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번 국회 민생개혁에 최우선”

[열린정책 소통합시다]서른 여덟 번째 주인공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켜켜이 쌓인 적폐도 청산… 국민의당과는 통합보다 협력"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종국 편집장, 홍세미 기자 2017.09.29 10: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만나고 싶었던 정치인에게 궁금하거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질문하면, 더리더 기자가 직접 방문해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리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소파 위에 커다란 곰 인형이 놓여 있다. 인터뷰 전날(9월18일)이 우원식 원내대표 생일이었다. 원내대표단이 우 원내대표에게 곰 인형을 선물했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된 웅녀처럼 우 원내대표가 100일 넘게 민주당을 잘 이끌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에게 지난 100일은 곰이 인간이 되는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을 듯싶다.

100일 동안 우 원내대표의 성향도 변했다. 그는 대표적인 운동권 정치인이다.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회장을 지낸 그는 운동권 출신이다. 1978년 ‘박정희 퇴진’을 외치다 강제징집됐고, 1981년 ‘전두환 퇴진’을 외치다 징역을 살았다. 그런 그가 원내 사령탑이 된 이후 몸을 숙인다.

강성 이미지가 없어진 자리에 ‘중재자’ 이미지가 덮어 씌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다. 야당만 네 정당이 있다. 특히 교섭단체 합의 없이는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은 참을 인(忍)자를 수없이 새겨왔던 시간이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제 숙명으로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지난 100일 보냈다”고 밝혔다.

인터뷰 당일인 19일, 우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21일)을 하루 앞뒀다. 그는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표결 당일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중심’과 ‘협치’를 강조하기 위한 상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표결이 찬성 160표로 무난히 통과됐다. 우 원내대표의 노고(勞苦)가 인정받은 결과다.

원내대표실 한 벽면에 걸려있는 9월 일정표는 빼곡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우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정국 현안을 듣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달 19일 우원식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이번 정기국회의 목표를 언급해준다면
목표는 두 가지다.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은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라고 말했다.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민생개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가계부채, 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 등 서민의 고통을 덜어야 한다. 불공정한 관행을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원내대표 취임 후 성과를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에 인수위가 없었는데도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됐고 일자리 추경이 편성됐다. 국무위원도 대부분 인사 과정을 거쳤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당제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다당제를 실감했다고 할까. 다른 당과 협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협치를 이끌어갈 지에 대한 방법은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이 부결됐는데, 이를 어떻게 지켜봤나
굉장히 안타까웠다.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난 1월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9개월 동안 공석이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95일 동안 진행됐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장기간 공백이었는데도 인준안이 부결됐다.
우리가 볼 때 김 후보자는 굉장히 훌륭한 분이다. 다만 과정에서 우리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새로운 협치 틀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의 부족한 점이 드러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우리당과 기본적인 노선이 다르다. 표결하는 과정에서 찾아가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국민의당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많이 협력해야 한다. 협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통합에 대해 여지를 두는 의미인지
국민의당과 통합에 대해 우리당 지지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당원들은 우리당에 있을 때 갈등이 많았다. 통합하자는 것은 다시 안에서 갈등하자는 이야기다. 지금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도 120명 의원들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 민생과 안위만 생각하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반 의석 이상이 아니더라도 그런 나라를 만드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통합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리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출된 것을 어떻게 보나
나의 지역구인 노원구을 옆이 안 대표 지역구(노원구병)였다. 안 대표는 정치 입문하면서 ‘새정치’를 주창했다. 국민에게 새정치를 잘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난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대선을 겪으면서, 국민의당 대표를 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경륜을 쌓아가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 당선 소감으로 ‘정부와 여당이 제시하는 방향과 같으면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협조 의지를 밝혔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을 살리는, 성과를 내는 정치를 함께 복원하길 기대한다.

-인사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청와대 인사추진위원회의 책임론이 번지는데
인사추천위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후보자 직무수행능력 평가와 무관하게 나아간 것도 없지 않다. 아들, 딸, 장인, 장모 청문회가 아니다. 지나친 신상털기로 청문회가 변질되는 문제가 있다. 물론 기본적인 후보자 신상에 대해 지명 전 철저하게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청문회에서는 국민 앞에 정책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 원내대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갈등설이 나기도 한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각각 역할에 맞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게 언론에 부풀려 알려졌다. 집권여당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목소리를 내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을 잘 안다. 앞으로 서로 역할에 맞게 당면 과제를 해결하겠다. 투톱 불화를 최소화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리더

-국회 운영위원장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맡고 있다
운영위와 정보위는 집권여당 리더십의 출발이다. 책임정치의 기본이다. 여당이 여당다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운영위와 정보위는 여당에게 넘겨줘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차지하고 내줄 생각을 안 한다. 유감이다.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못 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전 정권에서는 여당이었기 때문에 나의 입장을 잘 알 것이라고 본다.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해달라.

-여야정협의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자유한국당이 거부하고 있다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국회가 힘을 합쳐 안보관련 정부 기조를 점검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협조할 것을 야당에 촉구했다. 안보상황이 시급한 때인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는 의미다. 위기 극복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말단 지엽적인 논란은 접어두고 즉각 가동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하며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햇볕정책이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처럼 남북교류협력이 잘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긴장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들도 많이 불안해한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국제공조를 통해 압박과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의사결정 주도권은 우리가 확실히 쥐고 있다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북한이 대화와 협상 외에는 남은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신중하게 최종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사드를 임시 배치한다고 밝혔는데
사드 4기가 임시 배치됐다. 우리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북한이 ICBM과 6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의 도발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금의 위기 국면은 수준이 다르다. 지금은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중심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번 사드 배치는 임시 배치다. 향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거친 후 신중하게 최종 배치를 결정해 나갈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리더
‘을의 눈물’ 닦아주는 ‘을(乙)지로위원회’

2013년 ‘갑을 관계’는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며 물량을 떠넘기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에서는 ‘갑의 횡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을지로위원회’를 발족했다. ‘정치는 가장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라는 말을 시행하기 위해서다. 선봉에 우 원내대표가 섰다.

-2013년부터 2016년 말까지, 3년 7개월 동안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을은 많이 위로를 받았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고통받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남양유업 사태 해결부터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의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근로조건 해결, C&M케이블 노동자 복직, 최근에 용산화상경마장 문제 해결, 오랜 숙원이었던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 고용까지 크고 작은 성과들이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정치 본연의 역할은 고통받는 국민 곁으로 가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을’들을 위한 강력한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정치가 희망이 됐으면 싶다.

-을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바꿔야 할 1순위가 있다면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나 고용노동부와 같은 감시기관들이 소극적인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그게 문제를 키워왔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에 소홀했다. 불공정 행위와 불법 노동행위에 대해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또 가맹본부와 점주, 기업과 노동자 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의 지위가 약하다.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특권과 소수의 이익이 아닌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세상, 다수의 국민의 삶을 정치 중심에 놓는 세상이 돼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 이번 개헌은 1987년 이후 30년 만에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 사이 정치,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도 활발해졌다. 개헌의 필요성과 지방분권과 국민 기본권 확대를 위한 공감대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국회, 정부가 함께하고 국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국민 중심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20대 국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회의 본령은 민생입법이다. 결국 20대 국회의 성과는 법안 처리로 평가받을 것이다. 여야가 공통 공약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쟁점 없는 법안과 공통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957년 9월 18일, 서울특별시 출생
연세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환경공학 석사
평민당 민권부국장
환경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
환경관리공단 관리이사
건국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 겸임교수
독립기념관 이사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서울특별시의원(노원구 제3선거구)
제17, 19, 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
現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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