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문화 교류는 쌍방향 돼야 균형”

[기관장 초대석]"재단 규모 작지만 ‘개척자’ 자세로 창의적인 사업 만들 것"

홍세미 기자 2017.08.02 10: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더리더
한류의 물결이 세계적으로 흐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 수 28억 뷰를 넘어섰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지난 5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K-Pop 스타들의 아시아권 영향력이 막강하다. 한국 드라마까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는 확산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KF)은 외국과의 각종 교류 사업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국제적 우호친선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 교류’에 앞장서는 공공기관인 만큼 한류의 바람이 거센 지금이 가장 바쁘다.

KF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진다. 국제 외교는 외교부가, 국제에 문화를 전파하는 일은 문화부가, 그리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대형 기획사가 담당한다. KF가 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업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창의성을 강조했다. 그는 “KF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분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외교부•대형 기획사와 같은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KF 존재 가치가 옅어진다”고 우려했다.

오는 12월 제주 이전을 앞두고 있는 KF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더리더가 지난달 12일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등 한류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KF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
해외 문화 산업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문화 외교는 문화부 산하의 문화원이 진행한다. KF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분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KF는 대형 기획사만큼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문화부처럼 규모가 크지 않다. 우리만의 창의적인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동일한 사업이라고 해도 콘텐츠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KF 존재 가치가 옅어진다. 문화를 발굴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개척자’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의 이미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
‘한류’에 대해 궁금하고 관심 있는 지역에 찾아갔다. 지난해에는 필리핀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K-Pop 공연을 했다. 진짜 가수를 섭외할 수 없어 대학생 자원봉사로 대체했다.
또 컬럼비아에 가서 무용으로 심리 치료 한 것도 있다. 한류를 알고 싶은 지역에 찾아가 우리가 직접 보여주고 알려주는 활동을 통해 한국을 더욱 잘 알게 했다. 그렇게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 힘썼다.

-특별히 주력하고 있는 국가가 있나
특정 국가를 정해두고 교류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동남아 신규 사업이 많았다. 베트남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 고위급 인사까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아세안 국가에 대한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무역과 투자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는 만큼 교류가 중요한 상황이다. 오는 11월에 베트남에서 포럼을 진행하고, 아세안 문화원 개원도 앞두고 있다.
동남아가 우리나라와 거리상으로 가깝지만, 그들은 우리의 외교적인 상황이나 북한 내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이지 잘 알지 못한다.
남중국해에 대해 민감하고 이슈적인 상황을 그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우리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KF는 우리의 대북관계가 어떻고, 다른 국가와의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사장은 한류의 인기를 직접 체감하나
몸으로 느낄 정도로 한류의 인기를 체감한다. ‘한국’이라는 국가를 몰라도 싸이라는 사람은 안다. 또 ‘강남스타일’ 노래의 동작을 아는 사람도 많다. 젊은 사람들이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 외우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말을 익힌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한국어 강의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교수가 한국학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고,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학생이 ‘지드래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한국 역사나 아시아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은 씁쓸하다. 학문으로 수십 년 연구하는 교수와 최근 만났다. K-Pop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꾸준할 수 없는 잠시 부는 바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교수는 한국에 대해 공부할 때 ‘문•사•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해야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치와 정신, 그리고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정신에 매료돼야 한국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K-Pop이나 드라마에 매료되는 것, 이사장은 어떤 방향으로 한류가 전파되는 게 옳다고 보나
사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K-Pop이나 드라마가 한국을 알리는데 역할을 한다. 한국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그렇게 관심 있는 사람이 백 명, 천 명이 늘면 그 중 한국학과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 더 늘지 않겠나. 일단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더리더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해외 주요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국학 교수직 설치와 교원 고용을 지원한다고 알려졌는데

우리 재단이 1991년에 생겼는데, 지난해까지 15개국 84개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 123석을 설치했다. 올해는 10개국 24개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수직을 만드는 이유는 정교수가 대학에 있으면 학교에서 쉽게 없애지 못한다고 하더라. 우리가 지원해서 한국어 정교수직을 만들어 놓으면 그 채용된 교수가 퇴직하더라도 다른 교수를 뽑는다고 한다. 그런 약속을 하고 우리가 지원한다. 한국학 교수직이 만들어져 있으면 그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한국어 강좌가 생긴다. 최근에는 한국 경제발전, 민주주의 강연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교수를 만드는 게 안 되면 객원교수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기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KF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중국과 외교적으로 교류가 끊겨 KF가 피해를 많이 봤다. 우리가 추진하던 사업도 취소됐고, 청소년 교류도 정상 합의에 따라 하기로 했던 게 많은데 취소됐다. 그래도 수교 이후부터 진행된 한중 미래포럼은 올해에도 개최된다. KF의 작은 교류의 장부터 시작해서 중국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KF 활동이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게 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보통 그런 일이다.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 외국에서 와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2세들이 한국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가 조금씩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청년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송년 음악회를 진행해 주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음악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KF 문화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주한외국대사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우리가 장소를 제공해주고, 그들의 문화를 우리 국민이 볼 수 있게 했다. 전시회를 비롯해 소규모 음악회, 강연 등을 진행한다. 문화 교류는 쌍방향으로 해야 한다. 문화는 쌍방향 교류로 이뤄지고 서로 균형이 맞아야 확대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세안 지역은 우리와 교류할 때 적자라고 생각한다. 무역도 자기의 국가가 적자를 본다고 생각하고 관광객도 우리나라로 더 많이 온다고 여긴다. 우리가 그 나라에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들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한다. 우리 예산으로 그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획 전시도 하고, 공연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KF 주 업무가 국제 우호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우호친선이라는 뜻이 쌍방향 간에 교류를 증진하고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한독 포럼과 함께 독일을 방문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한독 포럼은 15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 화두는 북한 핵 문제였다.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국 역할에 대해 이야기도 나왔다. 북한 제재가 목표가 아니다. 수단으로 결국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의 기회를 문을 닫으면 안 된다. 이런 대화 교류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대체로 의견을 수렴했다. 현 정부에 대한 국정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KF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제주로 이전한다. 제주 이전 뒤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제 업무 기관은 제주도로 이전하는 게 정해졌다. 우리도 이전을 앞두고 있다. 사실 국제적인 외빈을 만나는 것은 제주가 서울만큼 편하지 않다. 이미 결정된 이상 제주에 가서 부가가치 산업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한다. KF의 제주 이전으로 ‘평화의 섬’ 제주가 국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기여했으면 좋겠다.

-KF의 미래에 대해 언급해준다면
이사장 임기가 3년이다. 3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다. 장기 계획을 짜서 일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나도 전임 이사장이 하던 업무를 당분간 바꾸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적인 업무를 하기에 규모도 작고 예산도 적다. 다른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경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업 형태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개척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겠다. 그렇게 건전한 경쟁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더리더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서울대학교 외교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제14회 외무고시 합격
-주캄보디아 대사관 참사관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외교통상부 인사기획담당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지원 대사
-외교통상부 동북아경제협력지원 대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現 제12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