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지자체장들의 ‘서울行 설’… 왜?

지자체장,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경선 대학살’… 판도 변하나

홍세미 기자 2017.09.05 16: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왼쪽부터)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사진=뉴시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선으로 가는 길’이라는 공식이 있다. 인지도에 힘입은 지자체장들은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 대선을 보면 명확해진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다. 문 대통령을 제외한 세 명의 후보가 지자체장이다.

자유한국당에서 최종 선출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의원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중도 포기한 선수들을 포함하면 ‘지자체장 후보’ 지분은 더욱 많아진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다. 지자체장에게도 ‘대선’은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경선에서 떨어져도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점, 지방으로 한정된 인지도를 전국으로 높일 수 있는 점 등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것은 ‘득’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선으로 바뀐 후 자율성 ‘↑’
1995년 지방선거가 민선으로, 즉 국민이 직접 뽑는 선거로 바뀐 후 지자체장은 정부의 눈치를 덜 보고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서울시장은 연간 약 24조원, 경기도지사는 약 16조원의 예산을 관리한다. 인천은 약 7조 8,000억원을, 부산은 7조 7,000억원, 경남의 경우 6조 6,000억원을 배정받는다고 알려졌다. 이들에게 인사권은 플러스알파다. 지자체장 권한으로 인사할 수 있는 자리는 30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처럼 수도권 지자체장들은 예외 없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민선 이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김없이 대권주자로 분류됐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장이 쉽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 경험’이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국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치력과 행정을 다뤄본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자체장들은 대선에 출마하며 행정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지자체장의 ‘경선 대학살’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한 지자체장은 많았지만 그들은 경선에서 ‘대학살’ 당했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까지는 가능하나 경선을 통과하기는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최종 후보로 선출돼 지자체장의 체면은 지켰다.

대선 고지에 오른 지자체장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MB는 32대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청계천 복원 사업, 서울시 대중교통 환승체계 구축 등으로 인기가 올랐고 대운하처럼 굵직한 정책으로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MB는 대선 바람을 타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통상적으로 지자체장이 경선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경선은 보통 당원과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해 진행된다. 당심(黨心)을 쥐어야 승산이 있다. 중앙정치에 한 발 떨어져 있는 지자체장은 당원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내에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선 통과는 힘들다.

지난 대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권리당원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에게 1인1표를 주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관철되지 않은 바 있다. 노골적으로 지방 행정은 뒤로한 채 대선 준비를 했다가는 권력에 눈이 멀었다는 평가를 얻기도 한다.

대선을 꿈꾼다면 서울•중앙으로?
지난 대선 당시 지지율 조사에서 문 대통령 뒤를 이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풍문이 돌고 있다.

우선 안 지사와 박 시장이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다는 설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최될 서울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사퇴한 서울 노원병이다.

또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3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 두 곳으로 늘어난다. 안 지사와 박 시장이 이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 여부에 따라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20일 성남시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운명이 달린 중요한 선거”라며 “(나의 거취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 여부에 따라 내 선택도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 도전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들이 왜 ‘재보궐 후보’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될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원 관리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이나 중앙정치로 입문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선택을 보면 답은 명확하다”라며 “김 전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출마했다면 경기도지사 3선을 할 수 있었다. 왜 3선을 포기하고 대구로 내려갔겠느냐. 원내 입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사’를 하면 중앙정치와 멀어진다”라며 “서울시장을 제외한 모든 지사는 다 그렇다. 경기도지사라고 하더라도 중앙정치를 관리하기 쉽지 않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앙정치와 멀어지면 차기 대선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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