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많은 文정부 내각 ‘이럴거면 의원내각제 해라?’

文정부 내각 19명 중 10명이 ‘선출직 공직자 출신’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7.12.05 09: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레임덕’이 표면화 된 시기는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부터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인사청문회 개최를 앞두고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고액 수임료 건 등으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역사인식•종교 편향 발언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참극’에 제동을 건 사람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다. 이 전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부동산 투기•부패 △병역 면제 △논문 표절 논란이 벌어졌지만 청문회를 통과했다. ‘선출직 공직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15•16•19대 국회의원과 35대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그는 이미 선거를 치르면서 검증을 마쳤다. 게다가 ‘국민의 손’으로 뽑혔다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통과됐지만 70일 만에 ‘성완종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퍼즐이 완성됐다. 국회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끝으로 19명의 총리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눈에 띄는 특징은 19명 중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 10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이거나 교육감, 혹은 서울시의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선출직 공직자’들이다.

내각 인사 중 절반 이상을 정치인이 차지하는 셈이다. MB정부 때는 정치인 출신을 원칙적으로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에서는 유정복•진영•조윤선 전 장관 등 세 명이 기용됐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가 세 배 이상 많다.

역대 ‘정치인 출신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통과 ‘수월’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국민의 정부 때 생겼다. 역대 정부의 인사청문회 지명 기록을 살펴보면,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 비교적 쉽게 통과했다.

대표적인 예로 국무총리 인준을 들 수 있다. 2000년 이후 국무총리에 지명된 후보는 18명이다. 이들 중 12명(66.7%)이 통과했고 6명(33.3)이 낙마하거나 자진사퇴 했다. 통과한 12명 중 이한동•고건•이해찬•한명숙•한승수•이완구 전 총리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을 역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다. 나머지 6명은 비(非)선출직 공무원이다. 낙마하거나 자진사퇴한 6명(장상•장대환•김태호•김용준•안대희•문창극 전 후보) 중 선출직 공무원은 김태호 전 의원이다. 총리로 지목된 선출직 공직자 출신 후보자 7명 중 6명이 통과되고, 한 명이 자진사퇴 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현역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는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이 인사권을 휘두를 수 없다면 살아있는 권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선출직 공직자를 총리나 장관에 임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청문회 통과’가 쉽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암초를 만나면 원활한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정치인 출신은 통과율이 높다. 그다지 큰 탈 없이 청문회를 마칠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선거를 치르면서 경쟁 후보와 언론, 유권자로부터 강도 높은 검증 과정을 이미 통과했다. 또 청문위원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동료 의원이거나 같은 당이다. 분위기가 다른 외부 인사나 관료보다 우호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궐 대선’으로 탄생한 정부다. 인수위원회 출범 없이 정부를 완성해야 한다. 또 20대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국회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 수월하게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평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들이 내각으로 임용돼 선출직이라면 필연적으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다.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국민들의 ‘여론’을 잘 살핀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수능 하루 전날, 일주일 뒤로 미룰 수 있는 ‘판단력’은 정치적인 ‘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수능 연기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적절했다’고 답한 사람 비율이 90%에 달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장관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여론조사를 진행할 만큼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들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다.

‘권력 융합’ 비판도
문 대통령은 ‘캠코더’ 비판에 휩싸였다. 캠프출신, 코드인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것이다. ‘협치’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인사청문회의 거대한 산은 넘었지만 몇몇 인선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국회의원 겸직은 지난 정부부터 문제로 제기 된 사안이다. 선출직 공무원이 여론을 주시한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과하면 자칫 ‘인기 영합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 분립’의 문제를 제기했다. 의원내각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가 긴밀한 권력융합적이다. 반면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보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에 충실한 권력분립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신 교수는 “의원내각제의 큰 틀은 ‘권력 융합이다. 입법부에서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큰 틀은 균형이 아닌 분립과 견제다. 각기 다른 부서가 서로 견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문재인 정부 내각 1기에서는 ‘권력 융합’이 일어났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융합된 것”이라며 “이렇게 할 바에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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