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곤 부천 바른손약국 약사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2.08 11:1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유곤 부천 바른손약국 약사

“이 약은 가격이 내려서 오늘부터 천 원이예요. 싸져서 좋으시지요?”
“지난번보다 증상이 더 심해졌나 봐요. 빨리 낳으시라고 약의 함량이 높아져서 지난번보다 가격이 올랐어요.”


부천에 있는 바른손약국의 김유곤 약사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자주 오는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고, 가끔 오는 사람들에게도 약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까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한다. 약의 성분, 가격이 오른 이유, 왜 그 약을 먹어야 하는지 등 평소에 묻고 싶었지만 삼켜왔던 질문들을 꺼내 놓기도 전에 읊어준다. 이제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믿고 사는 약국이 된 이곳이 바로 <이 시대의 숨은 리더를 만나다>의 두 번째 주인공 김유곤 약사의 일터이자 집이다. 전국 최초로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심야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약국 안에 자리잡은 쪽방은 8년째 그의 안식처다.


최근 아내의 건강 악화로 당분간 밤 12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지만 체력이 닿는 한 심야 약국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도 처음 심야 약국을 운영하는 건 모험이었다. 우연히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후 찾아오는 응급 손님들을 보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대부분이 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었고 심야 약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묵묵히 혼자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혹자는 그에게 1인 시위를 한다고 한다. 1인 시위의 목적은 ‘사회적 강자든 약자든 간에 공평하게 약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자는 것’.


김 약사는 인터뷰에서 “힘 있는 사람들은 의료 혜택을 당연히 누리고 살지만 힘없는 서민들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낮에 병원에도 못간다”고 말하며 “이런 사람들이 약을 구하는 곳이 바로 약국이다. 그들이 양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복지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시대의 리더를 만나는 코너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자기 생활에 충실하게 사는 보편적인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고, 주어진 소명이랄까 그런 것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좋게 봐주어 감사하다.”


-심야 약국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2010년 5월에 심야에 약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시민단체에서 말들이 많았다. 대한약사회에서는 시범사업으로 6월 19일부터 6개월간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블루약국과 24시간 운영하는 레드약국을 운영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에 공문이 내려왔고 별다른 지원 없이 운영 시간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임원들이 대부분 그 역할을 맡았다. 부천시 약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장이 한숨을 쉬면서 레드약국을 할 곳이 없다고 하기에 지원자가 없다면 내가 하겠노라고 말했다.


가족들에게는 시범기간 6개월 동안이라고 설득을 하고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와서 다들 만세하고 손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시범기간 동안 약국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의 간절함이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다’, ‘깜깜한 밤에 등대와 같다’는 감사의 표현을 해주신 분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밤에 약을 구하는 것이 그렇게 반가웠다니…. 그 마음들을 몰랐으면 몰라도 안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24시간 혼자 운영하시나
▶“2010년부터 지금까지 약 8년간 혼자 24시간을 운영했다. 아직은 체력도 있고 밤에 생각보다 국민들이 약을 많이 찾고 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나
▶“60년생이다.(웃음)”


-하루 종일 약국에만 있으면 건강관리를 잘 못할 것 같은데
▶“시범사업을 마치고는 마음을 바꾸었다. 일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찌든다.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이랑 놀 때 나이트에 가서 노는 것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신나게 노는 기분으로 일한다. 약국이라는 놀이터에서 24시간 약국놀이를 한다. 판매나 조제, 손님을 대할 때 모두 놀이를 한다고 마음을 바꾸니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 압박에 대해 사라지더라.


요즘엔 손님들이 오히려 ‘약사님 피곤하셔서 어떻게요’, ‘건강 챙기세요! 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곤한 것도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 유익하다면 기쁨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임하니까 피로를 극복하는 힘이 저절로 생긴다. 약국 안에서 가볍게 맨손체조를 하기도 한다.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나기 등을100개씩 하면서 체력 관리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마음이 육신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아이들도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만 퇴근하는지를 몰랐고 지금은 내 건강을 염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빠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고 하더라. 또 ‘할 수 있다면 한걸음씩 아빠처럼 누군가에게 유익함을 주는 그런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보람이 있었다.


아내는 항상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컸다. 최근에는 아내가 사고로 다쳐 누워있는 상황이라서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은 밤 12시 반 정도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있다. 다행히 건강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8년간 참 많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의미가 있던 일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작년 12월 22일에 새벽 4시에 눈이 굉장히 많이 왔었는데 70세 된 어르신이 계단에서 넘어져 코뼈가 부러진 상태로 약국을 찾아왔다. 어르신의 생각에는 24시간 문을 연 약국에 가면 된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심각했다. 119를 불러서 종합병원에 가도록 조치를 해주었다. 그 후 다시 와서는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 골절이 심했는데 빠르게 병원으로 가서 치료한 케이스였다. 심야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종합병원으로 가겠지만, 삶이 어려운 노부부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약국으로 온 것이다. 심야 약국이 중계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뿌듯했다.”

▲김유곤 부천 바른손 약국 약사

-심야 약국을 더 많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나
▶“모든 국민들이 사회적 강자든 약자든 간에 공평하게 약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본다. 소위 갑에 속한 힘 있는 쪽은 의료 혜택을 잘 받는다. 하지만 힘없는 서민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을 하며 낮에 병원도 제대로 못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이 약을 구하는 곳이 약국이다. 최소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복지 정책이 아닌가 싶다. 생각하는 것보다 심야에 약 구입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편의점에서 약을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손쉽게 국민들에게 약을 보급하는 방법이겠지만 이왕이면 전문가에게 약을 구매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국민들 입장을 생각하면 힘없는 사람들은 알아서 약을 사먹고, 힘 있는 우리는 의사나 약사를 통해 약을 먹는다면 불공평한 정책이다. 사실상 심야 약국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합의를 도출해서라도 약국이 심야에 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서 국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24시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의 희생이 뒷받침돼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예를 들면 인건비로 천여만 원 지원을 받아 3교대로 운영을 한다고 들었다. 약국도 심야시간에 일할 약사의 인건비 정도는 지원해줘야 한다.
심야 약국을 운영해보니 새벽 1시까지는 응급으로 약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열 필요가 있고, 그 이후 시간에 찾는 분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파트타임으로 새벽 1시까지만 운영하면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심야시간대에 약을 구입하는 국민들은 대부분 약자 계층이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전문 약사가 꼭 필요하다.”


-부천 바른손약국의 미담을 통해 이런 심야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던데
▶“우리 약국을 벤치마킹해서 제주에서는 제주도의회에서 관광객을 위해 밤 10시에서 12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필요 경비로 200만 원 정도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호응이 좋아서 적극적이다. 유사한 케이스로 경기도의회에서도 새벽 1시까지 문을 여는 약국에 300여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경기 곳곳에 6군데 정도 혜택을 보고 있다.”


-약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첫째는 모두가 져야할 짐을 혼자 지고 가는데 대해서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또 횟수로 9년째니까 내 건강에 대한 염려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한 걱정 등이 있다. 제주부터 강원까지 약사들이 만나면 우리가 나눠져야 할 짐을 지고 가는 부분에 대해 고맙다고 한다. 심야에 약국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을 한다.”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가족이 동의하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아내가 아프니까 잠시 돌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 사명으로 생각하고 계속하고자 한다. 제도가 만들어져서 모든 약사들이 공평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정책이 시행된다면 혼자 짐 질일이 없을 것이다.”


-어려운 길인데 계속 심야 약국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범사업 하고 나서 반성했던 것이 있었다. 약사가 된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국가에서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전문 자격증을 줌으로 해서 약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도움을 주라는 의미였다고 본다. 약사는 장사하는 이와는 다른 책임과 의식이 있어야 한다. 늦은 시간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김유곤 약사

-이 시대의 리더란
▶“안타까운 것은 어떤 자리에 훌륭하고 귀한 분이 있다 싶으면 그 자리를 떠나 정치한다고 가 있는 케이스를 많이 본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수 있고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어 본받을 만한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기성세대에게 배울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본받을 만하다고 언급되는 그런 사람이 리더다.
촛불시대 아닌가. 자기를 희생하고 돌봐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부족하지만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


-2018년 계획이 있다면
▶“특별한 계획은 없다. 매 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한다. 지금은 24시간 약국을 운영하는 것과 아내의 병간호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나 싶다. 자녀들에게도 높은 산이 있는데 달려가려고 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고 말해준다. 산을 목표를 하되 한걸음씩 가다 보면 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순간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살고, 올해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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