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향 대표, 귀촌인과 들깨 농부들의 상생 이야기

도시 인프라 통한 영업과 전문농 품질이 멋진 하모니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7.10.13 11:1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농가경제 활성화를 6차 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 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이인향 대표
“진짜 상생이다”.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의 이인향 대표는 귀촌인인 자신과 들깨 작목반 언니들과의 조합 운영을 그렇게 표현한다. 이 대표의 도시 인프라를 통해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고 들깨 농사를 짓는 전문가들이 제품의 품질을 맡아 6차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는 “1차 산업 자체만으로도 힘들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상적으로 뭉쳐서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다. 이번 ‘농촌은 Jump-up’은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 자리한 마을기업을 찾았다. 작은 책상 하나 있는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단 하나의 생산품인 ‘들깨그대로’란 들기름으로 올리브유를 앞지를 세계적인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꿈은 원대했다.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들깨를 효과적으로 걸러 산폐화를 막을 수 있는 추출 기계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 대표는 볶으면서 손실되는 오메가3의 ‘生’을 강조한다. 볶지 않은 생들깨만 사용해 1번 착유해서 귀하게 얻는 ‘들깨그대로’는 특유의 고소한 들기름이 아닌 ‘밭’ 냄새가 난다. 동양의 고소한 향 대신 다양성을 열어 서양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이 대표가 세계화를 노리는 이유다.

-이인향 대표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고향은 어딘가
▶“서울이 고향이다. 서울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으로 가서 아이와 함께 5년 정도 살다 남편과 귀국을 했는데 서울이 너무 변했더라. 공기도 안 좋고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게 귀촌의 계기가 되었나
▶“맞다. 미국에서는 샌디에이고에 살았는데 굉장히 친자연적인 환경이었다.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어서 알아보니 양평이 샌디에이고와 흡사했다. 이곳에 정착해 내 인생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귀촌 후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었나
▶“남들이 겪는 똑같은 거였다. 농사로 밥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서 그런 고민은 아니었지만 텃세가 있어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은 있었다. 과정에는 갈등과 오해가 있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이곳 사람들을 진짜 좋아했고, 그런 진정성이 통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거 같다.”

-마을기업에 참여한 계기는
▶“산속 깊은 곳에 집이 있다 보니 도로 정비, 제설 작업, 나뭇가지 치는 일 등 마을 일이 많은 편이었다. 마을 일에 열심히 동참했다. 군청에 가서 민원신청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참 열심히 한다고 봐주신 것 같다. 이장님께서 마을기업을 만들 때 나를 포함해 6명 정도 모여 시작을 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거 같다.
강하면 분들이 문화적인 관용이 있다. 총무에서 사무국장 정도는 외지인이라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까지는 관용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마을에 부녀회도 있고 이장님도 계시고 조합원들도 있는데 나 같은 외지인이 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강하면 분들이 관용을 베풀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 않나. 문화적인 관용을 베푸는 마을이 비전이 있다.”

-왜 들깨를 주 작물로 선정했나
▶“지역의 환경 때문이다. 들깨는 여름작물로 6월에 심어 10월에 추수를 한다. 일교차가 심하고 서늘한 곳에서 나는 것이 맛있다. 양평이 여러모로 매우 적합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들깨 농사를 많이 하는데 비주류 작물이다. 이장님이 제안하셨고 내가 나름 조사를 해보니 들깨가 대단한 작물이더라. 최근 트렌드에 맞는 작물이었다. 바다 오염으로 인해 동물성 오메가3를 기피하고 있어 식물성 오메가3가 각광받고 있지 않나. 들깨는 오메가3가 풍부한 작물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들깨를 생산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중국, 한국 위주로 들깨 농사를 짓는 편이다. ‘가장 고유한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올리브유를 겨냥해서 출시하게 되었다. 이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그런 연구를 하고 있더라.
품목을 선정하고 공부한 결과 된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볶은 들기름을 먹었는데 지금은 생으로 된 들기름을 먹는다. 나같이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 맛을 알고, 조금만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입맛도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11명이 660만원을 모으고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5,000만원 지원을 받아 꾸려가기 시작했다.”
▲이인향 대표와 협동조합직원들이 함께 기름을 만들고 있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구성했나
▶“처음부터 협동조합으로 설립했다. 조합은 11명의 작목반(들깨 공동 출하 조직)이 중심이었고, 농사지은 것을 누군가는 사야 하니까 서울 분들 외지인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조합 안에서 파는 형태로 구성했다. 마을기업도 지역 자원을 개발해서 수익을 내서 마을에 환원하는 것이 나라의 정책 방향이다. 이런 정책이 성공하려면 농사꾼만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본다. 외지인은 지역의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활동들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갈등만 잠재우면 시너지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도 수익이 나니까 갈등이 줄어들더라. 이제는 토착민과 외지인의 갈등을 이해를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설립 후 6차 산업 인증 사업자를 받으셨는데
▶“이번 5월 1일에 받았다. 6차 산업 지원을 행자부에서 받았고, ‘2016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나가 최우수상을 받아 7,000만원을 받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양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자동으로 기름이 들어가고 라벨링까지 되어 나오는 기계를 제공해주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자로 기름을 퍼 담았지만 지금은 전자동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통 기름 업체들이 침전물을 가라앉히는 데만 15일을 통속에 두어야 하는데, 특허 출원한 장치는 짜자마자 침전물을 최소화해서 패킹까지 하기 때문에 공기와의 접촉 시간을 최대한 줄여 산폐율을 낮춰줘 최상의 품질을 유지시켜 준다.”

-제품 자랑을 한다면
▶“밤새도록 하고 싶다. 우리 조합에서는 생들기름 하나 하고 있는데, 이 상품이야말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데이터로 말씀드리면 우리 생들기름은 식물성 오메가3 함량이 동종 업계 최고다. 평균 100g 중에 66.82% 나왔다. 또 무기질 중 칼슘, 인, 철분 함량이 높으며, 비타민 중 나이아신이 다량 함유되었다. 양평 들깨 재배팀이 정성껏 농사지은 들깨만을 사용하며 생산자 실명제로 원재료의 신뢰성이 높다고 자부한다.”

-생들기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오메가3가 열에 약해 볶으면 30%가 감소한다. 풍부한 오메가3 함유량을 높이기 위해서 볶지 않은 생들깨를 사용한다. 또 하나는 볶은 들기름은 고소한 향은 진하지만 볶게 되면 벤조피렌이 나온다.
서양 요리에 어울리는 세계적인 기름을 만들 생각으로 처음부터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볶은 들기름 고유의 강한 향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서양인들은 고기에 많은 오메가6를 먹는데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식물성 오메가3를 찾게 되면 바로 우리 들깨를 찾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수출도 준비중인가
▶“수출 오더가 있는데 지금은 내수에 충실히 하는 단계라고 본다. 내년에 공장 설립을 하면 계획이 있다. 모든 것은 억지로 해서는 안 되고 타이밍이 오게 되면 그 기회를 잡으려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마을기업을 성장시키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생한 거 말도 못한다. 홈쇼핑에 첫 론칭할 때 무지해서 홈쇼핑 기준 물량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다가 무조건 다 팔리는 건지 알았다. MD가 하라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 제품검사를 하는데 라벨이 없는 제품, 비뚤비뚤 라벨이 붙은 제품이 30% 이상이었다. 론칭 못한고 하더라. 너무 당황하고 눈물이 났다. 작목반 언니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모르니까 “기름이 맛있는데, 라벨이 무슨 문제냐”고 하더라. 제품을 무작정 만들어 쌓아놨던 강당은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고 정말 해결을 어떻게 하나 싶었다. 다들 밤새 다시 해보자고 해서 불량 난 제품을 모두 꺼내 손톱으로 다 긁어내기 시작했다. 홈쇼핑 MD에게 라벨 수정하겠다고 하고 밤새도록 1,500세트를 다시 만들어 보냈다. 그렇게 론칭을 했고 40분 만에 매진됐다. 그 뒤에도 5번 완판하고 공영 홈쇼핑에서 NS홈쇼핑으로 옮겨 진행 중이다. 아시겠지만 홈쇼핑 진입은 어렵지만 버티는 것은 더 어렵다. 매출 70% 못하면 퇴출된다. 우리 제품은 NS홈쇼핑에서 키워주는 상품이 됐다.”

-현재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2016년 매출은 9억원이었다. 올해는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2015년은 1억원을 했다. 비약적인 성장이다.”

-6차 산업화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고 있는데 비결은
▶“사실 6차 산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못한다.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지역에서 적합한 자원을 찾았고, 들깨 생산하는 작목반이 형성되었고, 나라에서 기계를 줘서 공장을 세웠고, 팔아야 하니까 외지인을 조합원으로 구성해 조합을 만들었다. 직매장뿐만 아니라 농촌체험 관광까지 연계하는 6차 산업이 완성되는 과정이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다.”

-향후 계획은
▶“앞으로 공장을 세울 생각으로 부지도 매입했다. 들기름 공장은 일본의 간장 공장처럼 체험하고 사갈 수 있는 농촌체험 관광을 구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조 플랜트를 문화 플랜트로 바꾸어서 양평에 문화 메카가 되고 싶다. 작지만 강한 기업을 세우고 싶다. ‘들깨그대로’의 공장은 24시간 수익을 낼 수 있는 빌딩으로 지으려고 한다.
그게 숙제다. 규모가 늘어나면 유지비나 이런 것도 드는데 체험, 관광 직매장이 있는 복합 시설을 통해 만회하려고 한다. 사실 1차 산업도 하기 힘든데 공장 운영에 서비스 유통에 홍보 마케팅까지 6차 산업화는 너무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상적으로 뭉쳐서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나도 도시에서 가진 인프라를 통해 영업력이나 마케팅 이런 부분을 인정받아서 대표가 된 것이고 들깨에 대해서는 작목반 분들이 전문가로 서로 많이 도와주고 보완해서 6차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영농조합 이런 것은 한계가 바로 올 것이다. 우리 같은 형태가 6차 산업에 진짜 상생이다. 지역 농업인과 상생하는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아 ‘2016 전국 최고 마을기업 대상’을 받았다.”

-소비자분들께
▶“사실 생들기름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귀한 들기름이다. 볶은 기름에 비해 너무 적게 나온다. 볶는 과정 없이 생으로 단 한 번만 착유한다. 그 정도로 귀한 기름이지만 경기도 급식 업체로 선정이 되었다. 경기도 초·중·고 1,500개 학교 학생들에게 필요한 두뇌 발달 물질이 있어 꼭 먹어야 하는 기름으로 보고 급식 업체로 선정했다고 본다.
씨앗부터 관리하는 업체임에도 협동조합이라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이라 일자리 창출과 판로 개척에 집중하는 이윤창출 기업과는 다르다. 사회적 본분을 다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다.
‘들깨그대로’는 좋은 제품을 제 가격을 주고 산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주셨으면 좋겠다.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에 더 올라가야 할 가격을 2만원 선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많이 애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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