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독일 총선, 쟁점과 전망

[이종희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2017.09.11 09: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선거연수원 교수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독일 총선이 오는 9월 24일 실시된다. 연방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독일 총선은 1인 2표제이다. 제1투표는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단순다수대표제 직접선거방식으로서 각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지역구에서는 총 299명의 의원이 선출된다. 제2투표는 선호정당을 투표하는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실시되어 제2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총 의석수가 정해진다. 제2투표 결과에 따라 각 주에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잔여 의석을 정당 명부 순으로 비례대표후보에게 할당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에 배정된 의석수 보다 많은 당선자가 발생하더라도 모두 당선자로 결정되기 때문에 독일 연방하원은 정원 598명을 초과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정의석을 통해 정당별로 의석을 더 배정하여 각 당의 최종의석수가 특표율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조정한다.
▲<표1> 2013 총선 결과
독일 총리는 통상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은 정당의 당수가 맡는다. 2017년 독일 총선은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와 사민당(SPD) 당수 마틴 슐츠(Martin Schulz)의 대결이 될 예정이다. 2013년 총선에서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연정을 이루어 국정을 이끌어왔다. 기민당 당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3년 총선으로 3연임에 성공하였으며, 2016년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수직 재선에 성공하면서 2017년 총선에서도 총리직 연임에 도전하게 되었다. 만약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이겨 메르켈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한다면 메르켈 총리 재임 기간은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의 역대 최장수 16년 총리 재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한편, 메르켈 총리의 라이벌 마틴 슐츠 당수는 1994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유럽의회에서 사민당을 대표하다가 2012년부터는 유럽의회 의장으로 선출되어 두 번 의장직을 역임하였다. 지난 겨울 독일 정계로 복귀한 슐츠 전 의장은 2017년 1월 사민당의 전당대회에서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 슐츠 지명 직후 사민당은 기존 20%대였던 지지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기민당/기사당 연합을 바짝 뒤쫓았으나 총선을 앞둔 현재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8월 26일 종합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지지율 41%를 기록해 24%를 기록한 사민당을 크게 앞섰다.(1) 
▲<표2> 정당별 지지율


◇TV 토론
기민당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민당 마틴 슐츠 당수의 TV토론은 연방 총선 3주 전인 9월 3일로 예정되어 있다. 독일 총리후보자 TV토론은 1961년 빌리 브란트(Willy Brand) 총리후보자가 콘라드 아데나우어(Konrad Adenauer) 총리에게 양자 TV토론을 제안하였으나 토론은 성사되지 않았고, 그 후 1969년에 최초로 4개 정당을 대표는 후보자들이 1명씩 참석한 합동TV토론 형식의 토론회가 개최된 이래 1987년까지 정례적으로 총선 3일 전에 실질적인 합동TV토론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에는 합동TV토론의 시청률 저하, 독일 통일 후의 변화와 헬무트 콜 총리의 TV토론 참가 거부 등으로 인해 TV토론이 개최되지 않다가 2002년에 최초로 양대 거대정당 총리후보자만 참가하는 양자TV토론이 개최되었고, 이는 독일 총선의 관행으로 자리매김 하였다.(2)

총선을 앞두고 양대 거대정당 총리후보자가 참석해 경쟁하는 양자TV토론은 이번이 5번째이다. 4개 방송국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TV토론은 90분 동안 진행되며, 사회자는 각 방송국에서 1명이 참가하여 총 4명의 사회자가 공동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ZDF의 마이브리트 일너(Maybrit Illner)와 RTL의 페터 클룁펠(Peter Kloeppel)이 한 쌍을 이루고, ARD의 산드라 마이쉬베르거(Sandra Maischberger)와 Sat.1의 클라우스 스트룬츠(Claus Strunz)가 한 쌍을 이루어 진행한다. 2013년 TV토론은 마이브리트 일너, 페터 클룁펠, 안네 빌(Anne Will), 스테판 랍(Stefan Raab)이 사회를 맡았으며, 총리후보 TV토론은 50.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이번에 4개 방송국과 사민당 측은 당초 2회의 TV토론을 계획하였으나, 이는 성사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토론회만 개최된다. 이번 토론은 총선 이전 양 후보가 직접 맞대결을 벌이는 유일한 장이 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3)
 
◇디젤 스캔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비밀 담합을 하고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처리 등을 논의해왔다고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7월 보도한 후, '디젤 스캔들'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그간 독일 정부는 자동차 업계와 관련된 논란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당시 집권당이었던 CDU가 소비자 집단 소송을 허용하는 입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 등이 언급되며 현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은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디젤 스캔들'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정부는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월 2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함께 유해 가스 배출 절감 대책 등을 논의하는 '디젤 정상회의'를 열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가 ‘디젤 정상회의’ 기간에 휴가를 보내는 등 그가 애매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하였으며(4), 슐츠 당수도 직접 나서 '전기차 쿼터제' 실시를 주장하며 더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였다.
 
◇대미 관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전통적 우방이던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양대 거대정당 총리후보의 태도 역시 이를 반영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선 공약집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우방'에서 '파트너'로 변경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여러 외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이며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탈 결정을 내린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틴 슐츠 사민당 당수는 메르켈 총리보다도 미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이다. 슐츠는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김정은처럼 행동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강도 높은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는 토마스 오퍼만(Thomas Oppermann) 사민당 원내대표와 함께 쓴 공동기고문을 통해 "NATO 방위비 분담금 '2% 목표'는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밝히며 NATO 방위비 분담금을 GDP의 2%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어서 "2%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현재 370억 유로의 국방비 지출 규모가 약 두 배에 이르게 되어 독일이 유럽 최대의 군사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독일의 과거사를 생각했을 때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라고 일축했다. 대신에 유럽방위연합을 창설하여 궁극적으로는 유럽통합군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5) 슐츠 당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8월 3일 게재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같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한 언사"라면서 "그 점에서는 내가 메르켈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다"라고 메르켈 총리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6) 이에 메르켈 총리는 "NATO 방위분담금 달성목표는 사민당 또한 기민당/기사당의 연정 파트너로서 이미 3년 전에 지지했던 사안"이라면서 사민당 지도부가 일관성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방위분담금 목표 달성에는 찬성하되 2% 달성까지는 내부적으로 논의한 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7) 

◇대안당 의회 입성 성공하나?
반(反)유로·반(反)이슬람 성향의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올해 4월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총선을 이끌 최고후보로 알렉산더 가우란트(Alexander Gauland) 부당수와 알리체 바이델(Alice Weidel) 최고의원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되어 있는 기민당 출신의 가우란트 부당수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대안당의 뿌리가 된 '2013 선거 대안'을 조직한 이들 중 한 명으로, 유색인종의 독일인 축구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하해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바이델 최고위원은 투자은행 경력을 가진 경제학 박사이다. 대안당은 2013년 총선 때 4.7%를 획득하며 의회 입성에 실패했으나 올해 총선에서는 여론조사에서 8% 안팎의 지지율을 받으며 첫 의회 입성이 예상되고 있다. 대안당이 의석 배분 최소득표율인 5% 이상을 득표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연방의회에 입성하는 최초의 극우정당이 된다. 그러나 집권이 유력시되는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중 그 어느 정당도 대안당과 연정을 이루지 않을 것이 확실함에 따라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연정 구성 방식은?
여론조사 예측대로 메르켈 총리가 무난하게 승리할 경우 연정 구성 방식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택하는 독일은 최다지지율을 얻은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연정을 통해 내각을 이루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이 슐츠를 총리 후보로 추대하며 메르켈 총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기독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사민당은 연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8~9%의 지지율을 갖고 있는 군소정당인 자유민주당(FDP) 및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과 연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연정 가능성은 세 정당의 상징색(검은색, 노란색, 초록색)을 따 '자매이카 연정(Jamaica coaliti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8) 그러나 이전처럼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으로 재결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예상을 뒤엎고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일명 '적적녹(Rot-Rot-Grün) 연정', 즉 사민당이 좌파당(Die Linke)과 녹색당과 연정을 이루는 상황인 ‘대좌파연정'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안보정책 강화와 이민자수용제한 등 보수적 경향의 정책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에서 ‘대좌파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사민당이 최다지지율을 획득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기민당/기사당과 연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표 3>예측 의석수에 따른 연정 구성표

◇슐츠의 역전 가능성은?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17년 독일 총선거는 부동층 유권자(undecided voters)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Frankfurter Allgemeine)가 8월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 이러한 부동층 유권자가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던 만큼, 기민당/기사당에 비해 약 15% 포인트 뒤처진 사민당 역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선거일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큰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총리 후보자로서 마틴 슐츠의 적합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자 중 마틴 슐츠를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이 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메르켈을 지지하는 기민당/기사당지지자 비율인 80%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료정리: 박소엽>

참고 자료
(1)https://ig.ft.com/germany-poll-tracker/
(2)최영돈·이종희 (2014), “2013 독일 총리후보자 TV토론 진행방식 및 내용 연구”, 『한국언론학보』, 58권 2호, pp. 447-477.
(3)http://www.stuttgarter-nachrichten.de/inhalt.bundestagswahl-2017-im-fernsehen-so-begleiten-die-tv-sender-den-wahlkampf.c0311da6-6c5c-4252-9e4f-8293e74ee41a.html
(4)http://www.handelsblatt.com/politik/deutschland/diesel-skandal-spd-ruft-merkel-in-diesel-krise-zum-handeln-auf/20123552.html
(5)https://www.reuters.com/article/us-germany-election-military-spd-idUSKBN1AM001
(6)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martin-schulz-im-interview-angela-merkel-vernachlaessigt-ihre-pflicht-a-1161063.html
(7)https://www.ft.com/content/07eb1e7c-80fe-11e7-a4ce-15b2513cb3ff
(8)http://www.politico.eu/article/german-jamaica-coalition-more-likely-than-polls-suggest-survey/
(9)http://www.faz.net/aktuell/politik/bundestagswahl/bundestagswahl-unentschlossenheit-auf-hoechstniveau-151636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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