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4차산업 뒤처진 교실 인프라 개선해야”

"교육현장 정보화 환경 열악, 국가•지방 나서서 해결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7.12.06 13:4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사진=더리더
1997년, 정부는 대대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교육정보화 촉진 시행계획’이다. 정부 주도하에 ‘교실의 정보화’가 시행됐다. 교실마다 컴퓨터와 대형TV, 인터넷 랜선을 깔았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이때 진행된 정책이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성장을 기여한 ‘교육’이 전환기를 맞는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에 흐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소프트웨어(S/W), 코딩 교육은 핵심이다. 가르치는 선생도, 배우는 학생도 ‘정보화’시대에 맞춰야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대•대학원까지 교육과 학술연구 분야의 정보화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한다. 이곳은 지금 4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4차 산업에 뒤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실 인프라는 1997년 교단 선진화 작업 이후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는 S/W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한 원장은 아직 교단은 S/W를 가르칠 환경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더리더>는 한 원장과 1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KERIS의 할 일이 많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부터 교실의 정보화를 주장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난해 알파고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그 이후부터 우리나라도 4차 산업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실의 디지털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이에 대한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부터 S/W교육이 의무화된다. 한 원장은 우려의 마음이 크다고
▶S/W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인적•물질적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현실적으로 교육정보화에 대한 인프라가 상당히 취약하다. 1997년부터 ‘교육정보화 촉진 시행계획’이 진행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초•중등학교에 컴퓨터와 프로젝션TV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개통됐다. 그 이후에는 교육정보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KERIS에서 조사한 결과 OECD 평균 1인당 PC 보유 비율은 0.371대다. OECD 국가 평균 0.768대인 것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학교에서 휴대전화와 PC 등 디지털 기기 접근성은 OECD 30개국 가운데 22위다. 노트북과 전자칠판, 프로젝트 등 실제적으로 학생들 수업에 활용되는 디지털기기 보급률은 평균 이하다. ‘교실의 정보화’를 수치로 따졌을 때 OECD 평균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교육정보화는 어느 정도로 발전한 추세인가
▶전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추세다. 일본은 2020년까지 모든 학교에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컴퓨터 에듀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이 깊게 남은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산업혁명 원조 나라다. 그동안 ‘정보화’와 관련해서는 뒤졌다고 생각했나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통신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서 옛날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결기가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시행했다. 당시만 해도 교실에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에는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하는 게 학업에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발표가 있다.
우리가 멈칫하다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할 때 모든 것을 갖추고 준비한 다음 실현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아이들은 배우면서 발전한다. 그 시기에 교육적으로 배우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사진=더리더
-KERIS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을 듯 싶은데.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지
▶빅데이터 이용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교육적으로 빅데이터를 쓰면 효율적으로 학습 지도가 가능하다. 반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교육적인 데이터가 모아지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학습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모든 학생이 교수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진로로 많이 갔는지 참고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효과적이지만 우리만 따로 더 많이 활용해서는 안 된다. 다른 분야와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보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규제가 생긴다. 발전이 또 늦춰진다. 그만큼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와 신뢰가 중요하다. 전문가 견해도 듣고 내부적으로도 정책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보호하면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KERIS에서는 4차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교육 과정을 운영하나
▶현직 교원의 역량 신장을 위해 매년 S/W교육 선도 교원연수와 S/W교육 중등교원 일반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연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컴퓨팅 사고력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교사들의 수요를 반영, ‘블록 기반 프로그래밍’, ‘텍스트 기반 프로그래밍’으로 구분해 선택 과정으로 진행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습, 토의•토론 등 연수생이 직접 참여하는 교수•학습 방식으로 학교 현장에서 S/W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KERIS에서 신경을 썼던 부분은 농어촌 지역이다. 정보화 관련해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교실이 동일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S/W교육의 의미는 무엇일까
▶학교 교육에서 추구하는 S/W교육은 문제해결 능력이나 창의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코딩 능력만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재밌게 논리력이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앞으로 우리 교육도 획일화된 내용보다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KERIS를 벤치마킹한다고 알려졌다
▶브라질에서 KERIS의 시스템을 그대로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 외에도 개발도상국에서 KERIS의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컨설팅도 많이 해줬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 교육 환경이다. 환경에 맞는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있나
▶‘솔라스쿨’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우간다 명문 마케레레대학교와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우간다에 방문했다. 아프리카 학생들의 경우, 학교를 다니면서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도 많고, 우리나라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낮다. 솔라스쿨을 도입한 이후 성취도와 학업 참여도가 높게 나왔다는 보고서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특별하게 느낀다고
▶우리나라는 못사는 나라였지만 교육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다. 지금 못사는 나라처럼 우리도 그 시기를 겪어봤다. 우리도 잘 살지 못할 때 외국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도 도움을 받아 발전했기 때문에 심정을 안다. 그 정서를 알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것 같다. ‘진정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좋다고 느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사진=더리더
-한 원장은 취임할 때 ‘문샷 싱킹(Moonshot Thingking)’을 내걸었다. 어떤 의미인지
▶미국 구글X의 아스트로 텔러 대표가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문샷 싱킹’은 구글의 기업 정신이었다. 달을 볼 때 일반적으로 망원경을 이용한다. 달을 연구하기 위해 망원경을 쓰는 게 아니라 직접 가서 보는 ‘탐사선’을 만들라는 게 ‘문샷 싱킹’이다.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 혁신적인 생각을 하라는 의미다. 우리 교육계도 ‘문샷 싱킹’을 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조금 고치는 수준에서 머물면 안 된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또 새롭게 내건 게 우리가 새롭게 비전도 만들고 이렇게 해야 한다. 새롭게 내세우는 것은 KERIS의 ‘DNA’다. ‘창의적 사고(Different Thinking)’, ‘새로운 도전(New Challenge)’, ‘자발적 청렴(Active Integrity)’을 지키자는 의미로 슬로건을 내걸었다.

-공직생활에 몸담다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으로 왔다. 교육부에서 근무한 게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2000년대 초 교육정보통계국장을 맡을 때 나이스(NEIS)를 개통하고, 2011년 스마트교육추진전략을 국가정보화위원회와 공동으로 발표했다. KERIS에서 세운 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부서에서 근무한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KERIS 원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 때 교육부가 ‘탁상행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내세운 슬로건이 ‘사칠현삼’이었다. 사무실에서 7, 현장에서 3 비율로 근무하자는 의미였다. 직접 눈으로 보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현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KERIS 원장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알고 있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만든다. 실무적인 경험이 원장이 돼서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 원장
1959년 5월 19일, 충청남도 공주 출생
한양대학교 행정학 학사•석사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제29회 행정고시 합격
교육인적자원부 학술학사지원과 과장
교육인적자원부 인적자원관리국 학사지원과 과장
충청남도 교육청 부교육감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정보통계국 국장
교육부 대학지원실 대학지원관
교육부 대학정책실 실장
現 제9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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