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체류 외국인, 미래 노동력 될 수 있어”

[기관장초대석]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이민자 보내던 나라에서 들어오는 나라로”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7.11.08 10:0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사진=더리더
‘단일민족’은 사라진 옛 풍경이 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민족 국가’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명 시대, 다양한 인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화두다. 외국인 유입은 거절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을 우리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절벽’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력이라는 주장에서다. 외국인 이민자는 대부분 20대에서 30대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다.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지금부터 구사해야 한다.

정 원장은 ‘이민’의 개념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민’을 가더라도 몇 년 유학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자녀를 낳은 후 다시 귀국하기도 한다. ‘평생 국가’ 개념이 사라지고 ‘한시적 거주’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민의 의미와 동향이 빠르게 변한다. 이민정책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어떤 방식으로 유입됐고, 또 얼마나 증가했을까. <더리더>가 IOM이민정책연구원 정기선 원장을 지난달 26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IOM이민정책연구원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외국인 이민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공공기관이다. 2009년 대한민국 정부와 IOM(국제이주기구) 간 협정에 의해 설립됐다. 경기도가 MOU 협정에 참여했다. 글로벌(Global), 내셔널(National), 로컬(Local)이 이민정책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협정을 맺어 연구소를 설립했다. 세 개가 합쳐져 ‘글로컬(Glocal) 연구원’이다.

-우리나라 이민자 동향은 어떻게 발전했나
▶1980년대만 해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가 한창 경제 성장하던 시절,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는 나라였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영주할 수 있는 자격인 ‘영주권’도 그 당시에는 없었다. 그당시 중국 화교가 우리나라에서 거주했는데, 그들은 단순히 ‘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외국인’이었다. 영주하는 개념으로 체류하는 자격을 주는 제도는 없었다. 1990년대 국제결혼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했다. 그 시기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02년 ‘영주권’ 제도가 도입됐다. 계속 체류 자격을 갱신하는 외국인이 증가하자 나라에서 ‘영주자격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이민 온 사람들은 얼마나 증가했나
▶체류 외국인 200만 명 시대다. 2007년에는 100만 명 시대였다. 10년 동안 무려 2배나 증가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결혼 이민자가 많아졌다. 피크를 이뤘던 때는 1990년대 후반이다. 이분들은 한국에서 살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그 때부터 한국 거주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부터 ‘한국 국적’의 매력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통 어느 나라에서 들어오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다.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이 49.6%,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 다음이 베트남이다. 15만 명 가까이 된다. 세 번째가 미국이다. 14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 다음에 태국(10만 명)이다. 한국계 중국인은 동포다.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입국한다. 결혼 이민자도 있고, 유학생, 고용허가제 등 비자를 따서 들어온다. 미국 이민자의 경우에는 0에서 9세 인구가 만 명 정도 된다. 이전 세대의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낳은 자녀들이다. 자녀들은 이중국적자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우리나라와 미국 중 선택해야 한다. 만일 미국을 선택하면 국적 이탈자가 된다.

-한국에 들어올 때 어떤 비자의 유형으로 들어오나
▶체류 자격별로 보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F-4 비자로 들어오는 재외동포다. F-4 비자만 2016년 기준 37만 명이다. 취업을 위해 방문취업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25만 명, 결혼 이민자가 17만 명 정도 된다. 보통 결혼 이민자가 많다고 생각한다. 통계로 살펴보면 일하러 온 동포와 자유롭게 재외동포 비자로 들어온 사람들이 가장 많다.

-늘어나는 외국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이주민들의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다. 2016년 체류 외국인 기준, 20~29세(55만 명)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이 30~39세(50만 명)다. 이민정책을 잘 활용해서 노동력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일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일하는 외국인은 몇 만 명 정도밖에 안 됐다. 몇 만 명도 안 됐던 게 점차 확대돼 지금은 60만 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민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은 내국인 일자리 보호가 1순위다. 그러지 않으면 유럽이나 미국의 ‘반(反)’이민 정서 갈등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외국인 정책을 활용해 결국 내국인 일자리 증가와 근로환경 개선을 해야한다. 한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싶지 않는 사업 부분이라든지 영역에 외국인이 투입된다. 외국인들이 노동력을 제공해줬고 덕분에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추측하면 노동시장의 구인구직 미스매칭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내국인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생산가능 인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이민자 중 근로자가 많아지면 ‘평생 이민’이 아닌 ‘한시적 이민’이 증가할 수도 있겠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 이미 변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이민 간다’고 하면 평생 못 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민자를 보통 ‘영주 이민자’로 생각한다. 국제 기준에 따른 이민자의 정의는 1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사람이다. 이민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개념도 영주 이민자로 보는 게 아니다. 이민자 의미의 폭도 넓혀야 한다. 이민자는 한시적으로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다. 이런 이민자들이 우리에게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또 그들에게도 이익이라면 서로 좋게 발전할 수 있다.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오원춘 사건’이라든지 외국인 범죄가 일어나니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 사실 외국인 밀집지역에 가면 기초 질서가 무너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인의 경우 무단횡단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동포나 외국인 밀집지역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주민과 이주민들이 잘 화합해서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주민들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면 법무부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프로그램이나 다른 기초 질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수강한 이민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어떤 제도가 도입되면 더 활성화될 것이다.

-현재 이민정책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전통 이민국가가 아니다. 이민자들이 많아지는 추세기 때문에 정책을 어떻게 세워서 활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이 우리나라에 와서 내국인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인지, 혹은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외국으로 나가는 이민자 동향을 설명해준다면
▶1980년대 이전에는 ‘저숙력 인력’으로 해외에 나갔다. 1980년 이후부터 유학 자율화가 되고 교육 문제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고학력 인구가 국내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많아졌다. 정부에서조차 외국에 가서 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고학력 인구가 빠져나가고 단순기능 인력이 유입되는 현상은 후발 이민국가인 스페인이나 이태리, 그리스에서도 나타난다. 이 나라들도 청년실업이 굉장히 심각하다. 이태리나 스페인 젊은이들은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로 가고 싶어한다. 고학력이 빠져나가는 반면, 단순노동에 일자리는 외국인이 채운다. 가사도우미나 농업에 대한 인구 수요가 있다. 우리처럼 이민자를 외국으로 보낸 국가였다가 받아들이는 나라로 전환한 경우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사진=더리더
-정 원장은 언제부터 이민자에 대해 연구했나
▶석•박사를 취득할 때 논문 주제가 중동취업자 연구였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중동 건설근로자는 30만 명 정도였다. 그분들이 중동 지역에서 사업장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당시 그 분들이 어떻게 근무하는지, 또 송금한 돈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공부했다. 중동 건설근로자에 대해 석•박사 논문을 쓰고 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때가 1993년도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 산업연수생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외국인 근로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내가 미국으로 연수가기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외국으로 이민자를 보내던 국가였다. 학위를 받고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를 받는 상황으로 변했다. 송출 국가에서 유입 국가로 몇 년 사이 바뀐 것이다. 급하게 변하다보니 정책적인 연구가 더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이민자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여러 연구를 거쳐 IOM이민정책연구원이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왔다.

-이민정책에 대해 못다한 말이 있다면
▶이민정책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외국으로 나가는 이민, 들어오는 이민, 재외동포, 귀한동포, 국적취득 외국인 등, 모두 연결해서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결혼 이주민에 대해 ‘잘 살지 않는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하거나, 이슬람 국가에서 왔다고 하면 ‘테러리스트’로 보기도 한다. 동포라고 하면 모두 범죄자로 여기기도 한다.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우리도 반대로 외국에 나가면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인종차별이나 민족에 의한 차별이나 잘못된 편견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메릴랜드대 사회학 박사
외국인정책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이민학회장
現IOM이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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