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이 던진 '사회란 무엇?'

이택광 교수, “다름과 불편함 마주하고 이야기할 때 실마리 찾을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1.16 09:5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노키즈존(No Kids Zone),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뜻한다. 지금 음식점과 카페 등에 노키즈존이 점차 늘어나면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 자녀와 함께 제주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 식당 출입을 거부당한 A씨는 이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여기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행위다.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와 여론조사업체 두잇서베이가 전국 20대 패널 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키즈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3.4%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51.1%는 노키즈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노키즈존 현상에 대해 묻기 위해 경희대 이택광 교수를 찾았다. 그는 노키즈존 찬반논란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 전체 구성원들에게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봤다. 단순한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 관계, 즉, 배제냐 포용이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노키즈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노키즈존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노키즈존은 ‘아이는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일부 레스토랑, 카페에서 어린이들이 출입해 피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은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아이들 출입이 금지되면 자연스럽게 그 부모들까지도 입장을 못 하게 된다. 노키즈존은 장소마다 나이 제한이 다르다. 어떤 곳은 3세 이하, 어떤 곳은 5세 이하 아동 출입을 금한다. 일반적으로 공연장은 5세 이하 동반입장이 안 된다. 특별한 기준이라기보다는 보통 업주들이 임의로 기준을 정한다.

-노키즈존은 언제부터 생겼고 왜 생긴 것인가
▶정확한 시기는 없지만 작년부터 이슈가 많이 됐다. 과거에 모 호텔의 경우 식당에 ‘한복 입장불가’ 규정을 두기도 했다. 이유는 한복을 입고 갔다가 사고가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재발방지 차원에서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노키즈존은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문제를 일으키니까 입장 자체를 불허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들은 이렇다. 음식점 테이블 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간다든지, 부모들이 제재하지 않아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면서 소란을 피워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등이다. 이럴 때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업주들에 의해 노키즈존이 만들어졌다.

-노키즈존 영업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법은 사실 경험적인 것으로 판례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 어떤 문제에 대해 고소해서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판례가 생기게 된다. 노키존의 경우도 그런 판례가 생기게 되면 그때 문제가 좀 정리될 것 같다. 현재 노키즈존 고소가 진행 중인 사례가 하나 있는데,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정 다툼이 될 듯하다. 수원에서 부모가 자녀 둘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갔는데, 입장 거부를 당해 업주한테 항의를 했음에도 또 다시 거부당해 고소를 한 사건이다.
실질적으로 노키즈존은 헌법에 위배된다. 아이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입장을 불허했을 때는 형법상 인권에 문제가 생긴다. UN에서도 아동권리협약이라는 게 있는데 실질적으로 헌법적 가치와 부합한다. 업주가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해도 헌법 가치와 충돌했을 때는 불리할 수 있다.

-당사자 입장에 따라 노키즈존은 ‘자유 보장’ 혹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는데

▶업주들 입장에서는 영업의 자유를 주장한다. 아이들이 영업장에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거나 재물 손괴를 입혔을 경우, 심지어 안전사고가 나면 고스란히 업주들이 피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키즈존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아이들은 문제가 있다고 강제수용소로 보내거나 격리시킬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사회가 아이들에게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아무리 영업권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사회 공동체 존립 근거보다 앞설 수는 없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공동체 붕괴와 연결된다. 실질적으로 대화로 서로 오해를 풀고 양보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이런 경우 아이들에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 공중도덕과 질서를 지키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아이들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이 출입했을 때 안전상 위험이 있을 경우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 공연장의 경우 5세 이하 아이들은 실질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보안과 안전상 문제 때문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노키즈존 확산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인가

▶사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다름이나 불편함을 마주하는 태도의 문제다. 불편함을 참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상당히 서툴다. 그리고 카페의 경우 주로 업무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문화적 특징이 있다.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모순들이 중첩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 같다.

-노키즈존이 향하는 화살은 아이에 대한 혐오라기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맘충 혐오가 더욱 극심한 상황인 것 같다
▶사실 맘충(Mom+벌레충(蟲)의 합성어로 공공장소에서 에티켓 없는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육아 이기주의를 뜻하는 말)이라는 용어는 10대들 용어였다. 10대들이 호랑이 엄마에 대한 거부의 표시로 사용하던 은어였는데 지금은 대중적 용어가 됐다. 이것도 사실 모순적인 말이다. 근대국가에서는 어머니는 모성의 상징으로 우러러봤다. 맘충이란 용어가 지금처럼 노키즈존으로 확산될 경우 혐오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른다. 우리 사회는 경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처음부터 배제하고 원천봉쇄하려고 한다. 아이 문제가 불거지니까 눈앞에서 치워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는 배제의 대상이 누구나 될 수 있다. 지금은 맘충이지만 가난한 사람이나 여성, 이민자, 장애인, 노인,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분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 대상의 범주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득권 프레임인 것이다. 카페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닌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훗날 배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외국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노키즈존은 사실 외국에서는 말이 안 된다. 외국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부모에게 소속된 존재, 우리가 돌봐야하는 존재로 본다. 서양의 경우는 아이는 미래의 국민이고 국가 소유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국가 임무를 대신해서 맡아준다는 생각이 짙다. 그래서 만약 부모가 잘못하면 국가가 빼앗아간다. 주민들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보고 신고하면 보호소로 데려가거나 다른 부모를 찾게 된다.
외국에서 노키즈존을 실시하게 되면 바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다. 외국에서 자주 있는 일중에 하나가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이 잘 몰라서 한국에서처럼 아이 혼자 학교를 보낸다든가 공원에서 혼자 뛰어놀게 하고, 펍 같은 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부려도 놔둔다. 그런 경우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이 온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서양 사회가 더 책임을 강요한다. 부모의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업주도 참을성을 발휘해야겠지만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있어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노키즈존은 이제 식당과 카페에 국한되지 않는다. ‘차일드 프리존’을 실시하고 있는 항공사들도 있는데
▶항공사에서 시행하는 노키즈존은 소비자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특석의 개념이다. 비행기의 경우 지금도 좌석에 따라 비용이 차등 적용된다. 일등석이나 비지니스석과 마찬가지로 노키즈존석을 구매하는 것은 특권을 사겠다는 소비자 선택이기 때문에 크게 차별의 문제로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은 어떤 특권이 아니다. 결국 어떤 명쾌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별로 다르기 때문에 사안별로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대화에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공중도덕을 지키도록 양육하는 것이 첫 번째다. 착한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결국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의 문제다. 착한 아이로 만들 것이라는 원칙에 합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합의에 따른다면 아이들에게 공중도덕을 가르칠 수 있는 부모의 책임감이 강조돼야 한다. 업주 입장에서는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것보다 도덕을 가르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유리하다. 선별된 손님이 오는 것보다는 많은 손님이 오는 편이 더 낫다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현상은 결국 사회 분리까지 치닫을 수 있는데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사실 노키즈존은 갈등 중에서도 가장 낮은 레벨이다. 큰 갈등인 남북갈등, 지역갈등에 비하면 작은 갈등이다.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은 제3자 관점에서 입증을 해서 증거 중심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법은 한 번 결정되면 잘 되든 잘못 되든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결정을 한다. 모든 것이 법에 따라서 움직이는 국가는 전체주의(개인보다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국가다. 전체주의로 가지 않으려면 시민사회라고 불리는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자유로운 공론이란 말은 책임 있는 사람들의 토론을 말한다. 일반적 자유토론과는 다르다. 보통 민주주의 자유토론은 시장주의적 논리로 이해관계에 중심을 둔 토론이다. 이런 노키즈존 문제에서는 자유토론이 안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 간에 토론이 돼야 한다. 이를 일컬어 ‘수기 민주주의’라고 한다.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 책임 있는 자에는 지식인, 언론, 학자, 정치인, 시민들 내에서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포함될 것이다. 시장의 논리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공론으로 끌고 와서 토론해야 한다. 그게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

-노키즈존 문제 해결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노키즈존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본다. 또한, 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문제기 때문에 이것을 잘 해결하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키즈존은 우리에게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유지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업주와 고객의 갈등이라기보다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사회적 관계 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에 대한 문제다. 배제보다는 포용이 중요하고, 다름과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비자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형식성을 극복할 수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에 집착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민주주의가 절차고 형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쪽으로만 강화되면 결국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의견이 충돌하게 되고 조정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혼란이다. 충돌을 해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당사자인 우리의 몫이다.

△이택광 교수·문화평론가
1968년생(경상북도 칠곡)
셰필드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現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現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 심사위원
現 교수신문 서평위원
現 계간 <미래와 희망> 편집위원
現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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