 할 수 있는 애국은 안전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원칙아래 농약이나 화학비료, 항생제 그리고 호르몬제 등의 사용으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들을 방지하고자 출발했다. 특히 지난해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농민은 의기소침해지고 소비자는 불신이 팽배했던 쓰라린 경험의 한 해였다.


그러나 지구가 돌 듯 인류가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친환경 유기농업이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각종 화학물질을 투입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농법으로 식량생산량은 증가했으나 그 화학물질들이 부메랑이 되어 독으로 돌아오고 우리의 자연환경은 피폐해졌던 것을 경험 삼아 앞으로도 꾸준하게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 발전을 위해 전진할 것이다.”

▲한국유기농업대회 사진/사진제공=한국유기농업협회

-유기농업협회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1978년 7월 28일부터 220명 유기농업의 이론과 실제라는 교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수많은 농민들을 대상으로 유기농업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 568차에 걸쳐 6만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한국농어촌공사와 손잡고 유기농업을 통한 팔당지역 등 상수원 보호에도 힘써 왔다.
매년 코엑스에서 친환경유기농산물무역박람회를 주최하여 많은 소비자에게 유기농산물을 홍보하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여 수출 촉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농협과 함께 친환경농산물품평회를 개최하여 우리나라 유기농산물의 우수성을 뽐내고 생산자에게 자긍심과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 개최하는 유기농식품박람회에 연간 5회 정도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 생산업체를 선발하여 참가시키고 있다.
회원들이 생산한 유기농식품을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유통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금천구 공공급식센터를 위탁운영하면서 어린이집에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자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위한 첫걸음은 임산부가 각종 식품 공해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산부 유기농식품 공급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의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한때 경지면적 기준으로 전체의 8%까지 간 적이 있었다. 이후 저농약 인증이 친환경 농산물에서 제외되고 무농약이나 유기농 생산 농가의 포기가 늘어나 현재는 농가수와 경지면적 그리고 생산량으로 볼 때 약 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 비중은 2% 선을 조금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여전히 소비량보다는 생산량이 많으며, 친환경 농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소비의 증가가 필수적이다.”


-유기농에 대한 세계의 추세는 어떤편인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67%가 친환경을 확인하고 구매한다는 보고가 있다. 농약과 비료의 농산물이 증수에 기여했음은 인정하지만 오남용으로 인한 인체의 부작용 아토피, 천식, 자폐증 등이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도 경각심이 있는 듯하다.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있지만,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빛나듯 자연에 가까울수록 우리 몸에 좋다는 인식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유기농 인증마크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인증이 없이 어떤 것으로 유기농이란 것을 증명할 것인가에 대해 농식품부에서 고민을 하다가 무농약, 저농약으로 유기농 인증을 해주었다. 지금은 저농약은 사라지긴 했다.

▲전국 친환경 농산물품평회장 라운딩

긴 안목에서 보면 갓난아이가 태어나서 바로 뛰어다니지 않듯 유기농업도 점진적 발전을 하도록 양성을 해주어야 한다. 과수 같은 경우는 농약을 한 번 잘못 치면 몇 년 동안 공들인 게 허사가 된다. 저농약부터 무농약, 유기농 이런 단계로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면 저농약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농민들이 유기농에 참여하게 된다. 최소한 저농약만 해도 제초제를 안친다. 제초제가 제일 나쁜 농약으로 적든 많든 다이옥신이 함유되어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친환경 농산물에서의 DDT 농약성분 검출이 있었다
▶“DDT와 같은 살충제는 이미 1979년에 전 세계적으로 시판이 금지된 약물이다. 40년 전에 뿌려졌던 게 분해되지 않고 땅에 흡수되었다가 식물로, 또 식물에서 닭으로 옮겨가 오늘날에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들께서도 DDT 검출을 통해 40년 전에 뿌려졌던 농약이 검출되는 현실에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방지하는 선각자적 집단이라는 생각을 반대로 가지면 좋겠다. DDT를 농가에서 사용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비고의적 사고다.


무항생제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도 사실은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항생제 계란의 인증규정과 관리제도에 살충제 검출은 빠져 있었다.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규정을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대다수의 친환경 유기농 생산자들은 인증규정에 맞게 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면 소비자가 국산 농산물을 적대시하고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생산 농가에게는 회의감에 유기농업을 포기하게 하고, 소비자는 국내 농산물에는 안전 농산물이 없다는 개념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은 어떤편인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전국에 6만 농가 정도 된다. 대부분의 농가는 철학적 의미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일 분이면 제초할 수 있는데 세 시간씩 풀을 뽑고 있는 양심적인 농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생활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유기농업을 하는 분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지금은 유기농 인증을 잘했어도 농약 한 번만 검출되면 그 공은 다 사라지고 만다. 규제 중심의 농업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농가를 예비적 범법자, 잠재적 범법자로 규정하고 농약만 나오면 인증이 취소되고 매장되는 시스템이 전체적인 틀에서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유기농업을 하는 것이 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부에서도 응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대체로 생산 단계에서의 지원이 주로 이루어졌다. 즉 생산자재와 인증비용 등을 지원하다가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의 출하와 유통에 대한 지원도 많아졌다. 또한 친환경직불금을 통해 직접 소득지원도 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유통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유럽의 농업환경 프로그램처럼 과정을 중시하여 친환경 농법 자체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계획은
▶“협회 차원에서는 회원들의 소득 향상과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두 가지에 기여해야 한다. 회장이 되고 나서 적극적으로 서울시 공공급식사업에 입찰하여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생산자인 농민이 이제까지 철학을 가지고 국민 건강을 도모한다고 농사를 지었지만 유통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그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던 것을 직거래 장터로 메우고자 한다.


사실 유기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가격이 비싸서 상류층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서민들이 육체적인 노동강도도 세고 건강해야 하지 않겠나. 서민들이 유기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를 구축해서 그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싶다.


그 방법의 하나로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약간의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을 물류 기지화하여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주문하여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생산과정을 깐깐하게 관리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주력할 것이고 그동안 추진했던 기술개발과 생산자 교육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믿고 찾는 단체로 성장시킬 것이다.”


-유기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유기농산물은 건강을 위해 먹는다. 이는 중요한 가치이고 행위이다. 그러나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소비가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환경 농업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국가적인 가치관으로 볼 때 생태계 보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보자. 오로지 안전한 식재료를 쓰는 것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에게 농업과 환경의 관계를 가르치지 않는다. 환경이 망가지면 결국 인간은 살 수가 없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유기농은 무엇을 먹는가에 대한 문제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포함하여 발전적인 논제로 풀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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