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당당 국회…여성 의원 비율은 17%

여성 유권자 50%… 대의 민주주의 위배 지적도

홍세미 기자 2017.08.02 09:1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 정치의 실패가 아니다’

지난 2012년 ‘여자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녀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다.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실패했다. 지난해 그는 탄핵됐다. 박 전 대통령의 실패로 여자 정치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9 대선에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 정치의 실패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말대로 박 전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 정치인의 실패로 귀결되지 않았다. 대선 후보였던 심 의원은 역대 진보 정당 중 최고 득표(6.2%)를 기록했다.

특히 국회에서는 '여성 정치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약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국회 5당 중 3당의 대표는 여자다. 기존의 남자가 주류였던 정치권에서 세 당의 대표가 여자가 되면서 새로운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일사불란하게 당의 재정비를 이끌고 대선 준비를 빈틈없이 했다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난하게 대선 길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당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게 추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혜훈 대표는 지난 6월 바른정당 얼굴이 됐다. 보수 정당에서 여성이 당대표를 맡은 것은 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11일 심 전 의원에 이어 정의당 대표로 선출됐다.

여성 당 대표 트로이카 시대 개막

20대 국회 여자 의원 비율, 17%

5당 중 3당의 얼굴은 여성이지만,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여전히 적다. 20대 국회 여성 의원은 17%다. 16대 국회에서 5.9%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에서 13.0%, 18대에서 13.70%로, 19대에서 15.7%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의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적은 숫자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2.7%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다.

대한민국 인구 중 여성은 절반(49.9%)을 차지한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지난해 20대 총선 유권자 현황에 따르면 여성 비율은 50.5%다. 여성 국회의원이 적은 것은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전체 의석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더욱 적다. 20대 국회에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26명이다. 지역구 후보자의 30% 이상 여성을 공천할 경우 정당에 국고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지만 지난 총선 지역구 후보자 934명 중 여성 공천자는 98명(10.5%)에 불과했다. 정당별로는 정의당이 11.8%로 가장 높았고, 더불어민주당이 10.7%, 새누리당이 6.9%, 국민의당이 5.3% 순이었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 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여성 의원이 17%를 차지할 수 있었다. 여성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에서 여성 의원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실상 전체 의원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 의원이 많아지려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의원이 많아져야 한다”라며 “비례대표는 자생력이 없다.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것은 유권자가 그 후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선거법이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되면 여성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여성 공천 비율을 의무적으로 30% 이상 늘리는 법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여성이 당선될 확률이 남성보다 적어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지역구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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