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융합 혁명'

특집기획「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2부 (2)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7.11.03 15:0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1)에 이어서

Vaillant - 같은 제품도 전략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바일란트 엑스포 내부 ⓒVaillant
바일란트 그룹은 1874년 요한 바일란트(Johann Vaillant)에 의해 설립된 보일러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143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일란트는 100% 가족 소유 기업이며 독일의 대표적 히든챔피언 기업이다. 바일란트 본사는 독일 북서부 렘샤이트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비가 자주 오고 추운 날씨 때문에 난방, 온수제품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비가 많이 와서 이 지역을 렘샤이트[Remscheid]가 아닌 레인샤이트[Rainscheid]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 기업탐방단이 방문했던 날 역시 렘샤이트에는 비가 내렸다. 기업탐방단은 바일란트 브랜드 체험 공간인 바일란트엑스포를 둘러보고, 공장을 견학했다.
1894년 창업자 요한 바일란트는 세계 최초로 가스를 이용하는 목욕용 온수기를 개발했다. 당시 처음으로 깨끗한 온수를 생산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욕실 문화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 보일러는 두 가지 기능이 가능했는데 물을 데우는 기능도 했지만 방의 난방 역할도 했다. 1924년에는 처음으로 중앙난방을 개발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에서의 난방은 부엌 오븐이나 벽난로에 의존해왔는데 중앙난방 개발로 인해 처음으로 하나의 중앙분배기에서 여러 라디에이터로 난방수 공급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1961년에는 벽걸이형 온수 보일러가 세계 최초로 소개됐다. 보일러가 예전에는 공간에 세워지는 식이었다면 벽에 설치하는 탱크식으로 변한 것인데, 가장 큰 장점은 공간 절약으로 더 많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1894년 요한 바일란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 한 목욕용 가스 온수기 ⓒVaillant
바일란트는 네 가지 모토를 갖고 있다. 첫째는 미래 지향, 두 번째는 사회참여, 세 번째는 책임감, 네 번째는 고객에게 항상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이다. 네 가지 가치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바일란트의 목표다. 지금까지 바일란트에서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난방기구 제조업체라는 점이다. 바일란트는 “난방은 굉장히 중요하고, 난방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온도 감지 카메라만 이용해도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데, 사람들이 행복한 감정을 가지면 체온이 따뜻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것이 바일란트사의 비전이다.
바일란트 법인과 지사는 전 세계에 20개국 이상 진출해 있고, 임직원 12,300명 중 780명이 R&D센터에 있을 만큼 연구전문 인력은 동종 업계 최대 수준이다. 또한, 설치 전문가는 트레이닝을 수료한 34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해 7만 5천 명의 인턴이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바일란트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판매서비스 법인을 통해 고효율 친환경 가스보일러인 ‘에코텍플러스’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바일란트 에코텍플러스 보일러와 콘트롤러 ⓒVaillant
현재 바일란트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온도가 다른 환경에서 열을 교환하는 장치다.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냉방기 혹은 난방기로 사용할 수 있다. 히트펌프는 공기, 지열, 지하수 등 고갈 위험이 없는 천연 원료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면서 동시에 열에너지 생산 비용을 절감해준다. 히트펌프 동력 에너지는 자연에서 75%를 얻고, 25%만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100% 열에너지를 생산해낸다. 히트펌프의 원리는 냉동기 작동 원리를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냉동기는 압축된 냉매가 증발하면서(기화)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원리다. 반면, 히트펌프는 저온의 열원(물, 공기, 땅 등)으로부터 열을 흡수해(액화) 고온의 열원에 열을 내뿜는 장치다. 냉동기 원리를 뒤집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여름에 냉방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히트펌프 보일러의 가장 큰 특징은 고효율 에너지 보일러라는 점으로, 유럽에서 측정하는 에너지 효율 검사에서 가장 최고 등급을 받았다. 또한,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정보들을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도가 변할 때마다 전력 사용량을 계산해 주고, 이산화탄소 생산량까지 알 수 있어 환경적 영향도 알 수 있다. 요즘은 모든 일상이 네트워크화, 디지털화되고 있다. 바일란트는 이런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아 ‘IoT Green IQ’와 같은 친환경 스마트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과 고효율 성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난방제어나 점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바일란트 역시 인더스트리 4.0 도입을 통해 전통 난방산업에서 혁신기술 산업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바일란트 공장 내부 모습 ⓒVaillant
인더스트리 4.0을 위한 변화는 판매되는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개발과 생산, 물류 프로세스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바일란트 역시 상당 부분이 스마트화됐다. 바일란트 인더스트리 4.0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AMS+(Assembly Management System Plus)다. AMS+는 웹베이스의 SAP과 연결된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품 생산관리 단계부터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된 후 보고하는 과정까지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각 운반체(trolley)에 RFID가 부착되어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과 정보를 AMS+에 기록하고 저장한다. 생산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AMS+는 즉각 문제 상황을 모니터에 띄우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다음 생산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단된다. 바일란트 측은 “AMS+의 목표는 생산라인에 즉각적으로 상호교류가 가능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생산과정에 있어서 효율성과 상품의 질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옳은 일을 할 때의 좋은 기분(“The good feeling of doing the right thing)”은 바일란트가 가진 슬로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술의 진보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환경과 인류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Covestro - 유연성 있는 변화로 4차 산업 혁신을 꿈꾸다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본사 Ⓒ Covestro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기업 코베스트로는 사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했다. 코베스트로는 한국에 ‘아스피린 제약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 바이엘(Bayer) 그룹의 소재사업부인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Bayer MaterialScience)가 분사하면서 2015년 9월 새롭게 탄생한 기업이다. 코베스트로 본사는 바이엘 본사가 위치한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 세계 총 16,000명 직원 중 5,500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바이엘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 역사는 18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기업이다. 코베스트로라는 이름은 새로운 회사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들이 합쳐진 것이다. 협동(collaboration)의 C와O, 투자(invest)의 VEST, 그리고 강함(strong)의 STRO를 조합하여 COVESTRO가 됐다.
코베스트로를 대표하는 화학재료이자 제품은 1953년 ‘마크로론(Makrolon)’이라는 브랜드명으로 개발된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쉽게 이야기해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성, 내구성, 내열성, 전기 절연성 등이 모두 뛰어나 자동차 소재, 전자제품, 건축자재, 안경 제품까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다. 코베스트로는 현재 연간 120억 유로(한화 약 15조 원) 매출을 내고 있으며 폴리카보네이트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독일 기업탐방 여섯 번째로 방문한 코베스트로에서는 코베스트로와 폴리카보네이트 쇼룸 투어를 하고, 폴리카보네이트 공장에서 제조 과정을 봤다.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의 소재로 폴리카보네이트가 사용돼 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폴리카보네이트 자체가 제품이 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코베스트로 폴리카보네이트 사업부는 자동차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하이테크 플라스틱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에 비해 250배, 아크릴의 약 40배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으며 투명도는 유리의 70% 정도 된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열을 많이 뺏기지 않기 때문에 일반 유리로 된 차보다 겨울에 히터를 덜 쓰게 되어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2016년 6월 코베스트로 CEO 패트릭2016년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고무박람회에서 새로운 전기 자동차로 코베스트로가 선보인 컨셉카. 이 차는 외형 전체(차체, 창문, 헤드라이트, 휠 등)를 폴리카보네이트 기술로 만들었다. Ⓒ Covestro
이처럼 폴리카보네이트는 충격에 강하고 다시 복원된다는 특징이 있으며, 무게 역시 가볍기 때문에 자동차 경량화에 적합하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기자동차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배터리 한계로 인해 장시간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이테크 플라스틱 솔루션을 통한 자동차 경량화는 연비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폴리카보네이트는 메탈화될 수 있기 때문에 유리뿐만 아니라 차체, 휠, 헤드램프까지 대체가 가능하다.
코베스트로의 비전은 ‘경계를 넓혀 세상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To push boundaries and make the world a brighter place)’이다. 플라스틱이야말로 스마트폰보다 없어서는 안 될 일상생활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산업변화 등에 따라 코베스트로의 영역도 이처럼 점차 넓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에너지 소비가 더 적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도 훨씬 더 적게 하는 등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되며 가격도 효율적이다.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도 거의 제약이 없어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베스트로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접근도 눈여겨 볼만 하다. 화학 산업은 카본(탄소)을 필요로 하지만 카본의 가장 큰 원료가 되는 석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고갈 위험이 있다. 코베스트로는 CO2(이산화탄소)로 부터 탄소를 포집하여 폴리우레탄을 생산하고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원료 대체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여 친환경 혁신을 이룬 예다. 이러한 기술혁신을 위해 세계적으로 약 1,000명의 직원들이 R&D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R&D 연구소는 독일의 레버쿠젠, 미국의 피츠버그, 중국 상하이에 있다. 현재 코베스트로 1년 영업이익의 2% 정도인 2억 6천만 유로(한화 약 3,460억 원)가 R&D 투자비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UN이 제시하는 지속가능 목표에 맞는 R&D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토마스(Patrick Thomas)는 도르마겐(Dormagen)에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첫번째 폴리우레탄폼 생산공장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Covestro
도르마겐에 있는 이 폴리우레탄폼 생산 공장의 한해 생산량은 5000톤에 이른다.Ⓒ Covestro
코베스트로는 지금까지 화학을 통한 혁신의 역사를 써왔다. 1937년 오토 바이엘 박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폴리우레탄이 발명됐다. 1967년에는 플라스틱 프로토타입카가 개발됐고, 1982년엔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CD가 만들어지기 시작됐다. 코베스트로는 직원들에게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혁신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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