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보육반장’ 기자가 만나보니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7.12.14 14:3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기자가 해봤습니다>에서는 정부에서 강조하는 맞춤형 복지와 민생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직접 기자가 체험하고 리뷰를 써보는 코너를 준비했다. /편집자
▲우리동네 보육반장 이미지/출처=서울시보육포털
-초보맘의 필수 육아정책 코스로 정착 중
-정책의 연속성 위해 보육반장들의 인적 가치 인정해야
-아직은 홍보가 더 필요한 시기

초보엄마들에게 육아보다 힘든 일은 없다. 그러나 수많은 교육기관 중에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기자 역시 2009년에 엄마가 되었고, 입시지옥이나 취업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절실했던 것은 누구에게든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묻고 조언을 듣는 과정들이었다. 직장 생활만 하던 기자에게는 옆집이나 윗집의 이웃과도 일면식이 없었고, 동네에 이야기할 만한 선배 역시 없었다. 그렇기에 맘들이 모여서 육아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는 카페가 유일한 선생이자 교류의 터전이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카페에 들어가 아이의 증상을 공유하고 위안을 받았다.

요즘 초보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애 한 명 키우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예전처럼 공동육아나 육아 문제를 같이 공감하며 함께 나눌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초보엄마들에게 기쁜 정책이 바로 ‘우리동네 보육반장’이다. “우리동네에는 육아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믿고 물어볼 수 있는 보육반장이 있습니다”라는 모토로 우리동네 보육반장은 ‘육아고민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보육반장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들은 아이가 갈만한 어린이집 소개, 장난감 도서관, 육아종합지원센터 이용방법, 육아도우미, 돌봄재능 기부, 육아자조 모임 문의, 소아과 및 산부인과 응급실 안내, 주말 나들이 장소 정보, 시간제 보육 및 부모교육, 떼쓰기ㆍ배변훈련 등 아이들 발달 단계에 따른 일반상담까지로 엄마들이라면 굉장한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우리동네 보육반장’ 서비스는 서울시에서 선도적으로 선보인 여성정책 중에 하나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을 서로 잘 연계하고 관리하여 양육자에게 One-stop 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5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는 120다산콜, 애플리케이션 ‘엄마와’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iseoul.seoul.go.kr)로 신청하면 된다.

◇우리동네 보육반장은 어떤 분일까?
‘우리동네 보육반장’은 동 단위의 작은 동네에서 여러 육아 관련 정보를 모으고 부모에게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안내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여 지역 내 양육자의 여러 욕구를 해결해주는 돌봄 활동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3~7명씩 배치돼 총 13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 3~4개의 동에 보육반장 1인 정도가 지정되어 있다. 1년 단위로 선정 된 보육반장은 하루 3시간, 주 14시간 맘들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다. 또한 11개월 남짓 일하고 다시 서류를 제출하여 선정이 된다.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우리동네 보육반장’을 클릭하면 사업 소개와 함께 현재 활동하고 있는 ‘보육반장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 자치구 단위로 연락처가 있으며, 보육반장들이 동 단위로 소개되어 있다. 보육반장은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유치원교사 출신의 육아상담 전문가들로 월~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0~5세의 미취학 아동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종로구 보육반장’ 만나보니
보육반장 제도를 조금 더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종로구에 자리한 종로구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찾았다. 마침 류외희 센터장이 주최하는 ‘보육반상회’ 날이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보육반상회는 보육반장들과 지역 부모들과 구청 관계자들이 지역 내 육아 고민을 나누는 자리다. 연 4회 정도 진행되며 종로구의 경우는 아이들의 놀이터 확충에 대한 문제가 화두였다.

반상회를 마치고는 전지은 보육반장(창신1~3동, 숭인1~2동, 종로5~6가동)과 김병희 보육반장(청운효자동, 삼청동, 부암동, 평창동)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지은 보육반장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보육반장으로 사회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적게는 4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 정도의 월 급여를 생각하면 자원봉사나 마찬가지지만 지역 맘들과 유대관계를 넓히면서 알고 있던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초보엄마들이 감사와 고마움을 표할 때 가장 보람되다고 말한다.
김병희 보육반장은 2년 동안 연이어 일하고 있다. 동네 맘들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카페도 만들고, 지역에서 ‘트니트니’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하다. 엄마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운효자동에 부족한 체육 특성화 프로그램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전지은 보육반장(우)과 김병희 보육반장(좌)

이제 지역 맘들은 김 보육반장이 매월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한단다. 그러나 혼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섭외, 정산까지 도맡아서 하다 보니 벅차다고 한다. 자조모임이나 교육을 주최하고 나눌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지원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보육반장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폭도 넓은 것이 특징이다. 김병희 반장은 “활동 후 정산에 장소 대관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아이들이 와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쁘다”고 말한다.

두 명의 보육반장을 만나보니 괜히 반장이 아니다. 보육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고, 지역 맘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있다. 그들은 앞장서 지역에 초보엄마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모임을 주선해 그들끼리 교류하면서 육아를 조금 더 풍성한 공동체 생활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론
만족 ★★★★☆
맘카페에서 묻고 답하기에도 부족해 인근 맘들과 교류를 위해 제일 먼저 한다는 ‘동네 아이 친구 구하기’ 활동이 오프라인으로 정착되는 느낌이다. 적극적이지 않은 엄마에게는 더더욱 희소식이다. 동네 베테랑 선배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어린이집 선정이나 도서관 등에 정보를 알려 준다면 필수 육아정책 코스가 될 것이다.

지역별로 보육반장의 활동 범위는 차등이 있겠지만 특성을 고려해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육반장의 연속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11개월 남짓 활동을 하고 계속 바뀐다면 그들이 구축한 맘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11개월에 한번씩 바뀔 수도 있다. 서울형 뉴딜일자리로 불리는 우리동네 보육반장이 일자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의 가치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 보육반장이 돈보다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또 아직도 보육반장 제도를 모르는 초보엄마들이 많다. 산부인과나 커뮤니티를 통해 제도를 알리고 이용자 확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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