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득표율로 본 지역 표심

보수 텃밭 표심이 승패 갈랐다

홍세미 기자 2017.06.05 09:2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무난하게 대통령 길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의 아성’이라고 불리는 곳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표를 고르게 받았다. TK와 PK 일부를 제외하고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양강 구도가 아닌 5당 체제에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지역구를 더리더가 알아봤다.

서울시

강남 3구
강남의 변화가 눈에 띄게 감지된 것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겨룬 박원순 서울 시장은 송파구에서 득표율 53.41%를 기록하며 정 후보(45.88%)를 앞섰다.

박 시장은 서초와 강남에서도 각각 47.17%, 45.04%를 기록, 정 후보(52.25%, 54.32%)와 차이를 좁혔다. 강남에 살지만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강남 좌파’라는 정치적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흔들렸던 정치 지형이 결과로 이어진 것은 지난해 총선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남을에서 당선, 24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철옹성 같던 ‘강남의 벽’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텃밭이라고 불렸던 강남 3구의 표심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향했다. 문 대통령은 서초에서 36.43%, 강남에서 35.36%, 송파에서 40.30%를 기록, 1위에 앉았다.

지난 대선, 양자 대결로 치러졌을 때는 서초에서 약 11만 표, 강남 약 13만 표, 송파 약 19만 표를 얻은 바있다.
성남시 분당구는 ‘보수 텃밭’으로 분류됐다.

경기도

분당구
분당구는 한나라당 차지였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 소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이 성립되던 지역구다. 분당에서 ‘대이변’이 생긴 때는 2011년 4•27 재선거에서다.

당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험지에 직접 나섰다. 경기도지사를 통해 경기도에서 인지도가 있던 손 전 대표는 51.67%의 득표율로 분당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정국의 흐름이 민주당에게 넘어갔다는 평이 나왔다. 험지를 뚫은 손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 분류됐고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분당대첩’이 벌어지고 난 뒤 1년 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다시 새누리당이 분당을 차지했다. 이종훈•전하진 전 의원이 각각 분당에 당선, 여권 우세 지역임을 증명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병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란히 분당 갑•을에서 당선, 이변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문 대통령이 분당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분당구에서 41.47%를 얻으며 다른 후보에 비해 두 배가량 더 득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분당에서 약 14만 표를 얻은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약 13만 9천표를 얻었다. 

안성시•평택시

안성시는 16대 심규섭 전 의원, 17대 김선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19대 총선서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 재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안성시에서 문 대통령은 43.07%로, 박근혜 전 대통령(56.48%)에 비해 13.41%p의 열세를 보였다.

평택시갑에서는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선을 기록했다. 또 평택시을에서는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재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평택시에서 56.86%로, 문재인 대통령(42.69%•101,951표)보다 14.17%p 앞선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이 안성시에서는 37.14%를, 평택시에서는 38.37%를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평택시에서는 지난 대선보다 2,623표를 더 얻었다.


경남(PK)

부산은 야도였다. 1979년 유신철폐를 먼저 들고 일어나 전국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확대 하게한 ‘부마민주항쟁’의 근원지는 부산이다. 부산이 보수당의 텃밭이 된 계기는 1990년 1월 이뤄진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의 ‘3당 합당’이다. 거제가 고향인 YS는 PK에서 지지를 업고 1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PK지역은 민자당 계열인 보수당이 우세를 보였다. 부산 지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15.28%를, 부산이 고향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85%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13.45%를 받았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 대통령은 고향이지만 약 88만 표(39.87%)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대선에서 부산이 뒤집어졌다. 문 대통령은 약 87만 표(38.71%)를 얻으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720,484표, 31.98%)를 앞섰다.

울산에서도 민주당이 첫 승을 거뒀다. 문 대통령은 28만 2,794표를 받아 홍 후보(20만 3,602표)를 약 8만 표 가량 앞섰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울산 지역에서 27만 5,451표(39.78%), 박근혜 전 대통령은 31만 3,877표(59.78%)를 얻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45.71%를 기록하며, 홍 후보(25.95%)를 앞섰다. 지난 대선에서는 거제에서 박 전 대통령이 55.47%, 문 대통령이 44.06%를 기록, 11%p 이상 차이 났다. 문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뒤져 득표율 2위를 기록했지만 표 차이가 1%p 미만이다.

경북(TK)
TK의 대선 표심은 공화당부터 자유한국당까지 이어졌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진영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경북 또한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구지역 득표율은 45.36%, 경북은 48.62%였다. 문 대통령의 대구지역 득표율은 21.76%, 경북은 21.73%를 기록했다. 변화는 감지된다. 문 대통령이 경남에서 77만 9,731표를 얻어 18대 대선보다 5만 4,836표를 더 얻었다. 대구에서도 지난 18대 대선(309,034표) 보다 3만 3,586표를 더 받은 342,620표를 기록했다. ‘다자 대결’임에도 양자 대결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대구에서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또 경북 김천시 율곡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50.4%를 기록, 과반을 넘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원

문 대통령이 18대 대선에 비해 대표적으로 약진한 지역은 강원도다. 북한과 맞닿아있는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다. 진보 진영 대선 후보가 강원도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52.48%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19%를 득표했다. 이후 17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은 대선에서 18.88%에 그쳤다. 지난 대선에서도 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61.97%를, 문 대통령은 37.53%(34만 870표)를 득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34.16%(32만4,768표)를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9.97%(28만4,909표)로 문 대통령과 4.19%p 차이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강원의 대도시 ‘빅3’ 중 춘천(38.18%), 원주(38.10%)에서 1위한 게 승리 포인트다. 특히 빅3 지역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과반 이상을 확보하며 앞섰던 지역이다. 특히 북한 접경지역 중 고성을 제외하고 철원(31.21%), 화천(30.55%), 양구(30.81%), 인제(32%)에서 문 대통령이 선전했다. 강릉에서는 홍 후보가 33.72%로 문 대통령(31.55%)을 앞섰다.

전라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구는 호남이다. 호남이 정한 후보가 대선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서 호남에서 23석을 거머쥐며 ‘돌풍’을 일으켰다. 안철수 의원을 대선주자로 올려놓은 안풍은 호남발(發)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3석밖에 얻지 못했다. ‘호남의 적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것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였다.

결과는 문 대통령의 ‘압승’이었다. 호남에서 문 대통령은 절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전북에서 64.84%를, 전남에서 59.87%를, 광주에서 61.14%를 얻었다. 1년 만에 국민의당으로 향했던 표심이 문 대통령에게 향했다. ‘반문(反文) 정서’가 사라진 것을 증명했다.

문 대통령이 전남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을 보인 곳은 순천(67.81%)이다. 특히 광양에서 66.15%, 여수에서 63.63%를 득표해 동부권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가장 낮게 득표한 지역은 진도(49.46%)였다. 강진(49.89%), 신안(49.98%) 등 서부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충청
‘충청이 찍으면 대통령된다’는 말이 있다. 지역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충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의미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충북에서 이긴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 YS DJ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충청에서 상대 후보보다 많이 득표했다.

19대 대선서 문 대통령은 대전 42.93%, 세종 51.08%, 충남 38.62%, 충북 38.61%를 각각 기록, 충청에 파란 물결을 흐르게 했다. 대전과 세종에서는 전국 득표율과는 다르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23.21%, 21.02%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했다. 충북과 충남 득표율은 전국 순위대로 홍 후보가 2위, 안 후보가 3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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