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다문화 천사들의 하모니 ‘레인보우 합창단'

하나의 목소리로 갈등과 차별 없는 세상 노래해

편승민 기자 2017.06.09 09:39
편집자주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걸발음을 떼고자 한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지만, 우리가 헤어진 곳은 희망의 이름이었다” 영화 ‘코러스’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노래를 통해 하나 되는 제자와 스승의 이야기를 다룬다. 음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유와 화합을 끌어내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화합의 대상들이 서로 너무 다르다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하나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2008년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다. 레인보우 합창단을 만든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대표는 “음악이 가진 ‘힘’을 믿었고, 노래를 통해 다문화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작정 시작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그의 생각은 옳았다. 무대에 서면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문화 한국 사회의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앞으로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바람을 묻자, “지금의 복지 시혜적인 다문화 정책이 아닌, 지자체 내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시행될 때 비로소 갈등이 사라지고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색은 달라도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천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다문화센터를 찾았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한국다문화센터는 언제 어떻게 생겼나
▶2006년 한국계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국내에 자신과 같은 혼혈 아동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그런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했는데 생각보다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살펴보니 결혼이주여성들에 의한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다문화가 결국 대한민국의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문화는 잘못 풀면 갈등과 폭력이 생기지만, 잘 풀면 문화 다양성이나 해외와의 브리지 구축 면에서 상당히 국가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2008년 12월 4일에 한국다문화센터를 발족했다.

-주요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레인보우 합창단이다. 합창단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문화에는 물론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문제도 있지만, 한국다문화센터는 초기부터 미래세대인 아이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다문화 아이들이 학습 부진을 겪는다고 해서 처음에는 대학생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멘토링 사업을 했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에 파견돼서 멘토링을 했던 대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봤더니 현실은 정말 참혹했다. 실태는 학습 부진 수준이 아니라, 향후에 큰 사회 문제가 될 만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대부분 의기소침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집안에 틀어 박혀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하모니를 이룬 경험들을 개인적으로 접했다. 한국의 목사가 케냐 빈민가 아이들을 모아 창단한 지라니 합창단, 베네수엘라 빈민가 차고에서 시작했던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등을 보면서 그런 것을 한 번 이뤄보자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 노래를 부르고, 에너지를 발산하면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지 않을까 해서 레인보우 합창단을 만들게 됐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2009년 10월 10일에 만들어졌다.

레인보우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단원들은 어떻게 선발 되었나
▶처음에 정말 힘들게 만들었다. 그 당시에 다문화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그 아이들이 무슨 합창단을 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 70개 초등학교에 일일이 방문했다. 다문화어린이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간신히 55명 모집을 했고 그중에 33명을 선발했다.
선발 과정도 웃지 못할 상황이 있었다. 합창단 오디션을 보기 위해 음대 교수들, 성악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했는데 정작 이 아이들은 ‘학교 종이 땡땡땡’도 못 부르는 정도였다. 그래서 음정, 박자만 맞출 수 있으면 무조건 뽑았다. 나는 음악이나 합창단에 대해 전혀 몰라서 도전했다. 아마 거기 들어가는 재정과 인력을 알았다면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웃음)
그런데 시작하고 나니, 아이들이 정말 6개월 만에 표정이나 모든 면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고나서 이것을 전국적으로 더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국다문화어린이 합창대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국내 최초 다문화어린이 합창단이니 다른 곳에는 팀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참가 합창단 모집을 위해 이번에는 전국 700곳의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전화를 해서 “지금이라도 구성해서 참가만이라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20개 정도의 학교를 모아 2010년에 1회 대회를 열었다. 올해는 제8회 전국다문화어린이합창대회가 열린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이제는 아주 유명해졌는데
▶처음에는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선발을 해놓고도 노래 실력과 기준을 따질 수 없을 정도여서 사람들이 들어주면 고마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데리고 KBS 열린음악회, G20 정상회담 특별만찬장 공연, 여수 세계엑스포 개막공연 등을 치렀다. 아이들은 무대에 설 때마다 정말 열두 번도 더 바뀐다. 연습만 하면 늘지 않는데, 오히려 무대에 서는 경험이 많아지면서 변화한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오프닝 공연을 했는데, 그 공연이 끝나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렇게 유명해지니까 이제는 일반 가정의 부모들이 “왜 한국아이들은 받아들이지 않냐 역차별이다”라고 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렇게 해서 정식 오디션을 보기 시작해서 작년까지 3회 진행했다. 오디션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아이들 기말고사 끝나는 시기에 한다. 지금은 평균 3~4:1의 경쟁률을 보인다. 대체적으로 한 해에 10~15명 정도를 선발하고, 연령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2까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오프닝 공연중인 레인보우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이 올해 로마 교황청이 있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동안은 2년에 한 번씩 해외공연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호주 시드니, 두 번째는 태국의 한·태국 문화축제에 갔다. 그 다음으로는 오스트리아 빈소년 합창단과 협연을 위해 빈에 갔고, 작년에는 UN본부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 초청받아 갔다. 원래 이렇게 2년에 한 번이지만 올해는 갑작스럽게 교황청 초청을 받아 공연을 가게 됐다. 올해 교황청에서 한국 천주교 230주년을 기념해서 전시회를 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초대했다.
아이들이 모두 천주교인은 아니어서 성가도 새로 배워야 하고, 한국 민요를 특송 형태로 부를 예정이다. 그리고 레인보우합창단만의 색깔을 드러내 주는 세계 민요 메들리도 공연할 계획이다. 세계 민요는 중국의 모리화(재스민), 일본의 사쿠라(벚꽃), 베트남의 꺼이죽심(대나무), 러시아 칼린카(산딸기) 등 각국을 대표하는 민요를 엮은 곡이다.
전시회 개막식은 9월 9일이다. 개막식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추기경들, 바티칸 교황청 소속 83개국 대사들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염수정 추기경과 천주교 관계자, 박원순 서울시장, 천주교 신도인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국회의원 등 300여 명이 함께 간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총 700명 정도 앞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어서 성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순례자들을 위한 성당 미사 공연까지 총 3번 정도의 공연할 생각이다.

-작년 10월 제1회 엄마나라 달인 양성캠프를 주최했다. 캠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장점은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그들이 열등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또 하나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베트남 가정의 아이는 베트남 언어, 역사, 문화 달인이 되어서 한국과 베트남 사이 브리지 역할을 하는 국제적인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천부적인 능력이 이미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자 시작했다.엄마나라 달인 양성캠프는 국가 팀들을 구성해서 서로 경쟁하고, 우승한 팀은 그 국가 중 원하는 한 곳으로 캠프를 떠나는 것이다. 베트남 팀은 베트남 전통놀이를 개발하고 연구해서 시연하고, 역사 문화에 대한 퀴즈를 풀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리포트를 제출한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 조명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조가 한 것도 서로 바꿔서 공부하고 퀴즈를 내보기도 했다. 작년에는 일본 팀이 우승했는데 일본에 가고 싶다고 해서 일본에 다녀왔다. 올해도 2회 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다문화 인구가 많이 늘면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국다문화센터가 창립된 2008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2008년에는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가 100만 명 정도였다. 지금은 10년 만에 2배가 늘어서 200만 명이 넘었다. 예전에는 일단 다문화라고 하면, ‘도와줘야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에 대해서는 국민이나 정부조차도 개념을 확고히 잡지 못했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첫 해외로 시드니를 갔던 이유는 그곳에 ‘캠시스쿨’이라는 이중언어 학교를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시드니 캠시에는 한인들이 많이 살아서, 한국어를 공용 언어로 지정해 학교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쓴다. 호주나 미국은 이런 이중언어 학교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심지어는 외국인 엄마에게 본인 국가의 언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 한국말 배우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사회적으로 다문화 사람들의 장점을 많이 보고, 미래 인재라고 생각을 바꿔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본다. 다만, 한편으로 일부 선주민들은 역차별 의식이 생기면서 “다문화 퍼주기다”라고 하면서 배타적이거나 왜곡하고 질시하는 눈길도 꽤 늘어났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부 정책이 잘못된 부분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의 실태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다문화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년을 살펴보자. 처음 산업연수생 제도로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동남아 최우수 대학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3D업종에서 일했다. 그런데 이런 우수 인력을 5년이 지나면 불법체류라고 내쫓았다. 그 다음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대부분 고졸이나 초대졸이었다. 그 후에 이들이 친인척 초청으로 본국 식구들을 데려왔다. 이들은 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학교 중퇴가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우수한 인력을 받아 국가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점점 더 열악한 환경을 받으면서 노숙자 국가를 만드는 식이다.
나는 2010년부터 영주권 전치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주권 전치주의는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영주권(거주권)을 주고 평가 후에 시민권을 주는 제도다. 이주노동자들이 와서 5년간 일하고 돌아가거나 불법 체류하느니, 한국에서 살고자 하면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영주권을 준 다음에 이들의 향후 경제·사회 활동을 보고 국적 취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본국으로 돈을 송금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소비하고 저축할 것이다. 이들이 기업 활동을 하고, 무역도 하게끔 만들어서 한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CEO중 대다수가 비미국인 출신이다. 그 이야기는 비미국인 출신이 미국에서 기업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우리도 그런 건강한 한국인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방법이고 이민 정책의 핵심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공약들이 시행될 예정이다. 다문화 정책에 대해 꼭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은
▶우리나라 다문화 관련법은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다문화 가족 지원법, 외국인정책 기본법 등 7~8개 정도가 된다. 거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다문화가정 지원법에서 복지 시혜 위주의 정책은 옳지 않다. 일본은 다문화 정책 관련법이 없는데도 불과하고 원만하게 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지자체에서 하는 공생 시행령 때문이다. 초점은 적응과 어울림이다. 다문화 인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언어 교육이고, 그 다음이 사회 시스템과 법률에 대한 생활교육이다. 이 부분들은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의 것까지 지원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 열심히 살려고 온 것이지 복지를 바라보고 온 게 아니다. 한국 생활 다음으로는 97% 한국 선주민들과 이주민들이 어울리는 학습이 필요하다.
레인보우 합창단 아이들을 보면 흑인 아이가 있던 아랍 아이가 있던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피부색을 경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 세대들은 그렇게 자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고 하나의 존중받는 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하게 만들려면 어울려야 한다. 그래서 다문화 정책의 포인트가 지자체로 내려가서 주민과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주기만 할 게 아니라 방법을 바꿔야한다. 그렇게 인식을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

레인보우합창단
-마지막으로 올바른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레인보우 합창단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너희들은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미운오리새끼다”라고 말이다. 그들이 진짜 백조다.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강조한다. 미운오리새끼로 머물 것인지 백조가 될 것인지는 아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나 이주민들은 사실 우리한테는 굴러온 복이다. 그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융화할 것인지가 문제다. 우리에게 굴러온 부담이 아니라 복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향후에 국제사회 교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 브리지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른 주변 국가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로 잘 어울려 지내면 된다. 우리 곁에 온 또 하나의 베트남, 중국이다.

△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 1965년 3월 24일생(충북 괴산)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교육선전국장, 기관지 편집장
– 대통령자문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
– 민관협력포럼 창립, 운영위원
– 거버넌스21클럽 실행이사
– 총리실 산하 재한외국인정책위원회 실무위원
– 교육과학기술부 다문화교육 정책위원
–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 現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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