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쪽방촌 주민 자립 돕는 '꽃피우다'로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특집 인터뷰] 중구의 쪽방촌 주민 자립 돕는 '꽃피우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지선 기자 2018.01.31 10: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다각화되고 있다. 단순 생계비 지원을 넘어 일자리 알선 차원의 직업 교육은 물론 인문학 강의가 제공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머니투데이 <더리더>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시 중구의 ‘꽃피우다’ 사업도 이러한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궤를 같이한다.

‘꽃피우다’는 중구의 지역적 특성인 쪽방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는 플로리스트 교육 사업이다.

기존의 공공일자리라 함은 공공시설 청소, 거리 환경미화 등 단순 반복 작업 위주의 일자리에 머물렀다. 중구는 이런 과거의 방식을 탈피해 화훼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참여자들이 교육을 받은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플리워 비즈니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이점이 있었고, 꽃을 통한 심리적 치유와 자활에도 도움이 돼 이번 사업에 적합한 업종이었다.

중구는 꽃피우다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과 사회복지시설 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남대문 지역상담센터, 그리고 사회적 기업인 에덴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초기 후원금 제공과 사업 자문을 도왔고, 에덴은 참여자 교육을 담당했다. 남대문 지역상담센터는 전반적인 사업모델 개발부터 일자리 알선까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화분과 꽃다발 제작 교육, 온·오프라인을 통한 꽃 판매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초기에는 주로 꽃바구니나 꽃다발을 다뤘는데 드라이플라워, 꽃카드, 비누꽃, 다육 등으로 상품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황치영 서울 중구 부구청장이 최우수상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꽃피우다’ 사업은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졌던 플로리스트와 쪽방촌 주민들 그리고 노숙인들을 성공적으로 연결해서 ‘쪽방촌’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 누적 매출액 1억2천여만원을 기록했으며, 참여자 2명이 관련 업종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를 통해 취업과 창업을 도울 예정이다.

중구의 최우수상 수상과 관련해 이달곤 심사위원장은 “이 상은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라 정책에 초점을 맞춘 상이다”라며 “어떻게 하면 주민·시민단체와 손을 맞잡고 일하느냐, 어떻게 민간과 시너지를 만드느냐에 선정 초점을 맞췄다”라고 밝혔다.

또 “이런 시너지 중에는 경제적 시너지도 있겠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주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느냐를 봤다”라고 덧붙였다.

수상에 나선 황치영 중구부청장은 “중구 남대문 일대의 쪽방촌에는 9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 중 근로능력 의지가 있는 이들의 자활 프로그램으로 플라워 비즈니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청, 현대엔지니어링, 사회적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교육과 판매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서 참여자 일부가 관련 업종에 취업하기도 했다”며 “2014년부터 추진한 정책으로 큰 상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최지인 주무관/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최지인 중구청 취업지원과 일자리정책팀 주무관 미니 인터뷰>

-제2회 지방자치정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소감 부탁한다
▶‘꽃피우다’ 사업이 여러 우수 사업들을 제치고 최우수상까지 받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 무엇보다 ‘꽃피우다’ 프로젝트에 의지를 갖고 열심히 임해주신 참여자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참여자들은 ‘꽃피우다’를 통해 실습도 하면서 판매도 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래도 꽃 주문이 많아야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한다.

-꽃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꽃이라는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쪽방촌 주민과 꽃을 떠올리면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지만, 역으로 이것이 더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그래서 플라워 비즈니스인 ‘꽃피우다’ 사업이 시작됐다.

작업 중인 '꽃피우다' 참여자들/사진=중구청 제공
-‘꽃피우다’의 추진 현황과 지속 여부가 궁금하다
▶현재 전문 플로리스트 한 명과 세 명의 참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꽃피우다’ 사업은 행정안전부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은 보장된 셈이다.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등 여러 기관들이 동참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매월 월급 중 일부를 우수리 기금으로 조성해 중구 남대문 지역상담센터에 기부했다고 알고 있다. 서울역에 위치한 남대문 지역상담센터는 주변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그래서 이 기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두고 세 단체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꽃피우다’ 사업이 탄생하게 됐고, 사회적기업 에덴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여러 기관이 협업하게 됐다.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서 사업을 위해 발 벗고 나서준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이 착수됐다.

-정책을 추진해가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나
▶참여자 대다수는 중구 관내 쪽방촌 주민이나 저소득층 주민들로, 특별한 직업 없이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열심히 사업에 참여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때 나 역시 보람을 느낀다.
특히 이들에게는 매일 같은 장소로 같은 시간에 출근하여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중도에 포기하는 참여자들도 다소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업이 정착된 이후인 현재는 성실하게 출근하면서 뭐든지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참여자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요즘은 뿌듯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어떤 분은 “새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생계에도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매일 꽃을 보고 만지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힐링도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쁜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사업장 분위기도 좋아서 화합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매장 전경./사진=중구청 제공
-제2회 지방자치정책대상에 참여한 소감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구의 ‘꽃피우다’ 사업을 여러 지자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또 여러 가지 좋은 정책들도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중구도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구의 올해 계획
▶‘꽃피우다’ 사업이 시작되고부터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초기보다는 많이 정착이 되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매출이 많이 줄고 있다. 사업의 지속과 참여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주문이 많이 늘어나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구에서도 홍보 활동을 더 활발히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hoi09@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