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의원, “법인세 인상이 지금 처방전”

[칭찬합시다]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용은 없고 기업 사내유보금만 늘어 경기 악순환

홍세미 기자 2017.08.01 10: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구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잘 압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더리더가 한 달에 한번 ‘칭찬합니다’ 코너를 선보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 당 의원 가운데 칭찬해주고 싶은 의원들을 지목하면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열릴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은 경제 순환을 위한 취지에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 국민 지갑이 두둑해지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복병은 기업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지탱할 수 있을까. ‘경제 박사’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답은 ‘yes’다. 단, 정부의 지원이 전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 의원은 칭찬합시다 서른 여섯 번째 주인공이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우리나라 경제 문제에 대해 진단할 사람으로 최 의원을 추천했다. 최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12일 진행됐다. 그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6,470원(올해 기준)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가장 좋은 방법은 최저임금을 올리되, 일정 부분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내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 의원이 제안했던 것처럼 최저임금 지원에 약 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자타공인 경제통에게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묻기 위해 최운열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서민이 살기 어려워졌다. 경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 설명해준다면
1982년부터 대학 강단에 섰다. 개발도상국이 빠른 기간 안에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이 커야 했다. 20년 동안 대기업이 성장했다. 그 결과 1인당 GDP가 3만 불을 넘었다. 양적인 성장은 이뤘다. 그 이면에는 불균형 성장과 소득의 양극화가 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이 있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니 청년 실업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그 경제 성장이 내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10년 전부터 깨닫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역시 빨리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커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것에 대한 책임도 느끼고 있다. 2015년 정년퇴직할 때 고별 강연 제목이 ‘참회록’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 위주가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많은 국민들도 더 이상의 대기업 위주의 발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재벌 개혁’은 지난 대선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주제다. 최 의원이 생각하는 재벌 개혁은 무엇인가
재벌 개혁은 해체가 아니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은 살리는 것이다. 재벌 개혁의 일환은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마련하는 것도 포함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재벌이 독식하고 있다. 2세, 3세의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 자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 상속할 수 있다. 이 구조를 깨야 한다.

-재벌 개혁 이슈가 주목받은 것은 몇 년 사이인 듯하다
▶예를 들어보자. 1982년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들어왔을 때는 현대자동차 자동차를 배달해주는 것은 중소기업이었다. 지금은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하고 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제는 할 수 없다.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 있어야 한다. 결과가 평등할 수는 없지만,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평하고 결과가 수긍이 되는 게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기본 요건이다. 재벌 개혁은 이렇게 문제가 되는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해체하는 개념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조세 개혁의 큰 틀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나
모든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공평한 과세가 중요하다. 개세주의로 가는 게 공평한 원칙이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이 높은 세율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MB 정부 때 이른바 ‘낙수 효과’를 위해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인세를 낮춘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경제가 돌아간다는 원리에서다. 25% 정도 되던 법인세를 22%까지 낮췄다. 경제가 잘 돌아갔나. 오히려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만 늘어나고 고용은 줄었다.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낙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최소 그 이전에라도 돌아가야 한다.

-법인세가 낮아지기 전 사회는 어땠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이 5% 정도 늘어났으면 가계 소득도 5%, 기업 소득도 5%, 정부 소득도 5% 정도 증가했다. 경제 성장이 늘어난 만큼 고루 배분됐다. 지금은 경제 성장률이 5% 정도 상승하면 가계는 1%, 기업은 10%, 정부는 5% 정도 오른다. 이익이 모두 기업에 돌아가는 구조다. 지금 우리 사회를 두고 동맥경화증에 걸려있다고 표현한다. 돈이 돌아야 하는데, 기업에 가서 묶여있고 가계로는 가지 않는다. 가계에 돈이 돌아가지 않아 소비되지 않으니 기업은 또 불경기라고 한다. 악순환이 이뤄진다. 법인세 인상이 지금 시기에 적절한 처방전이라고 본다.

최 의원과 인터뷰하기 전 2018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 기준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키로 결정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최저임금이 화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사실 최저임금은 제일 민감한 문제다. 지난 총선 때 선거를 치르면서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한 시간에 6,470원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저임금을 올리되, 일정 부분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고용하는 업주와 정부가 분담하는 형태다. 그런 방법이 아니면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는 공공 기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올바른 일자리 창출 방향이라고 보나
사실 걱정이 많다. 대학 교수하다 의원이 됐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일자리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규직 일자리’가 중요하다.

-재원은 한정돼 있고 일자리는 많아져야 한다. 방법은 무엇일까
기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이 됐을 때 얼마의 돈이 드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다. 비정규직이 30% 정도 차지하는 집단에서 대주주와 기존 근로자의 인건비 15~20% 정도를 삭감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기업이 추가적인 부담이 가지 않았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 대정부 질문 때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인건비를 삭감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부터 세비를 삭감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총리는 ‘정책은 실현 가능해야 하는데 너무 이상적이다’고 대답했다. 사회 지도층이 이런 생각을 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임명됐다. 인사를 어떻게 봤나
▶합이 좋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로 불린다. 김동연 부총리는 정통 관료를 역임했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대적으로 잘 맞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늘 기업에게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말했다. 청문회 때 논란은 일었지만 정책적으로 잘 추진해주길 바란다.

-지난 4월 김종인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최 의원은 김 전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
▶작년 1월에 민주당이 와해 직전까지 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당 대표를 맡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을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에게 서너 번 찾아가면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결국, 김 전 대표가 받아들였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만약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이 되지 않았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당할 수 없었다. 우리가 제1당이었기 때문에 대선도 무난히 치렀을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년 1월에 김 전 대표를 모신 문 대통령의 결정은 ‘신의 한수’였다. 그 결정이 없었으면 오늘의 정국 상황도 없었다. 제1당이 된 게 이 정국을 만들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늘 민주당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가 나와 다음 정권을 잘 이끌어야 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출마 선언할 때 내가 가기도 했다. 그게 화제가 돼서 문자 폭탄도 받았다(웃음). 탈당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고 집을 나갔다고 비유할 수 있다. 아버지는 민주당이고, 어머니는 김 전 대표다.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고 해서 모른 척할 수 없다. 당시 비판도 받고, 문자로 직접 욕도 먹었지만, 정치는 신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타산에 맞춰서 움직이기보다는 신의를 지켜야 한다. 정치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더라도 신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 의원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 입성했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직접 국회의원이 돼보니 어떤가
▶학계에 있었을 때는 국가 상황에 대해서 비판밖에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국회에 들어온 이후에는 국가를 스스로 바꿀 수 있다. 입법권을 쥔 것이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다당제로 여당과 야당의 마찰이 심했다. 아쉬운 점이 많다. 하루하루가 아깝다. 법안 토론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놀랍다. 입법 기능을 잘하려면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안 심사 소위가 상시로 열려야 하는데, 국회 상황이 그렇지 않다. 심하면 몇 달에 한 번 하루에 몰아서 하다 보니 진지한 심의도 이뤄지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청원해서라도 법안 심사 소위가 상시로 열려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

-학계에 있다가 국회로 왔다. 주변 우려는 없었나
▶주변 분들이 걱정을 좀 했다. 정년 이전이었다면 망설였겠지만, 정년 이후에 기회가 왔다. 그래서 후회는 전혀 없다. 막상 정계에 입문해보니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학계에서는 혼자 연구하면 됐지만, 국회에서는 서로 협상해야 한다. 협상하고 설득하는 그런 부분이 잘 맞는 듯하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혼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다.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도 한다.

-다음 추천할 의원이 있다면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다. 시민사회에 있었던 분인데 이런 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1950년, 전라남도 영암 출생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국민은행 사외이사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 자문위원장
제18대 한국증권학회 회장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
서강대학교 부총장
한국증권업협회 공익이사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경영학과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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