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 “문화의 근간은 잡지와 출판”

[기관장초대석]"차별화 콘텐츠로 단행본 발행 통해 위기 넘어야"

홍세미 기자 2017.09.07 09:4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사진=더리더
“잡지는 문화의 근간입니다. 잡지 산업이 흔들리는 것은 문화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류 바람이 거세다. 한국의 문화가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면서 ‘문화 수출’ 시대를 맞았다. 정 회장은 잡지 없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흥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더 풍부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출판과 잡지 업계가 튼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은 잡지가 문화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문화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출판 업계를 비롯한 잡지 산업이 탄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잡지 산업’의 산 증인이다. 1977년부터 잡지계에 몸담아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잡지 산업에 종사하면서 호황도, 쇄락도 몸소 느꼈다. 특히 IMF를 겪으면서 내수 시장이 붕괴, 큰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없어질 수도 있었을 잡지 회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해외’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잡지 업계에 몸담은 시간만큼 축적됐다. 잡지계의 베테랑이 전하는 ‘이 구역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더리더>가 지난달 16일 샛강역에 위치한 한국잡지협회를 찾았다.

-정 회장은 <건축세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부터 잡지계에 몸담았나
▶1977년 출판 업계에 들어와 만 40년 정도가 됐다. <건축세계>는 23년 전인 1995년에 창간했다. 전문지는 보통 2~3년 정도 유지해야 정착을 한다. 그렇게 지속하면 뿌리내려 잡지가 자생할 수 있다.

잡지를 창간한 지 2년 후 1997년 말 IMF가 터졌다. 내수 시장이 대부분인 출판•잡지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시장으로는 살아갈 틈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때부터 2개국으로 출판했다. 어느 분야든 독점은 없다. 경쟁이다. 건축도 당시 5~6종의 잡지가 있었는데 기존의 잡지들이 경쟁력을 잃었다. <건축세계>는 당시 위기를 잘 극복한 전화위복이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 시대가 발달하면서 종이 잡지가 사양 산업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잡지 산업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본 산증인인데 수익 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언급해준다면
▶출판 업계가 호황기일 때, 잡지가 처음 나온 후 10년 정도는 광고 시장이 괜찮았다. 모바일이 성장하면서 전문지에 들어왔던 광고가 인터넷 쪽으로 흘러갔다. 전문지나 잡지 업계는 많이 줄었다. 과거부터 그런 시장 변화에 고민했다. 광고에 의존해서는 살 길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고가 정책을 펼치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이 좋으면 독자는 책을 사서 읽는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알찬 내용의 기사로 독자에게 다가가면 수익 구조가 변한다. 잡지를 창간하는 사람들은 보통 전문적인 분야가 있다. 광고가 주 타깃이 되지 못하면 내실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사 홍수의 시대에서 ‘잡지’, 즉 전문지만의 콘텐츠를 만들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인쇄 매체는 ‘출판’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잡지 콘텐츠를 1년 정도 크게 보고 단행본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월간지는 매달 기사를 보도한다. 그 내용을 토대로 60~70% 추가 취재 해서 단행본을 만들어 책을 내면 수익이 될 수 있다. 일반 출판사에서 책 한 권 만드는 것보다 이미 30~40%의 콘텐츠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일반 잡지를 만들면서 추가적으로 단행본을 만들면 잡지에서 손실이 나는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
‘잡지’는 한 주, 한 달이 지나면 ‘과월호’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콘텐츠가 전문적이면 1~2년 정도 지나도 필요한 정보가 많다. 단행본으로 만들면 몇 년이 지나도 책이 유통된다.

-위기의 잡지 업계에 해법을 던져준 것 같다
▶협회 차원에서도 노하우 부분을 염두에 둔다. 회원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조언을 해줘야 한다. 단행본은 하나의 방법이다. 잡지 성격에 따라 그러지 못한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 잡지가 4,000종 이상이고 협회 회원사는 500곳 이상이라고 하는데
▶무가지 포함해서 국내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4,000종 정도 된다. 그중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잡지가 800~900종 정도 된다.

-잡지 수가 많이 줄지 않았나
▶잡지 시장이 전체적으로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전 골프 잡지가 20~30종이 달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많지 않다. 어느 잡지든 콘텐츠를 잘 개발하고 유통에서 마케팅을 잘하면 경쟁력이 있다. 이를테면 한 분야에서 잡지가 5종이 있었다면, 1~2개로 줄어들 수는 있다. 그래도 그 분야의 1~2등 잡지는 살아남는다.

-잡지의 해외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정 회장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판 전시회가 열리는데 규모도 크고 역사가 깊다. 내방객이 8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 해마다 부스를 차려 참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전이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25~30% 정도 줄었다. 그밖에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북경도서전, 대만도서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해외 도서전, 아부다비국제도서전 등 10개국 정도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

-출판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나라는 어딘가
▶2000년 들어 중국 출판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출판물도 쏟아져 나왔다. 2010년 이후 중국은 해외 판권을 사서 출판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을 국가 정책으로 정했다. 판권을 다른 나라에서 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카피본이 많다.
전문지의 경우는 인구가 3천만 명 이상이 돼야 자국 출판을 할 수 있다. 그 미만인 나라들은 자국 출판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산유국이 특히 자국 출판이 좋지 않다. 중동은 인구가 많아 봐야 2천만 명이다. 그런 나라는 전문지 출판이 상당히 약해 수입에 의존한다. 나는 모든 책을 한국•영어, 2개국으로 원판 수출한다.

-한국 잡지와 문화 콘텐츠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다. 한국잡지협회에서는 해외 수출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번역 지원 등을 한다고 알려졌다
▶문화의 근간이 되는 것은 잡지와 출판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 캐릭터 모두 출판이 없는 상태에서 나올 수 없다. 잡지 출판이 지속적으로 더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인쇄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없어질 수는 없다.
문화 산업의 근간인 잡지 출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한류를 더욱 증진시키고,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 근간이 되는 잡지 출판이 무너지면 결국 한류도, 문화도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사진=더리더
-한국잡지협회에서는 우수콘텐츠 잡지를 선정하고 있다. 기준은 어떻게 되나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 기준은 문체부에서 만든다. 심사위원도 문체부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말할 수 없다. 각 심사위원들이 잡지 콘텐츠 구성을 평가한다. 편집디자인도 평가 대상이다. ABC협회에 가입했다든지, 한국잡지협회에서 운영하는 U매거진, K매거진에 가입했다고 하면 가산점이 붙는다. 국세를 연체하면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될 수 없다. 심사 대상은 창간 후 2년 이상 된 잡지다. 중간에 폐간이 되면 선정 잘못으로 질책 받으니 2년 이상 잡지들만 심사한다.

-우수콘텐츠로 선정되면 어떤 혜택이 있나
▶문체부에서 1년 동안 매월 책을 구매해 소외 지역이나 군부대, 해외 문화원에 보낸다. 특히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잡지를 구매하기 어렵다. 문체부에서 구매를 해서 해외로 보내면 그만큼 잡지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3월 정부는 ‘정기간행물 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약 570억원을 투입한다고 알려졌는데
▶문체부에서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짰지만 실제 집행은 기재부에서 한다. 기재부에서 신규 사업에 대해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내년 예산은 줄어든다. 정부 기조 자체가 복지 쪽으로 많이 기울어 다른 신규 사업은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 협회에서 신규 사업을 하려고 안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국고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문체부는 2021년까지 잡지 등 정기간행물 분야의 전문 인력 총 2,160명(연간 432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잡지협회에서도 잡지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잡지교육원은 잡지 산업 노동부 인가 교육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취재기자, 편집디자인, 사진 등 세 부분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보통 1년에 2번, 4개월씩 취재기자, 편집디자인, 사진기자 양성 과정을 진행한다. 또 재직자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사진=더리더
-군소 잡지업계는 처우가 일반 기업에 비해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잡지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협회 수장으로 처우 개선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처우 개선을 도울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회사가 불필요하게 지불하는 것을 최소화하게 도와주고 있다. 잡지업계에 국고 예산을 더 받기 위해서 문체부와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있다.

-정부에 말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잡지나 출판의 대전제는 ‘국민 정서 함양’이다. 존재의 이유다. 우리나라를 문화 강국이라고 한다. 문체부 산하에 여러 단체가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 대해서는 지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잡지와 출판이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된다. 인쇄 산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없어질 수 없다. 출판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 해서 도외시하면 결국 근간이 무너진다. 정부는 이러한 근간이 되는 잡지 출판 산업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정광영 한국잡지협회 회장
1960년 11월 27일 출생
(주)건축세계 대표
現 제42대 한국잡지협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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