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정의당 의원, “방송의 공적 책임 너무 무관심”

[칭찬합시다]추혜선 정의당 의원, ‘위험의 외주화’ 등 개선… 통신비도 내려 정보격차 해소를

홍세미 기자 2017.09.05 16: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추혜선 정의당 의원/사진=더리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어깨가 무겁다. 언론계에서 노조로 활동한 추 의원의 의정활동은 ‘언론과 노동’에 맞춰져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민의 알권리를 책임지는 언론계부터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주 제작, 비정규직 등 언론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추 의원은 1998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간사를 시작으로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 언론 노조에 몸담았다.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는 ‘외주 제작사’에 대한 방송국의 불공정 거래 문제다. 지난 7월 EBS <다큐프라임>을 외국에서 촬영하던 故박환성•김광일 PD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 했다.

박 PD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추 의원을 만났다. 추 의원에게 지상파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부분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마지막이었다. 추 의원이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언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듣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달 11일 ‘칭찬합시다’ 서른 일곱 번째 주인공인 추혜선 의원을 찾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른 일곱 번째 ‘칭찬합시다’ 주인공으로 추 의원을 선정했다. ‘시민사회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야한다’는 게 이유였다
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제통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진단을 한다. 솔직한 진단이 별로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는 중소상공인이다. 그런 중소상공인의 복심은 ‘노동’이다. 노동이 대접받지 못하면 중소상공인이 무너진다. 그러면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다. 이런 부분을 강조한 정치인이 이제까지 많이 없었다. 노동 쪽 목소리를 듣기 위해 ‘칭찬합시다’에 선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추 의원은 언제부터 노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언론계에 있으면서 노조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좋은 언론을 만드는 것은 언론노동자들이다. 언론이 가진 공익적인 책임을 다 해야 한다. 내 권리를 지키고 찾아야 다른 사람들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는 게 언론인이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언론자유도(press freedom barometer)는 30등 이상 떨어졌다
나는 언론이 망가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본 목격자다. 사실 온 국민이 목격자다. 지난 촛불 정국 때 이미 광장에서 드러났다. 공영방송 취재진들이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한 나라의 공영방송이 그런 수모를 겪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만일 다른 나라 공영방송이었다면 지금쯤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제도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다. 미디어는 그 수단이다. 공영방송은 선거제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선거를 할 때 모든 후보를 직접 만나지 못한다. 미디어를 통해 만난다. 보통 ‘미디어 선거’로 치러지는데 공영방송은 그것을 실행하는 수단이다. 건강한 여론을 가져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공영방송은 청정 지역으로 우리가 늘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언론계에 불안정한 자리가 많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터넷 매체가 없던 시절, 신문사에는 비정규직이 별로 없었다. 고용안정이 되지 않으면 좋은 기사를 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았을까. ‘펜의 힘’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자리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매체가 많아지고 서로 경쟁 체제가 되면서 그런 정서와 문화가 무너졌다.

-방송국에 유난히 비정규직이 많다
방송은 일부 직원 빼고는 거의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이다. 방송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최근에 종편이 생기고 방송 환경이 생존을 모색하면서 경쟁 체제가 됐다. 값싼 일자리가 많아졌고 내부 불평등이 심화됐다. 방치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방송은 자신들이 끼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도 방송의 공적 책임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방송은 여러 가지 의무가 있다. 방송국의 공적 책임에 대해서는 사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노조들만 제한되게 활동했다.

-지난 7월 고(故) 박환성•김광일 PD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다가 차량 사고를 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가기 전 추 의원과 면담을 나눴다고 알려졌는데
일단 고인의 명복을 빈다. 최근 방송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볼 수 없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곳이 없다.
마지막 남은 곳이 EBS다. 외주PD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비를 받아 EBS나 다른 지상파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송출한다. 외주PD들과 EBS, 그리고 방송국이 계약을 할 때 불공정 행위들이 관행처럼 벌어진다. 제작비의 40% 정도를 간접비 명목으로 방송국이 떼 간다고 한다. 제작비를 떼이면 외주PD들은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도 없어 혼자서 모든 것을 도맡는다. 그러다보니 제작 환경은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박 PD가 다녀오면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자고 했다. 내가 국회에서 제도 개선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추 의원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환경적인 부분을 법으로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고 있다. 사실 방송 외주는 기존 취지와는 맞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방송국은 위험한 촬영을 외주에게 맡기려고 한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모든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부분을 바로잡는 표준계약서, 금지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불공정 문제를 비롯해 독립피디들의 위상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짚어야 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사진=더리더
“우리나라 국민, 값싼 데이터 쓸 권리 있다”


-최근 ‘통신비’도 이슈다. ‘보편요금제’의 저작권자가 추 의원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6월 ‘보편요금제출시의무화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편요금제’의 저작권자는 나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부터 보편요금제를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통신 강국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성인 인구보다 많다. 심상정 의원이 대선 공약을 짤 때 참여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통신비 다뤘던 분들과 다같이 논의했다.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바로 잡아달라는 요구도 들었다. 통신서비스는 우리사회에 몇 안되는 개인서비스다. 통신사업자들의 영역이 아니다. 보편적인 ‘서비스’ 페러다임이다. 이 정도 인프라를 갖췄다면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통신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전화 특성 중 하나는 보편성이다. 저렴한 요금으로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주파수는 공공재다. 지금은 보통 핸드폰으로 정보를 접한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들을 반영해야 한다.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 보편요금제 정책을 주장했다. 보편요금제는 통신 기업들은 반대할 것이다. 설득하고 정책 방향이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본료 폐지를 주장했는데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1회성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이 쓰는 평균 데이터 사용률이 1.8GB다. 미래부는 통화 200분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발표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기존 요금을 인하하기엔 역부족이다. 국민들은 미래부가 제시한 데이터보다 많이 사용한다. 평균 수준의 데이터 사용량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가게에 부담이 없는 2만 원 대 요금제를 각 통신사마다 하나씩 출시하는 법을 만들었다. 보편요금제로 이용하고, 나머지 영역에서 부가서비스를 활성화시켜 경쟁하게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단통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보나
논의를 좀 해봐야 한다. 단통법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공과를 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법 취지는 좋았으나 시장에서 부작용이 있었다고 하면 그 부작용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단통법이 부작용이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발언하는 추혜선 의원 /사진=뉴시스
-추 의원의 대표적인 법안 중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엔 기림일 지정 운동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운동 등에 대한 국회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 명이 꽤 길다

어떤 법안인지 이름에 다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안 명이 조금 길어졌다. 국회 안에 소녀상을 건립하고 유엔 기림일을 지정해 전 세계적으로 위안부의 슬픔을 알리는 제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해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위안부 기림일을 같이 지정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평화를 지향하자는 메시지다. 단순히 일본을 규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기림일을 지정하고 기림비를 세워 평화롭게 가자는 취지다. 국회 내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은 국회에 오는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여성과 인권유린에 대한 부분을 기록하는 게 필요하다.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고 평화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담는 그런 소녀상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관련, 일본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나
위안부 합의 문제는 일단 물꼬가 텄다.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부분은 12•28협정이다.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에 10억 엔을 주기로 협의했는데 그것은 할머니들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였다.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한다. 돌려주는 방안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화해치유재단은 해체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지난 7월 김태현 전 이사장이 사직했다. 나머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점점 돌아가시고 있다.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1년을 돌이켜보면 장례식장이 떠오른다. 늘 상중(喪中)이었다. 많은 노동자들을 만났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우리 정치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부분이다. 책임을 못했다는 증거다. 우리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감이 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국회의원이 돼보니 어떤가.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시민사회에서도 꾸준히 언론개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때부터 국회의원들과 공조하면서 입법활동을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어떤 정책만 다루는 게 아니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 때는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정책을 만들었다. 실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국민을 대신하는 자리다. 또 입법기관이 됐으니 직접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막중함이 늘 어깨를 누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다섯 개의 정당이 있다. 다당제를 어떻게 보나
정당 지지율이 여당을 제외하고는 다들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다.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당이 어떤 힘이 있겠나. 120석이 넘는 정당이 정의당과 지지율이 비슷하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고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다당제 속에서 어느 정당도 살아남기 힘들다.

-다음 ‘칭찬합시다’ 주인공을 선정한다면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진솔한 생각을 듣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표만 생각해서 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당내 젊은 의원이 너무 우측으로 쏠리지 않게 쇄신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1971년 1월15일 출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간사 및 대외협력국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및 사무총장
방송통신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국회연구모임 따뜻한미래를위한정치기획 공동대표
국회연구모임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책임연구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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