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신(新)북방정책, 우리나라 동력 될 것”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문 대통령 방중 후 얼어붙은 관계 개선…굴욕은 오해”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박종국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17.12.29 17: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외교를 잘하는 방법’에 정답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선택’을 강요받았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변화시켰다. 최근에는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기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타격받았다. 혹자는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한다. 사드 배치 문제가 번지자 중국에서는 반한 감정이 높아졌다. 겨울바람처럼 얼어붙은 마음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녹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중국통(通)으로 알려진 송영길 의원은 체감할 정도라고 전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냉각 단계가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정답 없는 ‘외교 관계’지만, 송 의원은 자주성을 확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내세웠다. 어느 나라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적’을 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슬기롭게 외교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선조의 지혜를 공부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인터뷰 도중 ‘중국 공부’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중국을 너머 ‘북방지역’이 우리나라 신(新)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북방지역에 대해 한 발 내딛겠다고 밝혔다. 그의 ‘구상’은 러시아를 거쳐 북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항에서 시작되는 열차가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북유럽으로 도달할 수 있을까. <더리더>는 우리나라 외교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듣기 위해 27일 송영길의원실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했다. 이번 방중에 어떤 의미가 있나
국빈 방문이 된 것 자체로도 성공이다. 일본은 아직 국빈방문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드배치로 최악의 상황이다. 사드를 처리하지 않으면서 국빈이 가능할까 걱정했지만 성사된 것 자체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긴장하고 지켜봤는데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홀대론 이야기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 때 처럼 관계가 우호적일 때와는 다르다. 비유하자면 이혼해서 다시 재결합하려고 만나러 간 자리다. 처음 결혼한 자리처럼 박수치고, 꽃 길 깔아주는 자리가 아니다. 양국 간 긴장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홀대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 언론에서조차 홀대론 이야기가 나오니 ‘대한민국 언론은 본국 대통령 도와주러 온 사람이냐, 흠집 내는 사람들이냐’고 보도하기도 했다. 흠 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중국에 갔을 때는 옷 갈아입은 것에 대해 ‘패션 외교’라고 칭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같이 사진 찍자’고 말한 것을 못 알아듣는 상황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런데도 중국어를 비롯, 5개국어에 능통하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용비어천가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와 지금 보도되는 것을 보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본다.

또 국빈 방문하는 대통령들은 첫날은 보통 개인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첫날 우리나라에 와서 제일 먼저 주한미군 기지에 가서 병사들 위로하고, 같이 식사했다. 국빈만찬은 그 다음날 진행했다. 문 대통령도 중국에 가서 첫 날에는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방문하고, 동포들을 만나 격려했다. 그 다음날 국빈 만찬 했다. 아무 문제없다고 본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방중 시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야당에서는 조급하게 방문했다고 하는데.

12월 14일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일정이 맞는 날이었다. 그 뒤로 넘어가게 되면 시기상 너무 늦다. 중국에서는 내년 3월 초에 새로운 중국 정부를 구성하는 양회가 열린다. 또 우리나라는 2월에 평창올림픽을 개최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기인데, 평창올림픽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올림픽 흥행도 힘들지 않겠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번달에 성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한중수교 25년이 지나기 전 해결하고자하는 의지로 진행했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복원됐다고 보나.
바로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에 있는 기업인들과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어떤 분은 한중관계가 냉각기로 변해 산업에까지 타격을 미치니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로 경기가 좀 풀려 사업이 좋아졌다고 말하더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NS)를 발표했다. '3불(미국 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한•미•일 3국 군사동맹 등 불가)'정책과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MD체제에 가입하지 않고, 한•미•일이 군사체제로 돌입하지 않는 3불(不)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켜진 원칙이다.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 지켜야 한다. 중국과 약속을 떠나서 우리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전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X벤더 레이더가 중국까지 탐지하지 않게 군사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증명하면 된다.

-앞으로 미•중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 역사는 항상 선택을 강요받았다. 우리나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여있다. 우리는 어느 나라와 적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만의 입장을 공고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동맹도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은 100%양국 간 이익이 동일하지 않는다. 만약 어느 국가가 동맹으로 100% 이익을 본다면 상대국을 식민지로 둔 것이다.

-신(新)동맹 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준다면.
▶지금은 2차 세계대전 때인 미국과 소련같은 냉전 시대가 아니다. 당시는 제로썸 게임이었다. 혹자는 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축구시합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은 같은 자본주의 시장에 있다. 서로 교역 제1파트너다. 중국이 미국 국채 2조 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은 미국에 의존한다. 미국과 소련이 군사대립하던 시절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적대적으로 치닫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가 독자적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북핵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휴 때 가족과 <강철비>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정답은 ‘남북 간 대화’다. 북핵문제든 뭐든 남북대화 복원돼야 한다. 또 북한이나 우리나라 일부 보수 세력은 미국에게 의존한다. 그런 의존하는 습관을 버려야한다. 북한은 입만 열면 미국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일부 보수 세력은 전작권 환수 등 현안 문제에 대해 미국을 따르지 않느냐면서 비판한다. 누구를 비판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형 ICBM을 쏜 이후 미국은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는데.
▶어떤 논리로든 전쟁은 막아야한다.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쌓아온 성과가 모두 무너진다. 전쟁이 나면 일단 우리나라 주식은 반토막으로 떨어질 것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나갈 것이다. 관광객도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에 80%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전쟁이 나는 순간 마비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전쟁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인천시장을 역임했다. ‘전쟁’에 대해 언급만 나와도 바로 실감이 날 정도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동네 이장이라도 해봤다면 당연히 전쟁 불가론을 외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우리나라 주가는 유지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중국과 북한이 참여할 것으로 보나.
문 대통령이 미국 NBC와 인터뷰하면서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북한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평창올림픽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인다. 북한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난 방중 때 시진핑 주석과 만나 참여를 요청했다. 시 주석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기가 못가더라도 최고위층 보내겠다고 답했다. 참석하면 중국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송 의원은 평소 중국통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그런 중국을 어떻게 활용해야할까.

이웃나라는 땅을 떼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운명적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한-중관계는 5000년 역사다. 싫든, 좋든 같이 부딪히면서 살아야 할 이웃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고대문명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세계 4대문명은 모두 없어졌다. 중국의 황허문명만 남아있다. 인류문화역사의 보고(寶庫)같은 나라가 중국이다. 선조들이 5000년 역사 속에서 중국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 나라를 지켜왔다. 참 위대하다. 힘이 없을때는 사대 교린정책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이익을 얻어내 우리나라를 지켰다. 선조들이 외교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워서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신(新)북방정책의 핵심을 언급해준다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을 북방정책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구조는 미•중에 치우쳐있다. 이것을 북방과 남방 쪽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또 한-러-중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풀어보자는 의도도 있다. 군사적 긴장을 경제협력 관계로 바꿔보는 것이다.

-송 의원은 남북 관계가 풀리면 시베리아철도 연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베리아철도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된다고 보나
시베리아철도는 전장 9,288km 운영된다. 일제시대 때도 이용했는데 지금 이용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만약 시베리아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지중해를 거쳐 북유럽으로 가는 해상운송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비용이나 행정통관절차를 간소화한다면 유럽 가는 길이 더 효율적이다.

-시베리아철도 연결 단계를 설명해준다면
일단 동해선 철도를 연결해야 한다. 동해선 철도가 부산에서부터 강릉까지 있는데, 강릉에서 제진까지 연결이 안 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걸 연결한다고 발표했다. 또 경원선은 철원을 지나 백마고지까지 가지만 거기서 DMZ(비무장지대)까지 가는 노선이 없다. 이 부분을 복원시켜야 한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블라디보스톡에 내려놓으면 바로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북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러시아가 사할린 섬과 일본 북단 홋카이도를 잇는 자동차 도로-철도 복합형 거대 교량을 건설할 것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
일본은 크게 네 개의 섬 즉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가 해저터널로 연결된다. 훗카이도에서 사할린으로 연결해보자는 구상이 있다. 그러면 진짜 ‘코리아 패싱’이 나올 수 있다. 사할린을 통해서 가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유럽으로 연결된다. 경제성 때문에 논의가 되지 않고 있지만 구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우리나라에는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다음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출마 생각 있나.
▶전혀 없다. 이미 시장은 졸업했다. 앞으로 당에서 필요한 일이나 정부에서 필요한 일을 해야지 다시 지방정부로 갈 생각은 없다.

-독자에게 새해 인사 해준다면.
올해 대한민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촛불시위로 헌법절차에 따라 무능하고 잘못된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올해는 잘못됐던 국제정상화와 경제정상화를 이루는 한 해 였다. 새로운 문재인 정부를 중심으로 올해 2018년 대한민국 새롭게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문 대통령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해쳐나갈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3년 3월 21일, 전라남도 고흥 출생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일본학 학사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한일의원연맹 21세기위원회 위원장
제17대 국회 한•프랑스 의원친선협회 회장
한일의원연맹 법적지위위원회 위원장
제5대 인천광역시 시장
제16,17,18,20대 국회의원(인천 계양구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종국 편집장 baroga@mt.co.kr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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