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샤 페라라 톡투미 대표]“소통하면 우리는 모두 한국인”

문화적 재능 통해 한국서 당당히 자립, 함께 사는 사회 만들 것

편승민 기자 2017.08.10 16: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걸발음을 떼고자 한다.
톡투미에 들어서자 수많은 모니카 인형과 라자 코끼리 쿠션이 반겨준다. 각기 다른 피부색과 얼굴로 다양한 개성을 뽐내고 있는 모니카 인형은 마치 사람처럼 이 세상에 단 하나씩만 존재한다. 이레샤 톡투미 대표는 “모니카 인형을 만들고, 입양하는 (톡투미에서는 인형을 ‘산다’고 하지 않고 ‘입양’한다고 표현한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의미를 깨닫고 나눔까지 실천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톡투미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다문화 가족, 이주여성은 무엇을 해줘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스스로 나서서 자립하고 똑같은 권리를 가진 국민이 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것뿐”이라고 답했다. 또한,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무조건 새로운 정책, 통합만을 외치기보다는 과거 정책의 효과와 단점을 냉정하게 평가해 그걸 토대로 다음 단계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천히 가면 돼요. 급할 것 없잖아요?”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에게서 톡투미의 자신감과 열정이 보였다.

▲이레샤 페라라 톡투미 대표
-이주여성 자조단체 톡투미(Talk To Me)는 어떤 곳인가
▶‘다문화’라고 했을 때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은 다문화이고, 선주민은 다문화 아닌 사람들이다”라고 따로따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것은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톡투미(Talk to me)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라는 뜻이다. 소통을 통해 다문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졌다. 2010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2013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됐다. 톡투미는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다문화 소통을 위한 곳이다.

-한국에 정착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의류 브랜드 디자이너였다. 회사 업무 때문에 처음 한국에 왔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예전에는 각 나라에 의류 공장이 많았는데, 디자이너가 오더를 가지고 직접 타국에 가서 디자인을 완성해서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오더에 따라 머무는 기간이 다른데 어떨 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머물기도 했다. 한국에 처음 왔던 건 2001년이었고, 왔다 갔다 하다가 정착을 하게 된 건 2002년 말~ 2003년부터였다. 

-톡투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실 톡투미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많은 활동을 했다. 나는 대한민국 다문화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냈던 사람 중 하나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어떤 의견을 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도 별로 없었다.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 이주민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봤다.
나 같은 이주민 1세대는 성인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태어난 이주민 2세대인 아이들은 다르다. 자기는 다문화 가정인지 모르고 태어나서 본인은 일반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데 사회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몇 명과 함께 해결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톡투미 활동 중 ‘모니카 인형 만들기’가 독특하다
▶톡투미 시작이 모니카 인형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이주민과 선주민을 가르고, 이주민들은 바깥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른 피부색과 외모를 가졌지만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 모니카 인형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다. 사투리 중에 ‘머니께’라는 말은 ‘멀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모니카’라는 여성 이름도 있다.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뜻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인형 이름을 모니카라고 지었다.
모니카 인형 만들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자 했다. 이주여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지금까지 만든 모니카 인형의 수가 5,000~6,000개에 달하는데, 단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다. 모니카 키트를 신청하면 기본 인형 몸통과 도안이 담긴 키트를 발송해준다. 아이들, 학생들, 회사원들 누구나 신청하면 모니카 인형을 만들 수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헌 옷이나 소품 등을 이용해서 완성하여 보내준다.

▲모니카 인형/사진=톡투미 제공
-완성된 모니카 인형은 어떻게 쓰이는가

▶완성된 인형의 10% 정도는 판매가 된다. 판매 수익금은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 그리고 해외아동 교육 환경 개선 등에 쓰이고 있다. 판매는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나 벼룩시장 같이 수공예품을 팔 수 있는 장소나 행사가 있으면 신청해서 팔고 있다. 또한, 나머지 완성된 인형들은 국내외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기부되거나 다양한 교육 강의에도 사용되고 있다. 아동 시기부터 다양성에 관해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는데 어떤 사업들이 있나
▶재활용 헝겊 재료를 활용한 라자 코끼리 쿠션 만들기 역시 모니카 체험 교육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된다. 또 ‘톡투미 다밥’이란 밥차 사업이 있다. 2016년 톡투미 다밥 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이 사업은 다양한 세계 요리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주여성 요리 강사를 파견해서 요리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한테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전통 요리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도시락과 케이터링 서비스도 하고 있다. 케이터링을 가장 많이 가는 곳은 각국 대사관이나 서울시 행사다.
‘이모 나라 나눔 여행’ 사업도 있다. 이모 나라 나눔 여행은 이주여성들의 모국에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가 스리랑카 출신인데, 2012년부터 스리랑카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 쓰나미 때문에 피해 받았던 마을을 돕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매년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지역개발을 위해 자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 간의 소통과 문화교류를 돕는 중재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스리랑카에 세워진 IT스쿨/사진=톡투미 제공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행사에도 톡투미가 진출했다. 어떤 역할을 맡았나
▶모니카 인형과 라자 코끼리 쿠션 판매를 주로 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밥차도 시작했다. 밥차 이름은 ‘톡투다밥’인데, “다 같이 밥 먹자”는 뜻이다. 인도, 베트남, 태국 요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서울시에서 총 240팀을 뽑아 60팀씩 네 그룹으로 나눠서 지역을 돌아가면서 열고 있다. 올해는 청계천, 동대문 DDP, 여의도, 반포에서 10월 말까지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린다.
우리는 이렇게 어디서 지원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첫 단계부터 이렇게 가르친다면 스스로 해야 할 것과 도움 받아야 할 것,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다문화도 이해하고 본인도 안정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고 보는가
▶다문화=외국인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전라도에서 서울 와서 한 달 정도 지나면 적응하는 것처럼 다문화 이주민들도 똑같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이미 적응했다. 오히려 선주민들이 적응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똑같은 국민으로 대하면 되는데 ‘다문화’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서 분리해 버리는 것이 일반 국민의 인식까지 나눠버리게 됐다.
이제는 이주여성이 자기 위치를 확실히 인정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자신도 깨야 하고, 본인 권리를 인정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한테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를 위해 정부 기관이나 부서도 많이 생겼는데 그들 역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스스로 다문화 사회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런 나라들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국내에 100여 개가 넘는 국가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너는 베트남, 너는 필리핀 이런 식으로 선을 긋고 따지면 그들에게도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안 된다. 흔히들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개인의 문화는 한국 사람들도 저마다 다 다르다. 다문화 된 지금의 현상을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 마음을 열고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은 이주 1세대다. 2세대의 경우 1세대와 달리 사고방식이나 문화 차이는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 실태는 어떠한가

▶이들은 못 느낀다. 오히려 사회가 그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조장하고 강요한다. 나는 2003년부터 다문화 강사로 강의했다. 강의를 통해 만나보면 아이들은 정말 스펀지 같다. 주는 대로 쭉쭉 다 받아들이고 어른들과 달리 여과 없이 한 번에 이야기한다. 내가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어? 외국인이네”라고 하더라. 그럼 나는 똑같이 아이에게 “너도 외국인이네?”라고 했다. 아이가 “내가 왜 외국인이에요?”라고 물으면 나는 “외(外)는 바깥의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이야. 내가 너한테 외국인이면 너도 나한테는 외국인이지”라고 답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바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같은 것이라고 하면 이해하고 바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이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 2세대 아이들은 눈뜨는 날부터 색깔, 소리 등 모든 익숙한 것이 한국이라는 배경이었다. 우리 집을 봐도 그렇다. 내가 봤을 때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사회가 이런 다문화 가족을 문제라고 말한다.
물로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문제이지 다문화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가족이든 부모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이혼한다고 해도 이주여성들만 특별히 이혼하는 것도 아니다. 왕따 문제도 이주 2세대 아이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색깔이 다양해졌을 뿐이지 다문화에만 국한된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 시선을 먼저 바꿔야 한다.

-다문화 인구가 늘어난 만큼 정부의 다문화 정책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 기관을 보면 ‘다문화과’가 따로 있다. 하지만 나는 결혼 이주민을 다문화과에 따로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물론 초기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과 똑같이 대접하는 것은 안 된다. 대한민국에 결혼 이주가 생긴 이유는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생겨난 것이다. 이런 인구 감소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데 이런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더 많은 다문화 2세들이 태어날 것이다. 이제 다문화와 일반인을 따질 수 없는 단계다.
다문화를 관장하는 과나 컨트롤타워 구축 자체가 잘 선택한 것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지금처럼 다문화가 여성가족부,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으로 나눠진 이유와 그동안 각 부서 안에서 어떤 효과와 결과가 있었는지 비교하고 검토해야 한다. 한국이 2005년부터 10년 사이에 매우 많은 이주여성이 생겼다.
그러나 그 당시 문제가 생기면 급하게 과 하나를 신설하고 해결하는 식이었다. 지금의 260여 개에 달하는 다문화센터에서도 돈은 돈대로 나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 역할은 맡은바 잘하되, 정책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가부터 살펴야 한다.
결혼 이주민들은 따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 국민과 똑같이 통합시켜야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처럼 이들도 동사무소에서, 복지관에서, 똑같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는 정말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내용들을 토대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톡투미가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는가
▶톡투미는 소통의 자리다. 소통이 있으면 다 해결된다. 2010년에 톡투미를 시작할 때 10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6~7년 만에 5,000~6,000명이 활동하는 단체가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디서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되어왔다. 앞으로도 이런 선배 역할을 잘하고 싶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급하지 않다. 차근차근 해야 할 것들을 찾아서 우리 힘으로 해내서 사람들한테 “툭투미가 옳았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
일자리든 뭐든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회가 필요하다면 와서 스스로 만들어 가면 된다. 거기서 내가 손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톡투미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 이레샤 페라라 톡투미 대표
1975년생(스리랑카)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
물방울 나눔회 부회장
KBS ‘러브 인 아시아’ 고정패널
現 이주여성 자조단체 ‘톡투미(TalkToMe)’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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