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종 종로구청장, “건강한 종로 만들기, 남은 임기 목표”

[지방자치 20년, 다시 시작하는 일년]“광화문 시위 때 선진 시민 의식 느낄 수 있었다”

홍세미 기자 2017.07.07 10:0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더리더는 지방자치 20년을 평가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지방자치 20년 다시 시작하는 일년> 코너를 준비했다. 각 지자체의 특성화 사업과 도시 재생을 위해 준비하는 다양한 노력의 현장을 취재해 소개하고자 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 종로구청 제공
종로는 역사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종로를 ‘전통을 지키는 마을’이라고 표현했다. 김 구청장의 역점 사업은 그 구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해야 하는 ‘소명’ 이 있다고 전했다. 그런 취지에서 종로구는 한복 입기 프로젝트로 한 달에 한 번 간부회의를 한복입고 진행한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어색했지만, 한복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는 도심이다. 유동 인구와 기업이 많다. 상대적으로 ‘주거’ 지역이 약하다는 의미다. 김 구청장은 ‘공동화 현상(도심의 지가 급등, 각종 공해 등의 원인으로 도시 외곽으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상업지구만 남는 현상)’을 우려했다. 거주하는 주민이 많지 않으면 슬럼화 될 수 있다. 김 구청장이 종로로 주민을 이끌어오기 위해서 마련한 방안은 ‘건강’과 ‘교육’이다. ‘미세먼지 줄이기’와 ‘아동 친화 도시’를 세워 주민이 살기 좋은 종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아날로그 시절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종로를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구청장이 말하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종로의 역점 사업을 듣기 위해 더리더가 지난달 28일 종로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선 5,6기에 걸쳐 7년 동안 종로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다. 소회를 언급하자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 나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바쁘게 살아서 이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에 있는 종로구에서 열심히 한 순간들이 주민에게 보탬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싶다.

-김 구청장의 임기 역점 사업은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 그리고 ‘아동 친화 도시’다. 역점 사업들이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데
종로가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거주 지역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각 지역으로 나가 거주하는 주민이 줄었다. 도시가 점점 커지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상업 기관이 많아져 각종 공해가 생기고, 주택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 ‘도넛 모양’이 된다. 가운데가 비어 버리는 것이다. 낙후된 것만 남아버릴 수 있다.
종로는 전통을 가진 도시다. 이렇게 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살기 좋은 종로’, 살고 싶은 공간이 되기 위해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를 생각했다. 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교육 도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접근성도 편하고, 교육도 잘 할 수 있는 도시라면 종로에서 거주하고 싶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동 친화 도시’를 설명하자면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유니세프 아동 친화 도시 인증을 목표로 문화적 혜택과 편안한 보육 공간 조성을 추진했다. 특히 부암동과 숭인2동에 어린이집을 신축했다. 종로가 옛날부터 도심이어서 낡은 집과 어린이집이 많았다. 최근 지은 어린이집은 시설이 좋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영양사 고용 의무가 없는 어린이집을 위해 어린이 급식관리 센터를 마련했다. 창신동 환경 친화 놀이터와 숭인공원 유아숲 체험장, 인왕산 청운공원 물놀이장, 쉼터 가족친화형 테마 놀이 공간 등을 만들었다. 부암동에는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했다. 이렇게 만들기까지는 ‘아이들 천국’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어린이로 자라나는 환경을 조성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종로구에서 미세먼지 대책도 세우고 있다고
사실 미세먼지가 최근에야 이슈가 됐지만, 나는 10년 전부터 없애자고 주장했다. 2006년 지방 선거에서 구청장 후보로 나왔다 낙선했다.

그 때 미세먼지 없애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미세먼지 관련 공약을 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은 미세먼지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당시에는 버스가 디젤 차량이었다. 시커먼 매연이 도심을 가득 채웠다. 그 이후 가스 차량으로 대체하면서 매연은 많이 줄었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여전하다. 공기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지역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책임자들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먼지 없는 도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옥상 청소가 기억에 남는다. 건물 옥상에 쓰지 않는 의자, 책상 등을 방치해 놓는다. 거기에 먼지가 쌓이고 바람이 불면 도시 내에 먼지가 날린다. 먼지가 날아와 도시에 쌓이고, 바람이 불면 도시 내에서 다시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구청에서 옥상 청소를 도왔다. 청소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취지로 길거리 물청소도 했다. 어린이집이나 경로당처럼 소규모 다중 이용 시설 공기 질을 측정하는 것도 미세먼지 줄이는 하나의 대책이다.

-도시 비우기 사업은 어떤 정책인가
통일성 없이 마구잡이로 설치된 각종 시설물 중 기능을 상실한 시설물은 철거하는 것이다. 유시기능을 가진 인접 시설물을 통폐합해 비우고, 줄이고, 정리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만 4천여 건을 정비했다.

▲2016년 한복축제 ⓒ 종로구청 제공
-광화문, 인사동을 지나갈 때 한복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김 구청장이 직접 ‘한복입기 프로젝트’를 생각했다고 하는데

몇 년 전부터 한복을 입어보자고 외쳤는데, 사실 욕도 좀 많이 먹었다. 종로는 전통을 지키는 마을이다. 그 중에서도 한복, 한옥, 한식, 한글, 한지처럼 한류 문화 중심에 있는 것을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극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람들 보면 한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한복처럼 아름다운 우리 옷이 있는데 왜 입지 않나.
몇 년 전 교류 차 몽골에 갔는데 그 사람들은 전통복을 입고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사실 좀 어색했다. 자꾸 입으면 주변 사람들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고 외국 사람이 보기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종로구에서도 간부회의 때 한복을 입을 것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미안한 감이 있었다. 이렇게 선도하니 결국 한복이 열풍이 불었다. 상상도 못했다. 종로만이라도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지난해 12월, 광화문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됐다. 종로구는 촛불시위를 어떻게 준비했나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우리 구에 전 국민이 찾아오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모이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 도시에서 백만 명 이상이 모인 적 있을까. 혹시라도 사고 날까 불안하고,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직원들과 생각을 모았다.

첫 번째는 안전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그 다음은 화장실이었다. 이 문제는 서울시와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문제는 쓰레기 처리였다. 구에서 쓰레기봉투를 아예 시민에게 나눠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우리 구청 직원들이 쓰레기봉투 천오백 개를 시민에게 나눠줬다. 시민들이 각자 쓰레기를 넣었다.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양이 확 줄었다. 또 시민도 스스로 질서있게 참여해서 기분도 좋았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리했다. 선진화된 시민 의식을 느꼈다. 시위 이후, ‘백만 명이 지나간 곳에 쓰레기는 없고 낙엽만 쌓였다’는 보도도 났다. 그런 기사를 보니 보람찼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광장은 섬 같은 구조다.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는 광장의 기능을 회복하고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본다. 그런데 사실 주민 반대가 심한 사업 중 하나다. 구 입장이 난감하다. 만약 재구조화 사업을 진행하면 평창, 부암동 쪽 길이 막힌다. 교통 문제가 발생하니까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이야기가 구에서 오가고 있다. 교통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의 불편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고려해 가면서 추진할 예정이다.

-청진동 지하 보행로 조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0년 청진동 일대는 다섯 개 도시 환경정비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종로구는 사업주들을 설득해 지하공간 개발 협의체를 구성하고, 청진동 지하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연계하는 방안 제시했다. 586억 원의 사업비 민간 부담 추진에 합의했다. 지하 보행로와 종각역 시설 개선, 그리고 청진공원을 조성하고 공원에 있던 기존 한옥을 종로 홍보관으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하 보행로 상부는 친환경 보도블럭으로 보행 환경 개선하고, 보도와 횡단보도의 높이가 같은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 이후 청진동 지하 보행로를 책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영종 종로구청장 ⓒ 종로구청 제공

구청장으로서 구의 정책이나 사업의 중심에 항상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사람 중심 명품도시’를 지향했다. ‘사람 중심’은 행정 전반에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이며, ‘명품도시’란 안전하고, 편리하며, 아름답고, 장인의 혼이 깃든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말한다. 종로구의 역점 사업이나 주민숙원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겉보기에만 좋은‘상품’이 아닌 세월이 가면서 더욱 가치가 빛나는 장인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일하자는 이야기를 늘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종로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본 가치인 사람 중심 행정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를 성실히 계승할 예정이다. 크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100년, 200년 후에도 명품도시로 남을 수 있는 지속 발전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정책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김 구청장은 ‘차기 지방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1953년 12월 3일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한양대학교 지방자치대학원 지방자치학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종로구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위원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미래도시연구원 대표
한국수자원공사 이사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제 33,34대 서울특별시 종로구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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