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상환의무제로 공정한 게임의 룰 만들어야

[기고문-국회에서 온 편지]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황선용 홍문표의원실 정책비서관 2017.07.05 15:2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이 가시화되자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투기 목적으로 분양을 받기 위한 투기세력의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한다.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부동산 투기과열 움직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과 함께 주식시장도 연일 최고가 지수를 경신하며 오랜만에 랠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주식시장 개장 이래 최초로 2,300을 넘어섰고 개인투자자들도 앞 다투어 빚내서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는 대략 5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500만 명 중 과연 몇 퍼센트가 돈을 벌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산술적 평균을 보면 90% 정도는 손실을 보고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기관에 비해 주식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렵고 조직화된 매매시스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동네 축구하듯 분위기에 젖어 매수하고 낙엽 떨어지듯 주가가 떨어지면 지레 겁먹고 처분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돌발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주식 투자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매매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잃어도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주식가치 하락이 회사의 부실경영, 수익성 악화, 기타 업종의 불황이 아닌 거대 자본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하락에 의한 손실이라면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손실의 원인으로 꼽는 것이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시장의 유동성을 증대시켜 시장의 가격안정을 확보하는데 있고, 가격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기관투자자 외국기관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왜곡된 가격으로 떨어져 결과적으로 돈 한 푼 안들이고 기관과 외국인은 수익을 보고 있다.

공매도는 그 매매기법이 가진 순기능과는 달리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을 남용하고, 결제불이행 등 주식시장의 역기능을 주도하는 측면이 부각되는 것이 순기능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결과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해서 공매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경우 순기능의 역할 보다는 주가하락의 가속화를 이끌어 가격변동을 확대하는 역기능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발생한 한미약품 공매도 사건은 공매도의 역기능이 제대로 한 건을 일으킨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공매도 사건은 공매도가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행위와 같은 불법 행위의 유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처럼 공매도는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상승시키기 보다는 하락시키기에 아주 용이하고, 호재보다는 악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에 내부자 정보를 통한 이익실현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 이유는 호재공시가 발생해도 공매도 물량으로 가격 상승을 인위로 제한할 경우 호재의 효과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며, 반대로 악재의 경우에는 공매도 물량으로 인해 하락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폐단을 제도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개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공매도를 하는 기관과 외국기관 투자자에 대해 공매도를 하기 위해 차입한 주식의 상환기간을 60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미수거래와 신용거래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상환기일이 정해져 있어, 그 안에 수익을 보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기관과 외국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하면서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공매도한 주가가 수익 분기점에 다다를 때까지 인위적으로 주식을 팔아 결과적으로 공매도를 하는 기관과 외국기관 투자자들은 충분한 실탄(자본)과 시간을 무기로 하여 결과적으로 돈을 잃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게 된다.

주식시장은 일종의 머니게임(Money game)이다.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고, 전제 조건은 공정한 룰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상환시한을 정해서 차입거래를 유도하고, 기관과 외국인들에게는 상환기간이 없는 공매도를 하게 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따라서 왜곡된 주가형성을 지양하고 공매도의 순기능은 살리되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매도 의무상환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공매도를 제한한 경우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08년 리먼사태 당시 과도한 주가하락을 막고, 인위적인 주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한 적이 있다. 결국 당시 정부당국도 공매도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때문에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통해 위기상황 뿐 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공매도의 역기능에 대한 감시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공매도에 대한 제어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15개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금지하고 있고, 싱가폴도 공매도 영구금지를 검토 중이다. 그리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도 공매도 규제 4대 원칙을 세워 각 국이 원칙을 도입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해 시장논리에 따른 주식거래는 당연히 찬성한다. 그러나 왜곡된 주식시장의 룰을 만들어 거대 자본력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 속에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공매도가 순기능을 가장한 역기능이 팽배하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은 인정해야 한다. 이 법은 개인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지켜주자는 법이 아니다. 공정한 룰을 만들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공매도가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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