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완치 없는 도박 중독, 전문치료 필수”

[기관장초대석]황현탁 원장, "재발할 수 있는 질병…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7.10.13 16:0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사진=더리더
“도박 중독은 질병입니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도박에 중독됐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질병이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은 도박 중독을 스스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전문가의 도움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도박을 끊었다고 하더라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도박을 끊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회복자’다. ‘회복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황 원장은 이런 의미로 도박 중독에는 완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처음에는 재미로 접근한다. 황 원장은 도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접하는 게 도박에 쉽게 빠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도박을 하는 행위지만 간단한 놀이나 스포츠 분석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중독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청소년이 도박에 접근하기가 더욱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도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신기루다. 황 원장은 도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단 1%라고 말했다. 나머지 99%는 돈을 잃는 구조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도박 환경을 진단하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달 12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도박 문제를 해결할 인력을 양성한다. 또 도박 문제를 연구해 미연에 중독을 예방하는 일을 한다. 2013년 8월에 설립됐으니 올해로 만 5년이 됐다. 내가 2대 원장이다.


-무엇이 ‘도박’인가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스포츠토토, 복권, 소싸움 등 돈을 걸어 베팅하는 것은 도박이다. 합법적인 사행산업은 7개인데, 규모는 21조 원이다. 온라인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로 운영되는 것은 불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행산업 매출 규모는 약 84조 원이다. 2012년 75조 원에 불과하던 액수가 4년 만에 9조 원이나 급증했다. 합법에 비해 4배가 넘는 액수다.


-불법 도박은 어떤 모습으로 벌어지나
▶예전에는 화투 가지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불법 도박을 했다. 불법 사설 경마나 카지노를 운영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불법 온라인 사이트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많이 늘어났다. 이전에는 모여서 도박을 했기 때문에 단속하기도 쉬웠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이뤄지니 단속이 안 된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 또 쉽게 옮겨 다닌다. 나라마다 서버를 달리 두니 추적을 할 수가 없다.


-불법 게임 유형은 어떤 게 등장했나
▶소위 ‘달팽이 게임’, ‘사다리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심플하게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이 많이 생겼다. 이런 게임은 보통 도박 사이에 끼워 넣는다. 프로야구 경기는 4~5시간 정도 진행된다. 3분도 걸리지 않는 게임을 집어넣는다. 수없이 베팅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다 보니 규모와 액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합법보다 불법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법 도박에는 제약이 많다. 이를테면 한 판에 얼마 이상은 걸지 말라는 규칙이 있다. 또 한 달에 몇 번 출입하라는 룰도 있다. 불법은 그런 게 없다. 얼마든지 돈을 걸 수 있다. 불법 시설은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니 베팅을 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돈이 많을 수 있다.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불법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신기루’같은 일이다. 체육진흥투표권을 예를 들어보자. 버는 수익의 40%를 경비와 공적 목적으로 쓴다. 경마는 27%를 뗀다. 원금이 공적 목적으로 지출되는데 돈을 버는 사람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겠나. 백 명 중에 한 사람도 안 될 것이다. 99명은 구조적으로 돈을 잃는 구조다.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50만 분에 1이라고 한다. 850만 명 중에 한 사람밖에 안 되는 것이다. 경마나 다른 카지노도 마찬가지다. 돈 따는 것은 신기루다. 이것을 알아야 한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사진=더리더
-현재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몇 명으로 추산하고 있나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3천9백만 명 중 197만 명 정도 문제가 있다. 그 중에 지금이라도 당장 치료해야 하는 사람이 49만 명 정도다.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 정도 많다.


-다른 나라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복합적인 이유다. 일단 우리나라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요행에 기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런 경쟁 사회 분위기나 합법 산업에 대한 규제, 인터넷 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인이다.


-센터에 찾아오는 경우는 어떤가. 보통 스스로 중독인 것을 알고 찾아오나
▶개인이 찾아오는 경우와 가족이 의뢰해서 오는 비율은 6대 4 정도 된다. 과거에는 가족이 많이 찾았다. 반려자나 자녀가 도박에 빠졌다면 해결 방법이 마땅하지 않으니 찾아왔다. 최근에는 본인이 많이 찾는다.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압박을 받으니 심리적으로 힘들어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다. 과거에 비해 스스로 찾아오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센터에서 중독자를 도와주는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일단 전화로 상담하면 센터로 직접 오라고 한다. 전국 11개 지역에 센터가 있다. 민간상담 전문기관은 18개 있다. 집과 가까운 곳으로 방문하라고 요청해서 검사를 진행한다. 문제가 심하면 지역 센터 상담사들이 투입된다. 심리치료도 하고 빚 문제에 대해 법률적으로 조언도 해준다. 또 도박을 하면 하루 종일 그 생각밖에 안 난다. 센터 사람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도박 관련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도박 중독을 전문기관에서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박은 질병이다. 혼자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리다. 질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질병은 재발할 수 있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완치가 없다. 그래서 중독에 걸렸다가 치료를 받는 사람을 ‘회복자’로 부른다. 회복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 분들은 언제 복권을 살지 모른다. 그러다가 또 도박을 할 수도 있다.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만성질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청소년 도박 문제도 증가 추세라고 알려졌다. 최근 얼마나 늘었는지
▶2014년에 센터를 찾아온 청소년은 65명밖에 안 됐다. 작년에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152명이다. 약 5배 정도 늘어났다. 스마트폰으로 학원갈 때 잠깐 접속해서 하기도 하고, 옆에 친구에게 배워서 휩쓸리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인터넷이 많이 발전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앱으로 도박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스포츠 도박이다. 스포츠 도박의 특징은 도박인지, 스포츠인지 구별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만일 내가 프로야구 게임에서 A팀에게 베팅을 걸었다고 하자. 그 전에 경기 분석을 한다. 이제까지 경기 실적을 따지고 오늘 나올 선수에 대해 예측한다. 이것을 ‘스포츠 경기 분석’이라고 생각하지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황 원장은 영화 <홀릭>, 연극 <사건번호 1336>을 만들면서 청소년 도박 근절에 힘썼는데. 영화나 연극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연극은 보는 재미도 있고 직접 참여하니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진짜 도박하는 모습이 배경으로 깔리고, 학생들이 직접 그 상황을 연기하니 훨씬 설득력 있고 호소력이 있다. 영화나 연극을 통해서 경각심을 주고 싶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많이는 해주지 못한다.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예방’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특히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정당한 노력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개념이 형성돼야 하는 시기다. 운에 기대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생각은 적절치 않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사진=더리더
-도박 근절을 위해 ‘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도박을 근절하는 것은 한 가지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에 대체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도박을 하지 않고 눈을 다른 데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전시회가 많이 있다든지, 테마파크, 박물관처럼 다양한 문화가 대중적으로 유행해야 한다.


센터에서는 다른 곳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문화 예술적으로 무용을 배우는 것이나 악기를 다루는 활동도 지원해준다. 장소도 지원해주고 알려줄 수 있는 선생도 있다. 다른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그런 분위기는 센터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황 원장은 지난 2016년 6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 이전에는 센터 이사를 맡았는데 도박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카지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때부터 카지노를 비롯해 도박 전반에 대해서 살펴봤다. 외국 사행산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문화 속에 도박이 어떤 모습으로 깃들여 있는지에 대해 책을 쓰기도 했다. 지금도 개인 블로그를 하고 있는데 도박 관련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 도박에 대해 어떤 법이 만들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블로그에 글을 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도박 관련 세미나나 행사에 최대한 참석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만들고 싶은지
▶지금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까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게 목표였다. 앞으로는 예방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또 다른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는 기관과 함께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는 노력을 공동으로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박 유병률이 5.1%다. 선진국은 3%를 넘지 않는다. 원장으로 있으면서 유병률을 3%대, 못해도 4%대로 낮추는 게 목표다. 그런 사회가 됐으면 싶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사진=더리더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1953년 경북 안동 출생
레스터대학원 매스컴학 석사과정 수료
행정공무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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