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더 많이 더 가까이… ‘예술 나누미’

“창작.소비와 함께 ‘유통’ 지원 나서야 예술 자생력 강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1.10 09: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우리가 예술을 접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 예술가가 먼저 예술을 창작하고, 누군가가 예술 소비자들에게 전시, 개최, 유통 등의 루트를 통해 ‘전달’하면, 우리들은 예술을 비로소 접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 과정에서 ‘전달’ 역할에 해당하는 예술 유통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예술의 자생력 강화에 대해 강조했다. 자생력 강화라는 말은 예술과 비즈니스 결합을 통해 소비자들은 예술을 마음껏 향유하고, 예술가들은 그에 따른 경제적 소득 증대를 통해 더욱 예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좋은 예술이 창작돼도 알려지지 않으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연극은 배우와 무대, 관객이 만들어내는 예술인데 관객이 안 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 해결 방안을 예술가들에게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갈수록 분업화하는 시대에 우리와 같은 매개자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예술은 창작과 유통, 소비라는 구조로 생태계가 이뤄져 있다. 예경은 그중 유통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2006년 설립됐다. 한국 예술유통을 활성화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 예술을 해외에 진출·유통시키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경이 유통하고 있는 예술은 공연예술과 시각예술로 나뉜다. 두 가지 모두 기반 조성을 하려면 계량화가 돼야 한다. 계량화된 통계자료가 있어야 어떤 분야가 약한지,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실태조사를 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www.kopis.or.kr)’이라든지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www.k-artmarket.kr)’을 운영하면서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

-예술유통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
▶공연예술의 경우 해외진출을 위해 서울아트마켓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주최하고 있으며, 창작뮤지컬 해외진출을 위한 K-뮤지컬로드쇼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공연예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센터스테이지 사업도 한다.
시각예술은 대중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접근했다. 일반인들은 시각예술 작품을 쉽게 소비할 기회가 없었고, 신진작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도 팔거나 전시할 기회가 없었다. 양쪽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작가미술장터를 개설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거래하게 함으로써 기존 화랑 경매에 참여 못했던 신진작가에게 판매 기회를 주고, 소비자들은 몇 천만 원의 고가 작품이 아닌 몇 십만 원의 저렴하고도 퀄리티 있는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예술인 맞춤형 사회복지사업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업예술인 10명 중 7명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예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겸업을 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은 전업예술인이 102만 9,000원, 겸업예술인이 166만 4,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수입은 평균 1,255만 원으로 예술 활동만으로는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줬다. 분야별로 건축·방송 분야 활동 수입이 비교적 높은 반면, 문학·미술·사진 분야는 수입이 낮아 장르 간 예술 활동 수입의 상당한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예술인의 50%가 예술 활동 외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겸업예술인으로 나타났다.

-예술산업 현황도 궁금하다. 대중들의 예술 소비 형태는 어떠한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급 과잉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술은 공급과잉이 숙명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만 해도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혹자는 공급을 줄여야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통을 통해 생산자인 예술가들과 소비자 사이 정보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예술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쉽게도 예경이 지원하는 분야인 순수예술 소비는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 못했다. 문화예술 향유 실태조사를 보면 2003년에 비해 관람률은 62.4%에서 79%까지 늘었다. 하지만 거의 대중예술 분야가 증가한 것이고 순수예술은 거의 변화가 없다. 대중음악/연예와 영화는 크게 증가한 반면에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미술은 큰 변화가 없다. 그것이 현실이기에 원인은 무엇일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비즈니스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다. 우리가 알만한 문화예술과 비즈니스 결합의 성공적인 예가 무엇이 있을까
▶예술산업을 얘기하는 것은 예술이 자생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을 통해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상은 그러지 못하다. 예술가들이 생계 때문에 겸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예술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예술에 더욱 전념하면서 어떻게 더 좋은 예술을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예술의 자생력 강화라고 본다.
예술과 비즈니스의 결합은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된다. 현재 태동 단계에 있다고 본다. 샤또 무통 로쉴드 2013 빈지티 와인 라벨과 이우환 화백 그림의 결합, 쌤소나이트 가방과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를 콘셉트로 한 컬래버레이션 등 점차 그 사례들은 늘어가고 있다.
이런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면 기업은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아티스트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예술가의 영감이 입혀진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예술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유한다는 만족을 갖게 되니 1석 3조라고 할 수 있다.

-예경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서울아트마켓’은 무엇인가
▶서울아트마켓은 2006년에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한국 공연예술의 체계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만들어졌다. 예경은 국내외 영향력 있는 공연예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매년 10~20개 국내 작품을 선정해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해마다 약 450명 정도가 오는데, 쇼케이스 작품을 보고 괜찮은 작품을 픽업해 가는 하나의 시장이다.
하지만 서울아트마켓이 좀 더 발전하려면 국내 작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더욱 규모 있는 마켓이 되려면 우리 것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우수 작품들도 함께 있으면서 우리 것을 더 많이 픽업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해외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서울아트마켓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아시아공연예술의 창’이 되는 것이다. 세계 유명 아트 페스티벌은 몇 개 안 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다. 그리고 특히 아시아 쪽에는 더 없다. 개인적으로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욱 도전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 서울아트마켓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롤모델이라고 여러 번 밝혔는데
▶서울아트마켓을 중심으로 아시아 공연예술의 허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했던 이야기다. 유럽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같은 빅마켓이 있는데 아시아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의 땅에 먼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동부에 위치한 ‘에든버러’는 문화의 도시로 알려진 고장이다. 에든버러 인구는 약 55만 명에 불과하지만 축제 기간에는 무려 450만 명이 찾는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우리나라 대학로다. 실제로 대학로의 160개 극장은 에든버러보다 좋은 여건이다. 이는 공연 시장을 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축제형 마켓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트마켓은 전문가들의 마켓이 되다보니 대중성이 떨어지고 국내보다는 해외에 알려져 있다. 서울아트마켓도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더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아트마켓에서는 공연예술 작품을 30분 쇼케이스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데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짧은 시간 동안 작품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출연자들이 다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전체 작품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쇼케이스 말고 전체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페스티벌이고 페스티벌형 마켓이 바로 에든버러 마켓이다. 서울아트마켓도 그런 형태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MD 사업인 아트샵(art#)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트샵(art#) 프로젝트는 예술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양한 아트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시제품 개발(단체 하나당 최대 2,000만 원)과 홍보마케팅(단체 하나당 5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 애호가층에게는 예술적 감성과 이야기가 더해진 아트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 단체에게는 예술의 부가가치를 높여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17년부터 신규 추진된 사업이다.
예경에서는 아트샵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 단체에게 국내외 온오프라인 유통처와 연계하여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유통처로는 카카오 스토리 펀딩, 네이버 아트윈도, 핫트랙스 합정점 프리마켓, 국립박물관문화상품점 등과 연계했다. 해외 유통처는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홍콩 JCCAC Handicraft Fair 등과 연계했다.
예경은 올해 협력한 유통 및 판로를 포함해 2018년에도 유통처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예술MD 특성에 맞게 예술 콘텐츠가 상품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상품 개발 분야에 컨설팅을 확대하고, MD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예술MD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모든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예술도 사물인터넷(IoT) 예술이란 분야가 있다는데
▶과거에는 예술과 기술이 하나의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이후에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19세기에 완전히 분리됐다. 나는 지금 4차 산업혁명 기술들로 인해 예술과 기술이 다시 결합되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기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역시 그런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만드는 도구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사물인터넷 예술은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이 결합된 혼합현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의해 어떤 환경 속에 실재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물리적 세계의 연결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가장 알려진 작품으로는 미국 산호세 국제공항에 설치된 ‘eCLOUD’가 있다. 2014년에 코블린, 하퍼마스, 굿스(Aaron Koblin, Nik Hafermaas, Dan Goods) 등 3인의 작품으로 미국해양대기청(NOAA)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전 세계의 날씨를 표현한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타일이 투명한 상태와 색상을 띈 불투명한 상태를 오가며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조각, 비, 바람 등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예술이 개인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에게 점점 다가가기 어렵고 애매해졌다면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그런 부분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예술과 기술의 조합으로 예술은 죽었다고도 한다. 순수예술이 기존의 대중예술과 자원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기존 예술이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예술의 유통에 있어서는 하나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새해 예경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하다
▶예술 지원에는 3가지 분야가 있다. 창작 지원, 복지 지원,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지만 예술과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비즈니스를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가진 유통 전문가들이 많이 나와서 예술가들이 본인의 예술을 정말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이 좀 더 몰두하여 좋은 예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술은 창작, 유통, 소비의 형태로 흘러가는데 지금까지는 창작과 소비에만 지원이 많이 이뤄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유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함으로써 예술 생태계의 창작-유통-소비 각 영역에 대한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1965년생(서울특별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예술경영학 박사
EBS 한국교육방송공사 프로듀서
동아TV 기획편성부 부장
재능TV 기획편성부 부장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 본부장
現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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