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4차 산업혁명, ‘현장’을 담아라”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성과 급급하기 보다 의견 수렴한 장기 정책 짜야"

대담 박종국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17.06.12 12: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 더리더
“임진왜란이 사람 수가 적어서 패배했을까요? 중요한 것은 조총이었습니다. 선진 문물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역사가 바뀝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산업혁명 시대에 얼마나 적응했는지에 따라 나라 역사가 바뀐다고 언급했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이룬 국가는 경제적으로 부흥했고,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산업혁명을 일찍 이루지 못한 우리나라는 ‘반면교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는 게 우리나라 미래를 바꾼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알파고는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를 꺾었다. 알파고 쇼크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평생 과학계에 몸담으며 연구했던 신 의원에게 4차 산업에 대해 묻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달 24일 신용현 의원실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그리고 국민의당 신 의원까지 비례대표 1번은 이공계 출신이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국회에 과학기술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실 나도 현장에 있을 때 우리 목소리를 전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과학기술계를 대변할 사람이 없으니, 현장과의 소통이 잘 안 됐다. 정치권에서 과학기술계가 소외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4차 산업을 먼저 이야기한 당이다. 선도하기 위해 1번을 준 듯하다. 지난 총선 때 ‘알파고 영향’을 받아 3당 비례대표 1번이 이공계 여성이었다. 안 의원은 총선 전부터 4차 산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국민의당으로 온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맥을 제대로 꿰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생활 전체를 바꾸고 사람 자체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4차 산업으로 가는 기로에 있다고 한다. 4차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가
과학기술 혁명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임진왜란 때 사람 수가 적어서 진 게 아니다. 조총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산업혁명이 일찍 된 나라는 경제적으로 앞섰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식민지가 됐다. 기술력을 가지고 판가름이 난다. 4차 산업 시대가 그런 전환점이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를 지탱해줬던 자동차 산업, 중화학 산업은 투자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4차 산업은 자율자동차나 핀테크 정도만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사실 잘 느껴지지 않는다. 4차 산업은 현재 태동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눈에 띄는 성과를 당장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장기간에 걸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4차 산업에 맞는 직업군이 아직 나오지 않아 더욱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전에는 어떤 기술을 배우면 어떤 직군에서 일하는지 예측 가능했다. 자동화가 진행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4차 산업 유망 직업군은 떠오르지 않는다. 내 자식이 당장 어떤 직업을 가질지 알 수 없으니 체감이 되지 않는 것이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일자리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새로운 직군이 나오지 않으니 체감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원론적이긴 하지만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전공은 뭘 하는지, 어떤 지식을 얻는 지보다 ‘어떤 특기’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특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또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기계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방법은 코딩이다. 우리에게 영어는 필수적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옛날처럼 하나의 기술을 배워서 한 가지 직업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 사람들은 소통 능력을 습득하고 여러 일을 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기술만 배웠던 중장년층이 어려울 것이다. 이분들에게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협업하는 방법,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신 의원이 과학계에 있으면서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무엇인가
과학계에 있을 때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연구 현장에다 내리꽂는 것이었다. 소통이 안됐다고 할까. 사실 AI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과학기술계에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전공하는 사람들은 이미 필요성에 대해서 자각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AI는 정부 계획에 없었다. 정부가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으니 과학계에서는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 ‘알파고 쇼크’로 4차 산업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니 그제야 정부 정책에 AI가 생겼다. 준비 과정 없이 갑자기 정책을 만들면 사람은 안 모이고 돈만 쓰는, 비효율적인 일이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4차 산업 관련 어떤 자세를 취했으면 좋겠나
자율성을 줘야 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안다. 정부에서는 길게 보면 5년, 짧게는 장관 임기 동안 어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원한다. 장기적인 정책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정부 정책은 보통 단기간에 어떤 성과물이 나올지를 염두에 두고 세운다. 과학계에서도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분야에서 터질지 모른다. 어떤 산업이 앞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장기적인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연구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현장 목소리를 잘 들어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

-현재 시스템에서 구체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하자면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쓰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지금은 부처별로 연구비가 배당된다. 알파고가 터지니까 인공지능 관련 예산이 미래부, 산업부, 교육부 등을 막론하고 부처별로 내려졌다. 부처별로 나눠지고 예산을 쓰다 보니까 한 정책에 대해 중복으로 배정된다.
칸막이로 나눠 예산을 주고 연구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들이 모여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어떤 부처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따져 배분해야 한다.

-신 의원은 과학기술 관련, ‘개헌’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법’이 우리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헌법에 과학기술은 ‘경제발전 수단’이라고 나와 있다. 지금 우리 헌법은 이른바 ‘87년 체제’로 1987년에 만들어 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경제 발전이 중요했다. 그래서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 국방이나 의료, 통신, 환경에 과학기술이 걸려있다. 과학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
바람직한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다. 지난 2월 국회 헌법개정 특위에다 문건을 만들어 보냈다. 권력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내 전공이 과학이다 보니 그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졌다. 30년 동안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으니 개선됐으면 한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 더리더
-정치 현안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대선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당이 생긴 지 1년 조금 넘었다. 이번에 초선 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가 큰 선거는 처음 치러봤다. 정치를 하면서 ‘조직’이 중요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치러보면서 조금은 깨달았다. 국민의당 대전 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지역 정보를 알기 쉽지 않았다. 사람 수가 적으니 ‘유세가 초라하다’는 말도 들었다.
 
또 우리 정당의 마케팅 기술이 부족했다. 안 의원은 기존 정치인들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 점을 장점으로 부각시켜야 하는데 단점만 부각했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인을 보는 시각에서 안 의원을 바라봤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안 의원이라는 상품은 굉장히 훌륭하다. 지식도 풍부하고 대화하는 방법이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 그것을 좋은 쪽으로 마케팅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작전을 잘못 짰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성과는 있다. 안 의원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득표했다. 또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받았다. 지역 구도를 깼다. 또 국민의당으로 양당제, 양당 구도가 깨졌다. 양강 구도는 폐해가 많았다. 국민의당이 이를 깼다.

-초선이 겪은 국민의당은 어떤 느낌인가
우리 당은 거대 정당이 아니다. 사이즈가 작으니 당에서 맡는 역할이 있다. 또 다선 의원을 볼 기회도 많다. 격의 없이 지내면서 쉽게 소통이 가능하다. 존경할만한 의원이 많이 포진돼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 신선한 느낌이 나서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당내에서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모두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민주당과의 합당, 바른정당과의 연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안 의원이 이야기했지만, 어떤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연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연대는 가능하다. 다당제이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위적으로 급하게 하는 것은 반대다.

-1년 간 국회 생활을 해보니 어떤가
국회의원이 돼보니까 느끼는 게 참 많았다.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좋지 않은 모습들, 특히 어두운 모습도 많이 봤다. 어떤 쪽이 소외됐는지도 알게 됐다. 큰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과학계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것, 연구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됐다. 보기 싫은 것도 보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람되는 순간도 있다. 우리당 의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많이 관심 갖고 있다. 과학계에 있을 때는 정치인들이 과학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들어와서 보니까 의원들 나름대로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알았다.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회와 언론에 바라는 점으로 하겠다. 정치적인 이슈가 생기면 정책이 묻혀버린다. 그 쪽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비례대표 1번들끼리는 협력이 잘 된다. 그런 것처럼 국회도 정책 위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 더리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연세대학교 물리학 학사, 고체물리학 석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박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총무이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압력진공그룹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략기술연구본부 본부장
제4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제9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제12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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